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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래바람은 전차의 전후좌우에 부착된 송풍장치가 강력한 바람을 모래 바닥으로 뿜어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모래바람을 일부러 일으킨다고?”, "일종의 연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년이나 뒤쳐져 중무장을 시작한 만큼 전력이 크게 뒤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모래 바람으로 적의 시계를 가리게 되면 기동하고 있는 아군의 전차에 대한 정확한 표적공격이 불가능해 집니다. 반면 사막 곳곳에 숨어있는 박쥐 통신병들이 타전하는 적 전차에 대한 좌표가 이곳 통신사령실에 실시간으로 통보될 것입니다."
"앞으로 훈련할 기동중 이동표적 공격력만 확실히 갖추면 전력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전차군단장인 금빛 제일기사님의 복안입니다.", “그렇군... 육상전력만 으로는 너무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하니까... 역시 해군력이 유기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열세를 만회할 수 있겠어..."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박쥐 통신병이 은빛 제일기사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이제 훈련이 다 끝나가는 군요. 오셨다는 연락을 드릴까요?”, “어! 그래, 고맙네...” 박쥐 통신병이 통신실로 들어가 전파를 발신하는 동안 안에 있던 다른 통신병들이 하나둘씩 상황판과 자리를 정리하고 걸어 나왔습니다.
잠시 후 박쥐 통신병이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킵니다. 밖을 보니 모래바람을 빠져 나오고 있는 금빛 제일기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 금빛 제일기사는 은빛 제일기사를 발견했는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여러 달 만에 만난 두 제일기사는 굳은 악수를 나눈 후 전망이 탁트인 금빛 제일기사의 야영 막사에 마주 앉았습니다. “자넨 여전 하구만...”, “뭐, 자네도 그리 변한 게 없는 것 같으이...” 어둠나라에서 돌아오자 마자 각자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각지로 떠나있다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금빛 제일기사에게 바다에서 있었던 일과 박쥐 제일기사에 대한 얘기를 전해주던 은빛 제일기사는 고개를 돌려 모래 바람이 일고 있었던 곳을 쳐다보다 놀란 눈으로 말을 멈추었습니다. “자네 왜 그러는가?”, “저... 저런, 그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바람 속을 달리던 전차들이 대오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니...?”
“하하하, 눈 뜨면 하는 일인데 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모래 먼지가 자욱하던 사막 평원에는 자로잰 듯 정확한 간격으로 정렬해 있는 수많은 전차들을 정비하는 마우스 병사들이 보입니다. 전함을 건조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있던 사이 동료들 또한 깜짝 놀랄만한 성취를 하나씩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흐뭇합니다.
밤늦게까지 지나온 얘기들을 나눈 은빛 제일기사는 다음날 아침 일찍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 찌뿌등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입니다. 게슴츠레 뚠눈으로 문을 나서자 사막의 새벽이 모래위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문앞에서서 사막평원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리고 있는 활기찬 금빛 제일기사의 커다란 목소리에 맞추어 전차의 전동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져 남은 잠을 깨워 버렸습니다. “자네 이 꼭두새벽에 웬 소란인가?”, “꼭두새벽 이라니? 우린 매일 이시각에 훈련을 시작하는 걸!”
“난 이시간에 일어나 본 적이 없어... 더구나 쌓인 피로를 풀 겨를도 없이 이곳으로 달려온 나라고... 손님대접을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나?”, “아, 미안하네... 하지만 자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매일 실시하던 전차 군단의 새벽훈련을 거를 수는 없잖아!”
“으이구... 부지런한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 “자, 서둘러 식당으로 가자고... 늦으면 아침을 굶어야 한단 말씀이야...”, “자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군단장인 자네나 제일기사인 내가 식사 시간이 늦었다고 아침을 못 얻어먹는 단 말인가?”
“그럼, 물론이지! 우리 전차군단 에서는 어느 누구도 정해진 규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어. 나도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해 굶는 게 다반사라고...”, “하하하, 대단하군... 명령권자들이 그정도로 솔선수범 한다면 군의 기강 하나는 확실 하겠는 걸?”
“그래, 200여대의 전차가 한치도 보이지 않는 모래먼지 속에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려면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네... 저 200대 중 단 한대라도 잘못 움직이면 곧바로 대원들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지...”
“딴은 그렇기도 한데... 빨리 가세... 아침도 못 먹고 하루를 시작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하하, 끼니 거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줄 몰랐는걸?”, “잠이야 짬나는 대로 자면 되지 뭘... 아무튼 굶기는 싫어, 싫다고...”, 일반 병사들속에 섞여 식판에 담아온 음식을 서둘러 해치운 두 제일기사는 1호 전차에 탑승했습니다.
