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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202,203,204

202,203,204

철갑성에서 지혜의 탑까지 도착할 동안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박쥐 통신병들을 통해 각초소 및 교차로마다 미리 연락을 해놓은 덕분에 철저히 통제된 도로를 최고속력으로 단 한번도 멈추지 않고 최단시간에 주파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두 기사를 반갑게 맞이한 박쥐원로는 고열에 시달리며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플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아담하게 꾸며진 아기 마플의 방에는 여느 아기들의 방에 흔히있는 장난감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은빛 제일기사가 박쥐 제일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장난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장난감? 저기 있지 않는가...” 박쥐 제일기사가 손가락으로 마플의 가슴을 가리키며 대답했습니다. 마플의 가슴에는 두 손으로 꼭쥐어 끌어안고 있는 마법의 십자가가 보듬어져 있습니다.


“아! 하긴 저만한 장난감이 없지... 더구나 번개를 일으켜서 박쥐 제일기사를 혼쭐내 주는 마법까지 부리니 다른 장난감은 시시해 보이겠 구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혼수상태에서도 마법의 십자가를 꼭 끌어안고 있는 아기 마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은빛 제일기사입니다.

 

은빛 제일기사가 아기 마플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며 걱정이 가득담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천애의 고아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으니 늘 같이 놀아주는 장난감인 마법의 십자가가 더없이 소중하겠지...”, “벌써 삼일 째 저 상태라네...” 박쥐 원로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두 제일기사에게 말했습니다.


“시조마플께 말씀 드렸습니까?”, “아직... 은빛 현로만 알고 계시네... 시조마플께 전령을 보낸다고 하시더군... 일단 기다려 보세나... 알 마우스족의 생체특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마우스는 시조마플이 유일하시니... 섣불리 치료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상태만 악화시킬 것 같아 손을 못쓰고 있으이...”


“정말 큰일이 로군요. 각군의 편제가 순조로워 한시름 덜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기 마플이 이렇게 아프다니... 예언대로 출현한 알 마우스족이라면 검은군단이 파괴하려하는 이 우주를 지켜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마우스인데...” 박쥐 제일기사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예언의 마플이 그리쉽게 병마에 굴복할리는 없지 않은가?” 박쥐 제일기사를 위로하며 은빛 제일기사가 한마디 건넵니다. “그럼... 내일쯤이면 시조마플께서 연락을 해오실거야... 그건 그렇고... 원로 회의에서 전갈이 왔네... 생명의 나무에 있는 메탈젤리를 사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모았다더군...”


“정말 다행이로 군요. 바다 폭포에서 충전중인 여의주의 전기를 로얄메탈로 감압한다면 아주 훌륭한 동력원이 될 것입니다.” 은빛 제일기사가 반색을했습니다. 국가안보회의 자리에서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 박쥐원로의 입장도 있고해서 차마 입을 떼지못했던 은빛 제일기사였습니다.

 

“아기 마플은 내가 돌보고 있을테니 자네들은 생명의 나무를 찾아가 메탈젤리의 상태를 점검해 보게나... 크기나 무게, 열매의 상태를 알아 놓아야 생명의 나무를 최대한 보호하며 열매를 따낼 수 있지 않겠나?”, “예, 알겠습니다.”

 

곧바로 생명의 호수로 출발한 두 제일기사는 호수관리 담당 마우스에게 부탁해 쪽배를 빌려 탔습니다. 노를 저어 호수 가운데 있는 섬에 배를 댄 제일기사들은 생명의 나무가 수만년의 수령을 말해주며 거대한 줄기로 힘차게 솟구쳐 있는 섬 중앙으로 걸어갔습니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현기증이 날정도라 줄기를 타고 올라가려던 은빛 제일기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박쥐 제일기사를 쳐다보았습니다. “자네의 비행술 외에는 저 꼭대기까지 올라 갈 방법이 없겠어...” 직접 올라가기를 포기한 은빛 제일기사가 멋적은 듯 웃습니다.

 

빛의 나라 최고의 비행 능력을 가진 박쥐 제일기사지만 가까이서 본 생명의 나무는 젊은 패기를 압도하며 거대한 위용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도는 해 보겠는데..... 너무 기대는 말라고...” 보면 볼수록 거대해 보이는 생명의 나무입니다.

 

날개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차오른 박쥐 제일기사는 중간쯤 날아올라 가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두 번을 더 쉰 끝에 생명의 나무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빛의나라 전경은 아스라히 펼쳐지는 한폭의 그림입니다.


더없이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는 이곳에는 잔가지들이 엉키고 엉키어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를 뚫고 높이 솟아오른 줄기 아랫부분에 축 늘어져 있는 가지 끝에 커다란 메탈젤리가 한개씩 달려 있습니다. 쭉 세어보니 모두 일곱개나 됩니다.


