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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50,151,152

150,151,152

“자네 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 것인가?” 수색 대장인 마우스가 정색을 하며 갑판병을 나무랐습니다. “대장님... 이쪽으로 오셔서 저것 좀 보십시오. 번개가 움직이는데요?” 이말에 갑판병 곁으로 모여든 마우스들은 아무것도 없는 바다와 갑판병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손에 쥐고있던 나머지 금속알 하나를 높이 치켜든 갑판병이 나직히 말했습니다. “이걸 잘 보세요.” 그러더니 바다로 금속알을 던져 넣었습니다. 금속알이 바다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십개의 전기 불꽃이 폭사되어 눈깜짝할 사이에 삼켜 버리고 다시 폭풍속으로 사라집니다.


“저... 저게 뭐지... 번개가 살아 움직인단 말인가?” 하루종일 바다폭풍만 바라보던 갑판병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식량창고로 내려갔습니다. 밧줄과 빈 유리물통을 갑판으로 가지고 올라온 갑판병은 밧줄로 유리물통을 묶은후 제법 묵직한 돌에 매단 금속알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런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바닷물을 가득채운 후 조심스레 갑판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리병이 바다물속에 완전히 잠기자 모든 마우스들이 갑판으로 몰려와 무슨일이 일어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습니다. 얼마 안되어 수십개의 전기불꽃 줄기가 나는 듯 다가오더니 유리병 속으로 다투어 들어 갔습니다.


갑판병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밧줄을 잡아당기며 유리병을 바닷물 속에서 끌어 올렸습니다. 전기불꽃들이 놀란듯 유리병속에서 마구 뒤엉키더니 하나둘씩 빠져나와 바다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갑판위로 끌어올린 유리병을 살펴보니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나인 것으로 보이는 전기불꽃이 예의 푸르스름한 빛 대신 경계하는 듯한 불그스름한 빛을 내뿜으며 천천히 유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마우스들이 다가와 신가한 듯 쳐다보고 있는데 이들중 한명이 물통속으로 손을 접어 넣었습니다.


그러자 물통전체에 강력한 고압이 지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푸른불꽃을 튀기더니 마우스의 손을 타고 전신을 휘감았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갑판위를 뒹굴던 마우스가 잠시 후 정신을 잃은 듯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정말 강력한 전기로군... 모두들 조심하게...”


금속알을 살펴보니 매어 놓았던 끈만 보일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정말 강력한 전기로군... 모두들 조심하게...” 갑판병이 금속알을 다시 넣어주니 신이난듯 눈깜짝할 사이에 모두 먹어 치웁니다. “금속알을 정말 좋아 하는군... 사로잡혀 있는 생명체 치고는 너무 활달한데... 조금도 주눅이 안든것 같단 말씀이야”


갑판 한층아래에 있는 자신의 침상 천장에 정성스레 유리물통을 걸어놓은 갑판병은 틈이 날때마다 전기생명체를 보러 내려갔습니다. 가끔 물도 갈아주고 정기적으로 금속알을 주며 이런저런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한달이 지나자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온화한 연한 파란색을 보여줍니다.

 

또한, 음울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화가났을 때 보여 주는 붉은색 빛으로 변합니다. 마치 자신의 말을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아 친밀감이 더해진 갑판병은 주요 식량인 금속알이 너무많이 소모된다는 주위의 지적이 있자 자신의 몫을 모두 전기 생명체에게 주고 이제는 질려버린 생선구이를 군말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감복한 동료들은 자신들의 몫을 나누어 갑판병의 식탁위에 놓아주곤 했습니다. 어느날 갑판병을 찾은 수색대장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전기 생명체의 상태는 어떤가?”, “예, 아주 건강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강력한 전기를 발산하고 있나?”, “예”


“그정도의 전압이면 이배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원이 될수 있을까? 배의 후미에 물을 밀어낼 수 있는 장치를 하고 생체전기를 연결하면 훌륭한 추진 장치가 될 것 같은데...”, “강력하긴 하지만 그정도의 추진장치를 움직이기엔 무리일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본진에서는 이배의 열배도 더되는 대형전함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을 움직이는 동력원이 없어 고민이야... 어둠나라처럼 극초미립자 광산이 있어서 에너지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수용 물질만 양산할 수 있으면 정말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게 될텐데..."

