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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철갑 기사단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해하는 붉은악귀 기사단의 모습을 보곤 폭소를 터뜨립니다. “하하하, 검술실력이 안되니 완벽한 무장으로 버텨 보겠다는 것인가?”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자 대기석에 있던 붉은 기사단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차마 앞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붉은악귀 갑옷을 입고 어떻게 돌아다니나...” 하지만 은빛 제일기사만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집단 대련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단단히 있는듯 호기롭게 대련을 신청한 때부터 싱글싱글 미소만 짓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엔 가벼운 상처만 입히고 붉은악귀 기사단을 제압하려고 손속을 두었던 철갑 기사단은 20분이 넘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어도 상대가 끄떡없자 있는 실력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칼이 베어낼 수 없는 붉은 악귀철갑이 모든 공격을 무력화 시켜 헛되이 체력만 낭비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태가 예기치 않은 쪽으로 흐르자 관람석 이곳저곳에서 의외의 결과에 흥분한 마우스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붉은악귀 기사단을 연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힘내라... 붉은 기사단!” 한수위인 상대의 날카로운 공격이 모두 무위에 그치자 자신감을 되찾은 붉은악귀 기사단이 드디어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방어실력은 형편없었지만 공격 일변도의 파상공세는 수준높은 방어력을 가진 철갑 기사단도 막아내기 힘들정도로 너무 패도적이라 이들이 반격에 나서 채 일분도 되지 않아 열명의 철갑 기사단 모두가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반쯤 얼이 빠져있는 철갑 기사단은 자신들을 다독거리는 철갑 제일기사에게 미안한 듯 변명을 합니다. “저 붉은 갑옷이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는 몰라도 아무리 공격해도 끄떡이 없더군요.” 이말을 들은 철갑 제일기사는 호쾌하게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저 붉은갑옷은 어떠한 칼로도 흠집하나 내지 못하는 것이라네... 자네들이 패한 것은 당연한 결과야... 역시 은빛 제일기사는 정말 대단해...” 의외의 반전에 관람석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습니다. “야! 칼로 아무리 공격해도 끄떡없는 갑옷이네...”
“하하하, 방어 실력은 어린애 수준인데 공격력은 가히 제일기사급 이로군...”, “와,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강력한 공격이 정말 멋있는 걸?” 붉은악귀 기사단은 곧이어 벌어진 진법 대결에서 푸른 기사단을 상대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붉은 악귀기사단의 위력을 지켜보았던 푸른 기사는 신중하게 엄선한 고수급 기사들을 진법대결에 내보냈습니다. 의외인 것은 당연히 자신들의 주특기인 파상공세로 기선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붉은 기사단이 차분히 마름모진을 형성하고 미동도 하지 않고있는 것이었습니다.
푸른 기사단은 상대의 진을 깨기 위해 마름모진의 가장 취약한 모서리 부분을 집중 공격했지만 빈틈없이 밀집한 붉은악귀 기사단의 갑옷과 적절한 방어를 위해 휘두르는 검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흩어져있을 때는 검 한번 막아내지 못해 온 몸으로 칼에 부딪히며 퍼렇게 멍이 들어 고생하던 붉은 악귀기사단입니다.
하지만 한데뭉치자 이들을 공격하기 위한 검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별힘 안들이고 적절히 휘두르는 칼에 자신들의 공격이 모두 막혀버리자 제일 기사급인 푸른 기사단의 기사들도 효과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하고 쩔쩔맬 뿐입니다.
“허허, 극에서 극이로군... 혼자 있을 땐 제대로 된 방어를 못했었는데 뭉치고 나니 공격할 수 있는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있어...” 푸른 기사단의 공격이 한차례 지나간 후 붉은악귀 기사단이 마름모진을 유지하며 공격으로 전환했습니다.
재빨리 이중방진을 형성한 푸른 기사단이 막아내려 했지만 칼뿐만이 아니라 무릎과 팔꿈치까지 사용해 가격해 들어오는 이중, 삼중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허무하게 중앙이 뚫려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붉은 악귀기사단은 온몸이 무기로군... 저런 공격을 당한다면 당해낼 기사가 몇이나 되겠나?”
금빛 제일기사는 박쥐 제일기사와 함께 붉은악귀 기사단의 놀라운 능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말 허를 찔러가는 전략의 귀재 답습니다. 지난 우주의 빛 회수때도 적들의 파상공세를 틈타 오히려 코앞까지 전진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던 대담한 공격을 지휘한 은빛 제일기사 입니다.
이들에게 다가온 푸른 기사가 한마디 합니다. "우리 검술 기사단과는 달리 배를 움직이고 관리해야 하는 기사단이라 방어는 붉은악귀 철갑에 맡기고 공격 일변도의 검술로 모자라는 훈련 시간을 극복해 내었군요. 정말 차기 작전참모 물망에 오를만한 뛰어난 분입니다.”
진법대결에서 붉은 기사단에게 무릎을 꿇은 푸른 기사단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붉은악귀 기사들의 철갑을 만져 보기도 하고 두드려 보기도 하며 자신들의 칼에 흠집하나 나있지 않은 것에 감탄을 연발합니다.