그바로 위 알 마우스 족들이 잉태되어 태어나던 생명의 가지들이 황금빛 잎들을 바람에 부딪히며 박쥐 제일기사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아기 마플을 돌보며 지내는 동안 비슷한 파동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상하게도 정겨운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메탈젤리를 자세히 살펴보던 박쥐 제일기사는 그 아래쪽에 숨어있는 것처럼 눈에 잘 띄지않는 곳에 메탈젤리가 달려있는 가지와 같은 모양이긴 하지만 짧은 길이에 어울리지 않게 서너배는 굵은 이상한 가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황금빛 잎들을 들추어내고 이 가지를 들여다보니 열매가 달려 있던 꼭지가 아직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열매는 하나도 없는데... 로얄메탈이 달리는 곳인가?” 궁금증을 뒤로하고 가늠해본 메탈젤리의 크기는 박쥐 제일기사만 하지만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 다섯배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살며시 들어보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무거운 열매를 어떻게 저 아래로 내려 보내지?” 방법을 생각하며 하늘을 쳐다보던 박쥐 제일기사의 눈에 언뜻 붉은 광채가 스치듯 지나갑니다. “응? 저게 뭐지?” 붉은 광채가 발생한 곳을 다시 쳐다보았지만 하늘로 솟은 생명의 나무줄기 끝부분엔 황금빛 잎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잘못 보았나? 붉은 빛을 뿜어낼 만한 것이 없는 듯한데...” 이렇게 생각 하면서 다시 한번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황금빛 나뭇잎을 뚫고 붉은색 광채가 박쥐기사의 눈을 이끌었습니다.“저게 무엇일까?” 재빨리 날아오른 박쥐 제일기사는 생명의 나무끝 제일높은 가지에 열려있는 붉은색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이가지 또한 아래에서 보았던 짧고 아주 굵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저런 열매에 대해서 들어 본적이 없는데... 정말 온화하고 아름답군...” 보석같이 붉게 빛나고 있는 손가락 마디만한 작은 열매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아주 평온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신도 모르게 열매로 손을 뻗던 박쥐 제일기사는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후 은빛 제일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고생이 많았네. 로얄메탈의 상태는 어떤가?”, “어, 크기는 자네만하고 모두 일곱개가 있는데 우리 몸무게의 다섯 배나 더 나가는 것 같아...”


은빛 제일기사는 무엇엔가 홀린 듯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박쥐 제일기사가 이상해서 어깨를 툭 쳤습니다. “자네 저 위에서 무엇을 보았길래 이렇게 정신이 나가 있나?”, “아주 아름다운 붉은 빛 열매를 보았는데...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듯한 느낌을 주는...”


“붉은 열매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 인데?”, “하하, 나도 그래...”, “일단 지혜의 탑으로 돌아가세... 자네도 많이 지쳤으니 내가 노를 젓기로 하지...” 호수가로 노를 저어나간 은빛 제일기사는 배를 호수관리 마우스에게 돌려주고 전동차에 올라탔습니다.


“우리 몸무게의 다섯 배라면 상당한 무게인데... 저 위에서 어떻게 내려 보낼 수 있을까?” 생명의 나무를 바라보던 은빛 제일기사가 중얼거렸습니다. “아주 길고 튼튼한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거야... 그것들을 나와 다른 박쥐 마우스들이 가지고 날아올라 가면 되고...”


“야! 그거 좋은 생각인데! 붉은악귀 모함이 완성되면 자네를 가장먼저 시승시켜 줄게...”, “핏, 마음한번 크게 쓰는 군...”, “어! 이친구가, 은빛 사령관님이나 원로 분들보다 먼저 자네를 시승 시키겠다는 얘기야... 이 만한 예우는 없다고 생각 하는데?”,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 눈물나게 고맙네...”


지혜의 탑으로 돌아온 두 제일기사는 먼저 생명의 나무에 관한 얘기를 박쥐원로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래... 제일 위에 있는 붉은 열매는 그대로 있고 아래에 있는 굵은 가지엔 열매가 달려있던 꼭지만 있었단 말이지?” 박쥐 제일기사의 이야기를 들은 박쥐원로의 얼굴빛이 밝아집니다.


“예, 그 붉은 열매는 아주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데 간신히 정신을 차렸습니다. 하마터면 아무 생각 없이 그 열매를 딸 뻔 했거든요”,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네... 자네가 그 열매를 땄다면 마플의 병을 고칠수 있는 희망을 따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뻔 했어...”


"예? 그 열매가 마플의 병을 낳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단 말씀인가요?", "그래... 자네들이 오기 조금전 시조마플께서 소식을 보내 오셨네... 마플의 증상으로 보아 생명의 나무에서 만년에 한번씩 여물어 아기 알 마우스 보금자리로 떨어지는 두개의 만년 메탈 중 하나만 섭취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하시더군..."

 

"만년메탈 중 아래에 있는 푸른색 열매는 음에 해당하는 땅의 기운을 듬뿍 담고 있고 위에 있는 붉은 열매는 하늘의 기운을 담아낸 열매야... 이것은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지... 아기 마플은 이 두 열매가 모두 아기 마우스들의 보금자리로 떨어져 내리는 시기에 맞추어 태어날 예정이었는데..."

 

"어둠 나라에서 우주의 빛을 가두어 암흑으로 변하자 땅의 기운을 계속 흡수할 수 있었던 푸른 열매는 제대로 여물어 예정된 시간에 떨어졌는데 우주의 빛이 없어 여물지 못한 붉은 열매는 필요한 우주의 빛을 공급받지 못해 가지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것이라고 하더군..."

 

"우주의 빛이 없는 여러달 동안 열매를 숙성시키는 것을 보류하고 열매에 있는 빛의 기운을 사용해 생명의 나무가 암흑기를 견디어 냈을 것이라던데... 그때 빛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한 탓에 우주의 빛을 되찾은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다 여물지 못한 모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