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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11,212,213

211,212,213

“정말 희한한 숲이로군...”, “그래서 더 섬뜩한 느낌이 들어...” 철갑 제일기사가 앞장서고 좌우측에 금빛 제일기사와 은빛 제일기사가, 후미에는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서고 아기마플을 품에 안고 있어 검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박쥐 제일기사를 호위하기 위해 푸른 제일기사가 안쪽에 위치해 마름모대형을 형성했습니다.


모든신경을 집중해 초원지대 중간까지 전진한 기사들은 철갑 제일기사가 발걸음을 멈추자 따라 멈추었습니다. “왜? 뭐 이상한 것이라도 발견했나?”, “응, 저 앞쪽에 있는 나무들 위에 상당히 많은 생명체들이 있는 것 같은데... 움직임이 전혀없어 멀리있을땐 느끼지 못했었는데 상당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걸...”


“대략, 오십여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살기는 대단하지만 위협적인 살상력을 가지지 못한 비비들인 것 같은데요?” 푸른 마우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그런것을 느낄수 있단 말입니까?” 다른 제일기사들이 놀라며 묻습니다.


“하하... 철갑 제일기사님과 저는 이미 검신합일을 이루었습니다. 검과 하나 되어 세상을 느낄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과도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푸른 마우스의 말을 들은 은빛 제일기사는 가능한 모든시간을 활용해 검을 연마하는데 몰두할 결심을 했습니다.


“현재의 대형을 유지하며 들어간다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 선두에 서서 전진하던 철갑 제일기사가 다시 한번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곤 푸른 제일기사를 돌아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초원 양쪽에도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 말을 들은 푸른 제일기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예... 정말 대단한 지능을 가진 탁월한 사냥꾼들입니다. 전방 나무숲 속에 낮은 전투력을 가진 비비들을 배치해 그 곳에 모든 신경이 쏠려 매복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같군요."

 

"공격대상이 한눈팔며 좌우 포위망 내로 들어오면 동시에 협공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푸른 제일기사의 말이 끝나자 무릎까지 오는 수풀속에서 주먹만한 돌을 집어든 철갑 제일기사가 좌측전방을 향해 던졌습니다. 강력한 내공을 사용해 던진 돌이라 “슈우웅”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날아간 돌이 목표물에 적중할 것이라 예상한 바로 그 순간 좌측 수풀속에서 털끝부분만 하얗게 변색된 비비들이 동시에 허공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공중에서 한바퀴 재주를 넘은 후 비비들은 하얀털이 많은 순서로 세모대형을 갖추어 착지했습니다.


“가장 앞에 서있는 녀석이 대장인 듯한데?” 이때 또 다른 파공음이 적막을 가르더니 푸른 제일기사가 바람처럼 우측 수풀을 향해 짓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뒤를 따라 철갑 제일기사가 좌측 비비들을 공격해 들어갔습니다.


푸른 제일기사가 던진 돌을 피하며 우측 수풀 속에서 튀어오른 비비들은 좌측 비비들과 마찬가지로 한바퀴 재주를 넘어 착지하자마자 자신들을 향해 나는 듯 달려오는 푸른 기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제일 선두에 한 마리, 그 뒤에 두 마리, 또 그 뒤에 세 마리, 네 번째 줄에 네 마리, 마지막 줄에 다섯 마리 순으로 총 15마리가 세모대형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푸른 제일기사와 가까워질수록 일렬이 되더니 거꾸로 제일 앞에 다섯 마리가 서고 앞장섰던 한 마리가 제일 뒤로 빠져버립니다.


철갑 제일기사를 공격해 들어오는 좌측의 비비들도 같은 수에 동일한 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비비들 지근거리에서 칼을 뽑아든 두 제일기사는 일부러 좌우측으로 넓게 벌려가며 양쪽 비비들을 멀찌감치 떼어 놓았습니다.


이모습을 지켜보던 나머지 제일기사들은 두 제일기사가 한데 모여 힘을 합치는 것이 배후를 방어해 주며 비비들을 공격하기 쉬울 것이란 판단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최전방에 포진한 다섯마리를 공격해 들어간 좌측의 철갑 제일기사의 검은 공격이 여의치 않은 듯 비비들의 푸른 손톱에 부딪혀 계속 튕겨져 나옵니다.


