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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93,194,195

193,194,195

드디어 전술 경연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하는 자리라 이날 아침부터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공병 운송단을 선두로 각군 시범병력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철갑성 광장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임시막사에 모인 여섯 제일기사는 오랫만에 느긋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근 반년이 넘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군...”, “어둠 나라에서 생사를 같이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빛의 나라가 천지개벽 하듯 급속한 발전을 한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 걸...”,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 두 분은 검신합일 단계에 이르렀군요. 차고있는 검이 두분 기사의 일부라는 느낌이 자꾸 들다니...”


“자네도 그렇게 느꼈나? 검에서 기사의 기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 걸...” 검을 통해 심신을 수련하고 있는 기사들이라 언제나 화두는 하루가 다른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제일기사의 검세로 시작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자네들도 입신할 경지일 뿐인데 남의 일 얘기하듯 하는군?”


철갑 제일기사의 민망해 하는 한마디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나는 전차를 끌고 다니느라 언제 검을 잡아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금빛 제일기사가 호쾌하게 웃으며 철갑 제일기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 하는 말 아닙니까? 철갑 제일기사님이나 저처럼 하루 종일 검으로 살게 된다면 네분도 우리와 같은 검신합일이 멀지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푸른 기사가 철갑 제일기사를 거들었습니다. “예, 이번 전쟁이 끝나면 검으로 세상의 이치를 파해 볼 생각입니다.”


"허, 세상을 검으로 파해 이치를 깨닫는다? 그렇지요. 우주만물이 그 단면을 잘라 놓으면 일맥상통 하듯이 하나에 관하면 모든 것을 통찰하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검으로 끝을 보게 되면 세상 만물을 직관할 수 있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철갑 제일기사님 이나 저도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검으로 세상 잡념들을 쳐내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하, 전쟁이 끝나면 우리 모두가 득도를 하여 심오한 우주를 넘나들게 되겠군요.” 이말에 모든 기사들이 또 한번 웃어버립니다.


“자, 검 얘기는 이쯤하고 내일 전투력 시범을 통해 군전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봅시다.” 여섯 제일 기사들은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며 빛의 나라 군대전체를 총괄 지휘하게 될 전략사령부에 각군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자신들의 핵심 참모들을 파견해 전략을 조율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밤늦도록 중지를 모은 제일기사들은 내일 열리게 될 전투력 경연대회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습니다. 드디어 전투력 경연대회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국가원로와 군관계자 및 일반 마우스들이 철갑성 광장에 모여 들었습니다.


제일먼저 시범을 보이게 된 철갑 기사단이 광장에 들어서자 관람석을 가득 메운 마우스들의 환호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도열한 철갑 기사단 제일 앞에서 관람석을 향해 목례를 한 철갑 제일기사는 검을 빼어들어 시범개시 신호를 보냈습니다.

 

일제히 마주보며 대련 자세를 취한 기사들은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화려한 검세를 뿌려 댑니다. 삼백여명의 기사가 펼치는 집단대련에 압도당한 듯 관람석에서는 숨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빛의 나라가 건국된 이래 최초로 대규모 무술시범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무려 30분동안 쉴새없이 검을 휘두르던 철갑 기사단은 철갑 제일기사의 멈춤 신호와 함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대오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도열해 부동자세를 취했습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검술시범이 있었지만 자세 흐트러짐 없이 처음과 같은 부동자세로 서있는 철갑기사단을 보며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대단해, 보통 마우스 같으면 벌써 지쳐서 쓰러졌을 텐데...”, “과연 빛의 나라 최고 검술가인 철갑 제일기사가 양성한 기사단 답구만...” 한편 관람석 바로 아래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제일기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과연 철갑 제일기사로군...”, “역시 철갑 제일기사의 호홉법을 완벽하게 체득했군...” 중간 휴식시간을 활용해 광장 한쪽에 마련한 푸른 기사단의 간이 치료소에는 평소에 불편했던 몸을 치료하고자 민간 마우스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종 약초들을 활용한 정확한 처방으로 외상을 입은 마우스들의 통증이 가시고 당장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치료 효과를 보자 뛸 듯이 기뻐합니다. 장기 치료를 요하는 마우스들도 뛰어난 의술을 옆에서 지켜보며 의무병단의 처방을 귀담아 듣습니다.


