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09,210
반가운 마음에 열매가 떨어져 있을만한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무려 세번을 둘러보았지만 떨어진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급해 지려는 마음을 진정시킨 박쥐 제일기사는 멀찌감치 물러나서 다시한번 만년메탈이 있던 자리부터 찬찬히 살펴봅니다.
만년메탈이 달려있던 곳 바로 아래 황금빛 나뭇잎이 서너개 달려있고 이중 한개가 끝 부분이 비스듬히 아래쪽으로 늘어져 살짝 말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잎을 펼쳐보니 그 곳에 붉은 광채를 드러낸 만년메탈이 약 올리듯 반짝이고 있습니다.
“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네...” 급강하해 내려온 박쥐 제일기사는 은빛 제일기사와 함께 나뭇잎을 야영했던 자리를 정리해 처음상태로 복원해 놓은후 배를타고 호수가로 나온다음 전동차에 탑승해 지혜의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혜의탑 입구에 또한대의 전동차가 정차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다른 제일기사들이 벌써 도착한 모양이로 군...” 두 제일기사가 지혜의탑으로 들어서자 응접실에 둘러앉아 있던 네 제일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맞이합니다.
“열이 너무 심해... 정상 체온을 넘어선지 꽤 오래 되었는데... 만년메탈이 너무늦게 떨어진게 아닌지 모르겠어...”
박쥐 제일기사는 좀체로 침착함을 잃지않던 박쥐원로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 붉은 광채가 이는 만년메탈을 복용시킨 박쥐 원로는 박쥐 제일기사와 함께 들어온 제일기사들에게 응접실에서 쉬고 있으라고 말한후 아기마플의 침상 머리맡에 앉아 차도를 치켜 보았습니다.
“고열이 조금 가라앉아야 하늘 연못으로 출발할 수 있을 텐데... 저 어린아기의 체력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을 보면 정신력이 대단한 것 같아...”, “음... 티없이 맑고 깨끗하지만 유약한 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나한테 번개세례를 퍼부을 땐 태산같은 압박감을 가끔 느끼게 하거든...”
저녁때가 되어 박쥐원로와 교대한 박쥐 제일기사는 아기마플의 침상옆에 앉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응접실에 있는 박쥐원로와 다섯 제일기사들도 의자에 앉은채 선잠을 자며 다음날을 맞이했습니다.
아침일찍 아기마플의 방으로 들어간 푸른 제일기사가 박쥐 제일기사와 교대해 병간호를 시작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근처 숲에서 채집한 약초들을 짓이겨 즙을 짜낸후 세번에 걸쳐 아기마플에게 떠먹인 푸른 제일기사는 교대하러 들어온 박쥐 제일기사에게 내일 아침이면 열이 가라앉기 시작할 것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푸른 제일기사의 뛰어난 의술을 두루 지켜보았었기 때문에 차도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한시름 놓은 박쥐 제일기사는 금빛 제일기사를 불러 이틀후 하늘연못으로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 줄것을 부탁했습니다.
“벌써 다 준비해 두었네... 일단 사막에 있는 전차기지까지 전동차를 타고 가자고... 거기서 식량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물자를 탑재해둔 신형 붉은악귀 전차를 갈아타고 하늘 연못으로 출발하기만 하면돼...” 금빛 제일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합니다.
“절독손톱을 가지고 있다는 비비들에 대한 대비책은 의논해 보았나?”, “비비들에 대한 정보가 극히 일부이다 보니 특별한 대책이 나오질 않는군... 일단 당장 필요한 것들을 챙기면서 생각해 보자고...” 금빛 제일기사가 마플의 방에서 나오자 다섯 제일 기사들은 무지개 검을 가져가기 위해 박쥐원로를 찾았습니다.
박쥐원로의 뒤를 따라 지혜의탑 제일위층으로 올라간 다섯 제일기사는 자신들이 여섯달 전에 놓아두었던 무지개 검을 들어올렸습니다. “이것은 내가 빛의 나라 최고의 대장장이에게 부탁해서 만들어 놓은 칼집일세... 아주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 졌지만 전설의 검을 담아둘수 있을만큼 튼튼하다네...”
“정말 감사 합니다.” 일제히 합창을 하듯 답례를 마친 제일기사들은 각자의 검을 검집에 꽂아 보았습니다. 아주 가벼운 검집은 칼이 들어가는 동안 걸리거나 부딪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야~ 지금까지 수많은 칼집을 사용해 보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칼집은 처음 가져 보는군...”
무지개 검이 내뿜던 강력한 섬광도 칼집에 갇혀 전혀 새어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대장장이가 만든 칼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을 텐데... 내가 아는 어떠한 명검도 이칼집을 만든 대장장이의 것은 아니 었어...”, “그래, 이 대장장이가 만든 칼은 아마도 북극행성 최고의 검으로 자리매김 할수 있을텐데...”
