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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78,179,180

178,179,180

“하하하, 며칠 소홀히 대했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아기 마플의 박쥐 아빠에 대한 애정표현이 너무 과격 하군요.” 둘이 그렇게 웃는 사이 응접실 문이 열리며 머리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박쥐제일기사가 아기 마플을 안아들고 나왔습니다.


전혀 벼락세례를 퍼부을 것 같지않은 순진한 눈망울로 생글생글 웃는 아기 마플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합니다. 양손으로 십자가를 끌어안고 박쥐 제일기사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마플은 처음 보는 은빛 제일기사에게 시선을 고정시켰습니다.


아기 마플과 눈이 마주친 은빛 제일기사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마주 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항해때 망망대해 위에서 바다라는 거대한 존재를 통해 느꼈던 무력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저 아이는 무언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군...”


내심 시조마플이 가지고 있다는 전능을 그 후손인 꼬마 마플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꼬마 마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은빛 제일기사에게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모습으로 박쥐 제일기사가 말을 건네었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다이아몬드 기사도 사막 기지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박쥐 통신병들의 연락을 받았나?”,
“아니 내게 직접 온 것은 아니고... 통신병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감청해서 알아낸 것이지...”, “감청? 이 근처에는 통신 기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 생체 전파를 감지 하기엔 너무 먼거리 아닌가?”


“맞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빛의 나라 곳곳에서 발생하는 생체 전파들이 속속들이 감지되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야...”, “자네 박쥐 마우스족의 생체 전파는 단파라 멀리가지 못할뿐더러 가청능력 또한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지 않나?”


“얼마 전까진 나도 그 능력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꼬마 마플의 번개를 맞고 난 이후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 했어...”, “후훗, 마플의 선물은 번개가 아니라 그 뛰어난 전파 감지력 이로군...”, “그래서 이 녀석의 번개를 필사적으로 피하지 않고 있는거야...”


“자네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게... 꼬마 마플의 번개강도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은데...”, “하하하, 걱정 마시게.... 나도 내성이 길러져 견딜만 하이...”, “아무튼 몸조심 하게... 자네에게만 무료한 일을 떠맡긴 것 같아 미안하이...”


“훗, 수일내로 저앞에 통신병 양성소가 세워질 예정이야... 건물은 거의다 지어졌고 각지에서 자원한 박쥐 마우스들이 이곳에서 내가 고안한 암호화된 통신기법을 배우게 될 거야...”, “언제 그런 걸 준비했나?” 은빛 제일기사가 놀라운 듯 박쥐제일기사 앞으로 다가 섰습니다.

 

“어둠 나라에서 적들과 대치했을때 급조한 암호체계로 포격목표를 타전 했었지만 전체 전황을 세세히 파악하고 통제하기엔 역부족 이란걸 절감했었지... 어차피 저들에게도 박쥐 통신병이 있으니 평문으로 통신 한다는 것은 감청 위험이 너무 높지 않은가? 자네들이 군 재편성에 분주한데 나만 한가로이 있을 수는 없었지...”


“역시... 한가로이 아기 마우스나 보고 있을 자네가 아니지... 통신병 양성소라면 상당한 규모 같은데... 어느 정도 규모인가?”, “음, 1차 교육은 통신장교를 중심으로 실시될 거야... 내가 만들어낸 암호체계를 습득한 통신장교들이 교관이 되어 6개월 단위로 100명씩 정규 통신병을 양성할 예정이네...”


"대단한 규모로군...", “1차 배출된 통신병들은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기존 통신병들과 교체배치되고 기존 통신병들이 이곳에 입교해 훈련과정을 이수하면 빛의 나라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각지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지..."

 

"더나아가 이동하는 모든 차량 및 선박에 탑승해서 유기적인 작전 수행을 돕게될 예정이야...”, “흠... 그렇게 된다면 전력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겠군...”, “만약 내 능력이 증대되어 앉은 자리에서 전역의 전파를 변별해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든 전력을 지휘할 수 있게 될 거야..."

 

"이미 내가 포함된 전략사령부가 구성되어 다가오는 전쟁에 대한 각종 예상을 토대로 대응 전력을 수립하고 있다네... 자네들이 창설한 전차 군단이나 해군력, 그리고 각 기사단이 통신망을 통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어둠나라의 은하파괴무기를 무력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네...”


“호, 정말 대단하군... 그래서 일부러 번개를 맞고 있는 것이었군 그래?”, “음, 내가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빛의 나라 전역을 아우를 수 있는 전파탐지 능력을 갖추어야만 이 모든 계획이 완성 되네...”, “일반 박쥐 통신병의 전파력도 자네처럼 향상될 수 있을까?”


"훈련을 거치면 20% 정도 높아질 수는 있지만 나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적용하지 않을 생각이야...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으니... 지금도 머릿속에 각지에서 발신되는 전파들이 뒤엉켜 들어와 미칠 지경이라고..."