우측에 있는 푸른 제일기사도 공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듯 비비들의 손톱에 막혀 한발자욱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외의 상황에 놀란 네 제일기사들은 양쪽 싸움터와의 거리를 좁히며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기마플을 호위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달려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방에 있는 다섯마리의 공격에 막혀있던 두 제일기사가 검을 허리 높이로 비스듬히 그어나가자 “끼아악”하는 비명과 함께 비비들이 검게 타들어가며 눈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려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제일기사의 검 끝부분이 검은연기를 뿜어내며 녹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전세가 순식간에 변하자 뒤에서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던 비비들이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두 제일기사의 검날에 묻어있던 검은색의 액체가 반원을 그리며 다시한번 비비들의 몸체에 그대로 흩뿌려 졌습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비비들은 검은연기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두 제일기사들이 일부러 서로 떨어져 자신들의 검에서 뿌려지는 독이 상대방에게 닿지않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네 제일기사들은 방해가 되지 않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났습니다. “비비들의 손톱에 검이 막힌것이 아니라 일부러 검날에 독을 묻히기 위해서였군... 완벽한 이이제이 인데?”


“그렇군, 두 제일기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꿰뚫고 있군 그래...”, “정말 완벽한 호홉이야...” 재빨리 공격 방법을 바꾼 비비들은 남아있는 다섯 마리가 두 기사들을 각각 포위하고 동시에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검과 일체가 된 두 제일기사의 검 놀림은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듯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비비들의 푸른 손톱을 튕겨내며 한마리씩 연기로 만들더니 마지막 남은 대장 비비를 해치운 후 그대로 금속나무 숲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두 제일기사가 비비의 독이 묻어있는 검으로 그어대자 커다란 금속나무의 밑둥이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사라져 버리며 하나 둘씩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비의 독은 쓰러진 나무줄기의 반 이상을 검은 연기로 만들어 버린 후에야 사라졌습니다.


무려 20여 그루를 쓰러뜨린 두 제일기사는 나뭇잎을 헤치며 뛰어 오르는 비비들을 거침없이 베어 갔습니다. 일부러 숲속깊이 들어가 퇴로를 차단해 버렸기 때문에 간신히 살아남은 세마리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두 제일기사들을 피해 초원쪽에 있는 네 제일기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예기치 못한 기습에 비비들의 명치에 검을 꽃아넣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와 금빛 제일기사는 금방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런 딱 세마리 남았었는데 일격에 보내 버리다니...”, "그러게 말이야... 사로잡아 비비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더구나 맹독성 검푸른 손톱도 없는 녀석들이라 사로잡기 쉬운 비비들인데...” 두 제일기사는 다가오고 있는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제일기사에게 미안한 표정을 보이며 난감해 했습니다. “하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은빛 제일기사님이 한마리 사로잡은 것 같은데...”


은빛 제일기사가 있는 쪽을 보니 검을 칼집채 오른손에 거머쥐고 있고 발치엔 기절해 있는 비비가 큰대자로 누워있습니다. “한마리면 비비들을 분석하는데 충분 하겠지?” 빙그레 웃으며 은빛 제일기사가 말했습니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해 칼집으로 비비의 명치를 가격해 버린 것입니다.


“박쥐 제일기사님... 꼬마 마플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푸른 제일기사가 마플을 한쪽날개로 감싸 보듬어 안고 있는 박쥐 제일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점점 열이 높아지고 있는 아기 마플을 내려다 보며 박쥐 제일기사가 대답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만 전차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사로잡은 비비를 잘 관찰하며 오늘 싸움으로 나타난 비비들의 행동특성을 분석해 약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푸른 제일기사의 말에 철갑 제일기사가 대답했습니다. “비비들 최대강점이 어쩌면 최대의 약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지요?”


두 제일기사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궁금증이 더해진 나머지 제일기사들은 사로잡은 비비를 꽁꽁묶어 들쳐메고 전차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비비의 한쪽발목에 쇠고랑을 채운후 쇠사슬을 길게 늘어뜨려 커다란 바위에 단단히 매어 놓았습니다.


강철보다 단단하지만 천연의 소재라 외부에 덧댄 악귀철갑이 사막의 뜨거운 열을 차단해 주어 서늘하기까지 한 전차의 내부에서 식사후 휴식을 취한 제일기사들은 비비가 깨어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지루해진 은빛 제일기사는 전차 밖으로 나가 검을 빼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수련해온 호홉을 가다듬어 온몸의 진기를 검에 끌어 모은 은빛 제일기사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느릿느릿 허공을 베어 들어갔습니다. 비록 천천히 검을 그어가고는 있지만 날에 서린 검기는 푸른 제일기사나 철갑 제일기사 못지않습니다.


검에 몰두하느라 몰랐지만 그사이 깨어난 비비가 은빛 제일기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비비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 덩어리라고 생각한 전차 안에서 외시경을 통해 비비의 일거수일투족을 푸른 제일기사가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온몸이 땀에 흠뻑젖은 은빛 제일기사가 휘두르던 검을 칼집에 갈무리한 후 돌아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꼿꼿이 서서 딴청을 부립니다. “후~, 검세는 어느 정도 따라 갔는데... 이것을 유지하며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의 빠르기를 따라가려면 한두해는 더 걸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