제일기사들이 사용할 전설의 검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면 칼집같은 것도 만들지 않았을 마우스야...” 검에 일가견이 있는 제일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말에 껄껄 웃던 박쥐원로가 말했습니다. “그 대장장이는 생명을 살상하는 칼은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네...
“그러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이런 훌륭한 칼집이 만들어지지... 뼛속까지 스며드는 무지개 검의 한기를 그대로 보듬어 전혀 느낄수 없도록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검과 하나가 되어 극한의 살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정말 뛰어난 칼집이야...” 감탄을 그치지 않으며 철갑 제일기사가 중얼거렸습니다.
박쥐 제일기사의 무지개검을 칼집에 넣은 철갑 제일기사는 두자루의 검을 양손에 들고 문가에 섰습니다. “푸른 제일기사도 남은 한자루의 검을 더 가지고 내려가시게...”, “?” 푸른 제일기사가 궁금한 가운데 아직 사용할 기사가 나타나지 않은 검을 들고 박쥐원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이 검의 주인이 하늘 연못에 있습니까?”, “그냥 가지고 가라는 시조마플의 말씀이 있었지만 아마도 그런 모양인 게지...”, “그럼 일곱번째 보라색 검의 주인은 알 마우스 기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럴 것 같네...”, “과연 알 마우스족이 은둔의 계율을 깨고 이 땅으로 내려올까요?”
“우주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전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계율을 거둘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될 것이야...”
응접실로 내려온 다섯 제일기사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때까지 무지개 검을 손에 익히기위해 뒤뜰로 나아가 쉬지않고 검을 휘둘러 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박쥐원로와 교대한 박쥐 제일기사도 합류해 여섯 제일기사 모두가 무지개 검을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저녁때 박쥐원로와 교대한 박쥐 제일기사는 아기마플의 이마를 짚어 보았습니다. 다행히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열이 많이 내렸군... 푸른 제일기사의 말로는 사나흘 정도 해열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더구나 약처방을 더 하기엔 아기 마플의 체력이 너무 저하되어 위험할수도 있다고 했으니 빠른시간 내에 하늘연못에 도착해야 하겠는 걸...”
다음날 아침일찍 박쥐원로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 제일기사들은 번갈아가며 아기 마플을 돌보았습니다. 박쥐 제일기사만은 밤을 꼬박새워 전동차 구석자리에 앉아 세상모르고 곯아 떨어져 있습니다. 쉬지않고 달리고 달려 하루만에 전차기지에 도착한 제일기사들은 대기하고 있던 1호전차를 타고 큰산쪽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전차군단의 수장답게 능숙한 솜씨로 전차를 모는 금빛 제일기사는 차체의 요동을 되도록 줄이며 달렸기 때문에 전동차 못지않은 승차감으로 사막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큰산을 향해 펼쳐져 있는 초원지대는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큰산의 발치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박쥐원로가 일러준 대로 큰산의 가장높은 주봉을 향해 직진으로 전진한 전차는 암벽 사이에 나있는 좁은계곡 앞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이곳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해...” 비비들의 서식지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있는 박쥐 제일기사가 말했습니다.
서둘러 하차해 배낭을 둘러맨 제일기사들은 전차해치를 잠근후 열쇠를 배낭에 넣은 금빛 제일기사를 기다려 계곡으로 진입했습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살귀인 비비들의 서식지로 들어가는 길이니까...”, "이상하게 음산한 기분이 들어..."
일렬로 지나가야 할만큼 협소한 계곡을 한시간 동안 걸어 들어가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트인 드넓은 수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천혜의 땅이로군... 방어용 요새로 삼기 딱 좋은 지형이야...”, “저 암벽이 병풍처럼 들러쳐져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주고 있군...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몇만년전에 사막이 되어 버렸을 거야...”
초원 저건너편에 있는 숲과 풀들 외에 생명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어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한폭의 그림속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야, 섬찢하게 조용한 곳 이로군...” 제일기사들의 대화소리가 유일한 소음입니다.
“이곳은 일반 초원지대가 아니야... 저 풀들을 보라고... 마치 복사해 놓은 것처럼 거의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하고 있어... 초원 건너편에 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야...”, “그렇군... 그래서 그림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야...”, “이곳의 생태조건 때문에 동일형태의 종만 살아남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것 같은데... 저기 고목이 되어있는 나무의 가지를 잘 봐... 그리고 오른쪽 서너그루 옆에 죽어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약간씩 틀린데...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모양이 틀린 나무들은 모두 죽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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