“이게 전차의 내부야... 1호 전차의 지휘관은 나야... 전차군단 최고의 실력자들이 탑승하는 전차라네... 험!”, "자기 자랑을 그렇게 당당하게 하나? 듣기 거북하다고...", “뭐, 사실인걸... 자네만 빼고 모두 인정하는~!”, “당연한 소릴 하네... 최상급자인 자네 허풍에 반박할 간 큰 부하가 있을 리 있나?”
“하하하, 딴은 그렇군... 모두 이친구 얘기를 들었겠지?”, “예!” 금빛 제일기사의 물음에 탑승자 전원이 일제히 대답합니다. “자, 우리 1호 전차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동포격술을 보여 주자고... 땅에 떨어진 전차군단의 위신을 되찾아야지?”
각자 자기의 위치로 간 승무원들은 바깥을 볼수있는 조준경을 모두닫고 전속력으로 전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약 10여분 후 통신 사령실과 생체전파 송수신을 시작한 박쥐통신병이 일분단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표적의 위치와 속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조준병은 이에 맞추어 포신의 각도를 1분 단위로 조정해 들어갑니다. 약 3분이 지나자 표적 조준이 완료 되었다는 신호를 금빛 제일기사에게 보냈습니다. 은빛 제일기사를 돌아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은 금빛 제일기사는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해치를 열고 위로 올라가게... 진행방향 좌측 15도 각도 1KM 지점에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는 표적이 있어... 정확히 1분후 단 한발의 포탄으로 박살나는 것을 보게 될 거야...” 해치를 열고 위로 올라가보니 모래 평원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전차에 맞 부딪혀오는 바람이 제법 거셉니다.
전차 후미엔 출발 지점부터 이어져 뭉게구름처럼 일어나고 있는 흙모래 먼지가 쉬지않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포신을 따라 금빛 제일기사가 일러준 전방 좌측 15도 방향을 보니 1KM 거리에 거의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전동차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재빨리 금빛 제일기사가 건네준 망원경을 들어 초점을 맞추니 표적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 사이 변동되는 표적의 위치에 맞추어 조금씩 움직이던 포탑에 강력한 충격이 전달되며 “콰쾅”하는 굉음이 포신을 빠져나와 표적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져 버리고 표적에 명중된 포탄이 뿜어내는 폭발 섬광만이 고요한 정적속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은빛 제일기사는 발을 잡아끄는 금빛 제일기사를 내려다보며 정신을 수습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열심히 떠들어대는 금빛 제일기사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입을 열어 금빛 제일기사를 불러 보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있습니다. 괴성을 지르며 당황해 하는 은빛 제일기사를 보고 있던 금빛 제일기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은빛 제일기사를 끌어내려 자리에 앉혔습니다.
무려 20여분이 지나서야 청력이 회복된 은빛 제일기사는 아직도 멍한 귀를 쓰다듬으며 모기만한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휴, 귀머거리가 되는 줄 알았네...” 이 말을 들은 금빛 제일기사가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더듬더듬 상황을 설명해 갔습니다.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귀마개를 준다는 것을 그만 깜빡했지 뭔가...”, “?, 그럼 자네들은 폭발음을 견딜 만큼 훈련된 것이 아니라 귀마개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 그렇지, 어떻게 그 엄청난 포탄발사음을 맨 귀로 감당 하겠나?”
“그렇다면 미리 귀뜸을 해 주었어야지”, “미안해, 자네가 비웃는 바람에... 우리의 멋진 기동사격술이 결코 허풍이 아니란 걸 보여 주는데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흠~ 흐흐흐... 내 요구를 들어주면 흔쾌히 용서해줄 용의가 있긴 하지...”
“뭐, 번개놀이 하는 개구장이 돌보는 일만 아니라면...” 금빛 제일기사는 벼락 맞은 박쥐 제일기사를 떠올리며 마지못한 표정으로 은빛 제일기사의 요구에 조건을 붙입니다. "“하하하... 괘씸죄로 따지면 한 일년 번개구이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지만... 기동사격술 이라는 게 정말 대단해... 내 인정함세..."
"실은 이번에 건조되는 어미 악귀급 철갑선에 초대형포를 장착할 예정이야... 해안에 근접한 거리에서 빛의 나라 1/3을 사거리로 둘 수 있는... 위에서 구경하면서 생각한 건데 전차군단의 기동사격술을 우리 함대에 가르쳐 줄 수 없겠나? 그렇게 해주면 나를 귀머거리로 만들뻔한 일은 깨끗이 잊어줄게...”
“끄응... 자네가 코웃음 치던 우리 비장의 사격술을 맨입으로 가르쳐 달라고? 이 사격술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 전차군단이 쏟아 부은 시간이 무려 여섯 달이야... 아까 보았던 그 자동이동 표적도 여기 있는 이 친구들이 밤을 세워가며 만들어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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