이러한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자 간이 치료소로 몰려드는 마우스들이 늘어만 갑니다. 이 모습을 본 푸른 제일기사는 간이 치료소를 늘리고 의무병들을 대거 투입해 치료를 원하는 민간 마우스들 모두를 돌보아 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푸른 기사단에서 가장 검술이 뛰어난 두 기사를 내보내 검술시범을 보이도록 했습니다. 빛의 나라에 처음 모습을 보인 푸른 제일기사에게 커다란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관중들은 푸른 기사단의 뛰어난 의술이 증폭시킨 기대감으로 숨을 죽이고 대련에 나선 두 기사에게 시선을 고정 시켰습니다.


광장 가운데 마주서서 천천히 검을 맞겨눈 두 기사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전광석화 같은 칼놀림으로 상대방의 전신을 공격하는 동시에 빈틈없는 방어로 한치의 밀림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 1분 동안 두개의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쾌속한 검을 나누면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두 기사의 검세는 폭풍우를 부르는 듯 좌중을 압도해 갔습니다. 잠시 호홉을 고른 두 기사는 조금 전과는 달리 검을 비껴 내린 채 아주 느린 발걸음으로 상대의 허점을 탐색하기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호각지세라 10여분이 넘도록 원을 그리며 돌기만 하지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관중들조차 두 기사의 태산과 같은 기운에 짓눌려 손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모든 마우스들이 침묵으로 들어가자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지금과 같은 완벽한 방어자세에서는 먼저 공격해 들어가는 쪽이 오히려 허점을 노출하기 쉽기 때문에 지루한 기세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흡족한 표정으로 중지신호를 보낸 푸른 제일기사에 의해 승패 없이 대련이 끝났습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푸른 기사단의 검술 실력을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푸른 제일기사가 우리 철갑 제일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뛰어난 검술실력을 가지고 있다던데...”, “어둠 나라 건국 신화에서 전설의 무지개 검을 사용했다던 일곱 푸른 기사의 후예 중 한명이라고 하더군...”


“혹시 어둠왕의 제왕검 외에는 대적할 무기가 없다는 그 전설의 무지개 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만일 무지개 검을 가지고 있다면 벌써 소문이 나도 한참 났을거야...”, “하지만 푸른 기사의 후예가 아닌가? 틀림없이 가지고 있을 거야...”


관람석에 있는 마우스들은 푸른 기사단의 뛰어난 의술과 검술을 보며 검은장군이 가지고 있는 천하무적의 제왕검에 대적할 수 있는 전설의 무지개 검을 떠올리며 막연한 기대를 가져 봅니다. 어둠나라의 막강한 국력을 익히 알고있는 국민들의 심정이 막연한 희망을 부여잡고 있는 것입니다.


여섯 제일기사들이 바다를 거쳐 철갑성으로 들어오며 들렸던 지혜의 탑에서 박쥐원로의 권고로 무지개 검에 대한 것을 일체 비밀에 부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장소인 지혜의 탑 제일 위층에 보관해 놓았기 때문에 원로들과 군부의 핵심 마우스 외에는 이것에 대해 알고 있는 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야, 칼을 부딪히며 싸우는 것만이 검술은 아니구나... 완벽한 방어자세가 저렇게 멋있어 보일 줄은 몰랐는걸...” 붉은악귀 군단에서는 푸른 기사단이 보여준 방어검술이 단연 화제입니다. 함상에서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훈련했던 것이 방어는 깡그리 무시한 공격일변도의 육탄돌격 검술이었기 때문입니다.


휘하 기사들의 탄성을 뒤통수로 들으면서도 은빛 제일기사의 표정은 여유 만만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철갑 기사단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커다란 목소리로 대결을 신청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라? 우리 대장님이 왜 저러시지?”, “그러게... 아까 보니까 철갑 가사단의 검술실력은 우리와 차원이 다르던데...”


단순한 관람만으로도 실력차를 절감하고 있던 터라 붉은 악귀기사단의 사기는 그야말로 땅을 설설길 정도로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괜히 망신만 당하려고...” 볼멘소리로 투덜대면서도 은빛 제일기사의 호명을 받은 열명의 붉은 악귀기사들이 광장중앙으로 나갔습니다.


같은 숫자의 철갑 기사단도 칼을 뽑아들고 붉은 기사단과 마주섰습니다. 관중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붉은 철갑옷을 입은 붉은악귀 기사단의 출현에 적잖이 놀라 뭔가 새로운 능력을 가진 기사단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