“이야, 정말 대단한 갑옷이로군요. 상당한 공력이 실려있는 우리의 칼에 맞고서도 흠집하나 없다니...”
뜻밖에도 다른 기사단의 선망어린 시선을 받게 된 붉은악귀 기사단은 은빛 제일기사의 혹독한 훈련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제일기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은빛 제일기사를 새삼스럽게 쳐다보았습니다.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수송단은 워낙 일반 마우스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시범대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을 거미줄처럼 이어놓은 차량의 정기노선을 대폭 증편하여 두시간에 한번씩 있던 것을 30분 간격으로 운영할 예정임을 공지 하였습니다.
이말을 들은 관람석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며 수송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뒤이어 푸른 기사가 연단에 올라가 마을마다 의료병단이 배치되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일시적인 치료에 멈추지 않고 마을 곳곳에 의료진이 배치할 것이라는 말에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빛의 나라 군사력 보강을 위해 건설현장에서 각종작업을 도와왔던 국민들은 그 혜택이 자신들의 편의로 돌아오자 단결력이 한층 더해집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은 금빛 제일기사의 전차군단 이었습니다. 금빛 제일기사가 신호를 보내자 옆에있던 박쥐 통신병이 전파를 발신했습니다.
잠시후 굉음을 내며 철갑성 안으로 들어선 세대의 전차가 광장으로 진입해 멈추어 섰습니다. 대포를 탑재한 집채만한 궤도차량의 위용이 보는 이들이 경탄을 자아냅니다. “야, 대포를 싣고 다니는 차량이네...”, “기동력이 상당히 뛰어나겠군... 일반대포는 전동차에 견인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아예 차량위에 얹어 놓았으니...”
이번엔 포탑이 360도 회전하며 포신을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동시에 우측 바퀴만 회전시켜 제자리에서 전차의 방향을 바꾸자 “와”하는 환호성이 광장에 메아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다니... 야~” 비로소 어둠나라의 거대한 전동차에 짖눌렸던 국민들의 패배감이 일시에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이어 45도 급경사로 만들어 놓은 커다란 흙더미를 거뜬히 넘어가자 어린 마우스들은 박수를 치며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작은 몸을 앞으로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와, 웬만한 산악 지형도 쉽게 다닐 수 있겠는걸...”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선 금빛 제일기사가 북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북쪽 관람석에 계신 분들을 성밖에 있는 바위산 계곡을 보십시오.” 철갑성 북쪽 3KM 지점엔 바위산 두개 사이로 계곡이 나있습니다. 이곳을 통과하면 북쪽 사막으로 질러갈 수가 있지만 이계곡 입구를 집채만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상당히 먼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북쪽 관람석에 있는 마우스들이 일제히 바위산을 바라보며 돌아앉자 모두 귀를 단단히 막고 있을 것을 당부한 후 발사 명령을 내렸습니다. “꽈광”하는 굉음이 울리며 세대의 포신에서 일제히 연기가 뿜어져 나온지 얼마 안 되어 바위산 계곡을 가로막고 있던 곳에서 포탄이 터지는 섬광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릅니다.
약 20분이 지나 흙먼지가 걷힌 곳엔 계곡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가 사라져 두손을 벌려 환영하는 듯한 양쪽 바위산이 계곡 건너편 사막을 아스라이 보여주며 서 있습니다. 축성된지 수만년이 지난 철갑성이라 성벽보수를 위해 필요한 모래를 구하러 바위산을 돌아 먼길을 오가던 철갑성의 마우스들이 가장 반색을 합니다.
각 군의 시범 경연을 대견한 표정으로 관람하던 원로들과 군부수뇌부는 세대의 전차가 하나의 표적을 동시에 명중시키는 것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허허, 저런 연합사격이 가능 하다니...”, “아무리 커다란 표적도 전차군단의 연합사격에 명중되면 저 바위처럼 가루가 되어 버리겠군...”
“그럴 수밖에요. 무리해서 어둠나라의 검은군단과 같은 전력을 갖추려 하다보면 그피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터인데... 그것을 염려한 우리 제일기사들이 국민들의 생활이 궁핍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해 휘하의 장병들과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어둠나라에서 온 푸른 제일기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립하게 될 각마을 단위의 병원은 평시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겠지만 전시엔 그곳이 부상당한 병력들을 치료하는 의료 거점이 될 것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마을에 설립된 병원에서 인근의 각종 약재들을 모아 목록과 재고량을 작성한 후 푸른 기사단에서 관리를 할 예정이랍니다. 이렇게 하면 각 지역의 특산 약재가 전국에 골고루 배정되어 모든 마을의 병원이 필요한 약재를 상시 구비하고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또한 병력면에서도 열세인 우리 빛의 나라에서 신속히 부상병을 치료해 원활한 병력 수급체계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우리에겐 군대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합심해야 간신히 이길 수 있을까 말까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젊은 제일기사들의 노력이 훌륭한 결실을 맺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 군요”
지혜의 탑을 지키느라 참석하지 못한 박쥐원로를 대신해 연단에 오른 철갑원로는 각군의 노력을 치하하고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면 검은군단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점점 커질 것 이라고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어둠나라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국민들을 한데 결집시켜준 뜻깊은 행사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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