 

"자네도 알다시피 물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추진장치는 과학자 마우스들이 고안해 놓은지 오래야... 저한마리로 부족하면 아주 여러마리를 잡아 그 생체전기를 사용하면 될 것 같은데...” 대형전함을 어떻게 빛의나라로 끌고가야 하는지 방법을 찾고있던 수색대장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도 그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우리가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는 저 친구가 화가 났을때만 잠깐 발산되고 사라집니다. 평상시의 전기 방출량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이 말에 갑판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색대장이 비로서 빙그레 웃습니다.


“상당히 세심하게 관찰 했군 그래?”, “예! 만약 저 전기생명체가 다자란 성체가 아니라면 생각하시는 방법이...", "그렇지... 바로 그거야... 만약 저것보다 더 커다란 전기 생명체라면 우리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닙니다. 저친구가 다자란 성체인지 아직 덜 성장한 상태인지는...”, “하하하...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하나? 전기 생명체를 생포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낚시를 적당히 이용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야!”, “...?”


다음날 가장 튼튼한 낚시줄에 금속알을 미끼로 매단 수색대장은 바다물속에 잠깐 담갔다 전기 불꽃들의 쏟아져 나오자 재빨리 수면높이 들어올렸습니다. 그러자 유리물통에 있는 전기생명체의 대여섯배 크기나 되는 커다란 전기 생명체들이 수면위로 뛰어올라 금속알을 잡아채 물속으로 달아났습니다.


“하하하, 유리병 속에 있는 녀석은 꼬마 전기생명체 였군...” 낚시대를 끌어올린 수색대장은 갑판병을 바라보면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가 내려놓은 낚시줄 끝을 보니 낚시바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낚시줄이 끊긴 것 같은데요?”


“아니야! 그냥 금속알만 살짝 묶어 놓았었네... 낚시로 잡아 올릴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존재인데 상처를 입힐 수 있나?” 검은 운무가 뒤엉키며 번개를 뿜어내고 있는 바다폭풍을 바라보던 수색대장은 갑판병을 불러 사로잡혀있는 전기 생명체를 놓아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갑판병의 인사에 화답하듯 붉은색 전기불꽃을 발산합니다. 들고 있던 유리물통을 뒤집어 쏟아버리자 물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 내린 전기불꽃은 배아래에서 빙빙 돌기만 할뿐 도무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저친구가 자네와 정이 많이든 모양이로군... 유리 물통을 내려보내 보게...” 유리물통이 수면에 잠기자 전기 불꽃이 그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립니다. 유리물통을 끌어 올리니 자신을 바라보는 갑판병이 반가운 듯 푸른 빛을 내뿜으며 춤추듯 움직입니다.


“이제 자네가 저친구를 책임져야 할것 같은데... 상당한 지능이 있는 생명체 같기도 하고 볼수록 흥미로운 존재야...” 본진을 떠나 정찰을 시작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바다폭풍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마우스들은 무료함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갑판병만은 날이 갈수록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전기 생명체의 반응에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극진히 보살피고 있습니다. 다시 한달이 지나자 적재했던 식량의 반이 채남지 않았습니다. 본진으로 돌아갈 결심을 굳힌 수색대장은 항로를 돌리도록 지시했습니다.

 

막 배의 방향이 돌아가는 순간 망루위에서 전방을 주시하던 마우스가 갑판을 내려다보며 소리칩니다. “저쪽에 바다폭풍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데요?” 급히 망루로 올라간 수색대장이 망원경을 이용해 바라보니 자신들이 직선으로 따라온 바다 폭풍이 왼쪽으로 급격히 꺾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시 항로를 돌려 꺾여진 폭풍의 측면을 돌며 측정해보니 완만한 곡선으로 보름거리의 길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분명 중간부분이 불룩하게 튀어 나온 것 같은데...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이곳이 폭풍의 진원지인 중심부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닌게 아니라 그들이 지나온 다른 곳보다 운무의 움직임이 빠르고 바람또한 외곽에서 폭풍쪽으로 심하게 불고있습니다.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돛을 내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폭풍쪽으로 밀려들어 갔을 것입니다. “여기서 더 전진하는 것은 무리야...”


회항결정을 내리고 배를 돌리는 순간 바다폭풍 쪽에서 고막을 찢는 벼락소리가 들려오며 거센 바람을 몰고온 파도가 폭풍을 향해 밀려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폭풍쪽을 보니 검은구름이 서로 뒤엉켜 점점 커지면서 배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깜짝놀란 마우스들은 배의 방향을 틀며 힘을다해 노를 저었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커다란 파도로 뱃전을 때려 폭풍이 배를 집어삼키도록 밀어버렸습니다. 폭풍 중간지대로 빨려들어간 철갑선은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파도에 얹혀 하늘높이 치솟아 올랐다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