 

"게다가 그것들을 일일이 구분해내서 한개의 전파만 잡아 청취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어 버려... 최종 목표는 다중전파를 한꺼번에 감지해 동시에 해독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인데 그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 했지만 아직 다섯개 이상은 무리야...”, “동시에 다섯곳에서 발신 되어온 전파를 해독할 수 있단 말인가?”


"음... 보통 박쥐 통신병은 두개까지 동시 청취가 가능한데 내가 채용한 방식은 각지에서 발신된 전파들의 특성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지... 우선 머릿속에 수신된 전파들의 거리와 위치별로 수신 좌표를 설정해 두고 그 곳에 수신되는 내용들을 분리해 저장해 놓은 후 해독에 들어가는 것이야..."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로부터 배운 호홉수련을 계속 하다보니 몸속의 기 뿐만 아니라 머릿속의 사고력 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더군... 그래서 시험삼아 여러 개의 전파를 동시에 잡아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니 다섯 개 까지 가능해 지더라고..."

 

"그렇다고 모든전파를 다 수용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암호 전문을 발신할 때 수신자와 발신자, 그리고 1.2.3급으로 정보 중요도를 앞부분에 타전하는 방식이야... 모든 전파가 각지에 배치된 통신병들의 중계를 거쳐 수신 처로 가게 되지..."

 

"고정배치 된 중계 통신병들의 배치도를 가지고 숙지해 두면 최단 경유로를 통해 수신자에게 전파가 배달되게 되는 것이지... 나는 이 모든 사항을 지켜보다 이상이 있거나 전략 사령부에서 검토해야할 내용이 감지되면 전파병들의 배치를 조정하고 작전변경 및 수정에 필요한 현장상황을 사령부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려고해...”


“흠, 은하파괴 무기만 무력화 시킬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한 전쟁이 되겠군...”, “그래, 전혀 승산이 없는 전쟁은 아니지... 전략사령부가 전체 전세를 조정해 가겠지만 승패는 직접 맞부딪히는 전장에서 결정되네... 각 부대들도 부단히 개별전술 개발에 힘써야 할 거야...”


"하하하, 언제 기회가 된다면 우리 붉은 기사단의 철갑 돌격술을 보여주지... 아마 후한 점수를 줘야 할 거야...”, “붉은 기사단의 철갑 돌격술이라...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가 양성하는 기사단과 대적이 가능할지 모르겠군... 전해 듣기론 기사단 전원이 우리 제일기사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던데..."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라면 능히 우리 수준까지 기사들의 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겠지... 하지만 실전 위주의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붉은 철갑기사들의 능력을 상대할 수 있을까?", “?... 그 정도란 말인가?”, “하하하, 내 장담하네만 접근전에서 붉은 철갑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무지개 검 밖에없어...”


“허, 최강 무지개검 외엔 제압 할 수가 없다?”, “그래, 무지개검을 소지한 우리 제일기사와 제왕검을 가지고 있는 검은장군 외엔 맞겨룰 수 있는 검객이 없다고 보네...”, “그냥 큰소리칠 자네가 아니니... 도대체 어떤 돌격검술인지 한번 구경해보고 싶군...”


“앞으로 두달남짓 육지에 머물 예정이야... 떠나기 전에 푸른 기사가 양성한 푸른 기사단과 철갑 제일기사의 철갑 기사단을 상대로 검을 겨루게 될 걸세... 이왕이면 금빛 제일기사의 휘하에 있는 전차군단의 전술 시범도 한꺼번에 본다면 자네의 전술 구상에 필요한 아군의 전투력을 모두 점검해 볼 수 있지 않겠나?”


“그거 좋은 생각이인데? 대략 보름정도 후 철갑성에서 전략사령부 주관으로 전투력 시범 경연을 열도록 하지...”, “일반 마우스들에게도 개방해 어둠나라에 필적하는 각군의 시범을 관전하게 한다면 침체된 국민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좋지, 우리 빛의 나라가 희망을 되찾는 뜻 깊은 날이 되겠는 걸~”


대기하고 있던 전동차에 탑승한 은빛 제일기사는 보름후를 기약하고 금빛 제일기사가 있는 사막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틀을 꼬박 달려 나타나기 시작한 사막은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멀리서 차를 향해 다가오는 모래 언덕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약 한시간 정도 달려 모래언덕을 넘자 드넓은 모래평원을 가로질러 흙먼지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따금씩 전후좌우로 이동하는 흙먼지를 뚫고 포성이 들려오며 흙먼지 속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모래둔덕에 세워진 깃발을 폭파 시키고 있습니다.


모래언덕 중턱에 있는 막사로 들어선 은빛 제일기사는 박쥐 통신병을 불러 금빛 제일기사의 위치를 물었습니다. “지금 저 모래바람 속에서 훈련을 지휘중이십니다.” “흠, 흙먼지는 전차들이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것이로군?” "예, 전차군단 소속 전차가 모두 투입된 기동전술 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