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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전기 생명체가 지나간 방향엔 아직도 물살의 골이 그뒤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그자리를 따라 노를 저어가며 앞으로 나가다 보니 검은구름이 앞을 가로막아 섭니다. “이상하다. 바깥쪽은 내리 꽂히는 번개로 발디딜틈이 없는데 안쪽은 바람 한점없이 고요하다니...”
망설인 끝에 구름속으로 진입한 마우스들은 선실에 있던 발광 다이아몬드들을 모두 꺼내와 배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돛대에 걸어 놓았습니다.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시계가 확보됩니다. 검은구름을 헤치고 전기 생명체의 물자취를 따라 삼십여분을 들어가니 완만한 모래사장이 나왔습니다.
“이야... 꼭 고향에 온 기분인 걸...”, “그런데 전기 생명체의 흔적이 해안에서 끊겨 버렸네...” 갑판병의 지적대로 물길 흔적은 있지만 모래 위에는 그 어느 것도 지나간 흔적이 전혀 없는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물결이 비질하고 간 무늬위에 발을 내디딘 마우스들은 대열을 정비해 발광 다이아몬드를 높이 치켜들고 한발씩 도장을 찍으며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해안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 마우스들을 이미 고목이 되어버린 금속나무들이 두손을 들어올린듯 줄기위로 힘차게 치켜올린 앙상한 가지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죽은 나무치곤 꽤나 씩씩한 모습을 하고 있군...” 마우스 한명이 장난스레 금속나무를 주먹으로 두드리니 쇳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옵니다. “와, 이나무들은 수분증발이 완료된 일급 목재들이로군 그래...” 숨이 턱에찰 정도로 가파를 산중턱까지 기어오르는데 성공한 마우스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 삭막한 곳에 생명이 살고 있기나 할까요?”,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기 생명체가 살고있는 건 확실하지 않나?”, “그나저나 그 거대한 덩치가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 “그러게 말이야... 지나간 흔적이라도 있어야 찾아 볼 텐데...”
다시 반나절을 더 올라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끝이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산이 이렇게 높아... 밝은곳 이라면 정상이 어디쯤인지 알기나 하련만...” 오르다 오르다 지쳐버린 마우스들은 더 오르길 포기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한참을 쉰후 바위를 돌아서니 험준했던 산세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드넓은 호수로 변하며 마우스들을 맞이합니다. 호수라고 하기엔 그규모가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물밖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지만 바로 몇시간 전 보았던 전기 생명체에서 나는 푸른 전기불꽃과 똑같은 색의 빛이 은은히 호수 내면에서 발산되고 있습니다.
호수면에 막힌 듯 더이상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하는 푸른빛이 담겨진 호수는 마우스들이 서있는 곳에서 시작해 아득히 먼곳에서 끝나고 있습니다. “이곳이 아까 보았던 전기 생명체의 서식지로군... 이런 규모의 호수라면 그 커다란 덩치를 품어 주고도 남겠지...”
“제 생각에는... 아주 여러마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라고 보기엔 호수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모두 호수에 손을 담그거나 돌을 던지는 따위의 행동을 삼가도록... 이곳은 전기 생명체의 서식지야..."
"자신의구역이 침범당하면 어떤 생명이든 보호본능이 발동해 공격해 들어올 가능성이 높으니...", “예, 알겠습니다.” 모든 일행에게 주의를 당부한 함장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가장높은 바위로 올라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망원경을 꺼내들었습니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세심히 살펴보던 함장이 움직임을 멈추고 한곳을 뚫어지게 응시합니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거리에 은은한 금빛이 감도는 절벽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저쪽에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 있는데... 절벽 아래 부분에 상당량의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여...”
위치를 재차 가늠한 함장은 걸음을 재촉해 절벽쪽으로 출발했습니다. 따듯한 바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그리 춥지는 않지만 절벽이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당히 평평한 곳에 짐을 풀고 야영을 한 마우스들은 다음날 일찍 출발해 정오가 되어서야 절벽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낮과 밤이 없어졌지만 모래시계를 사용해 시간을 가늠해 볼수 있습니다. 모퉁이를 돌아 절벽입구로 들어서니 자신들이 타고온 붉은악귀 전함의 악귀몸톰 긁기의 황금빛 물체가 동굴바닥에 길게 이어져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몸체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동굴 중간쯤 높이에 두개의 기다란 황금 수염이 좌우로 늘어져 있고 그 윗쪽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커다란 두눈이 마우스들의 영혼을 빨아들일 듯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마우스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습니니다.
하지만 함장과 갑판병만은 폭사해 오는 황금빛 안광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마주보고 서있습니다. 그런데 함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갑판병 쪽으로 고개를 움직인 황금 생명체가 조용하지만 천근의 무게가 실린 목소리로 물어 옵니다.
“마우스들이 이곳에 무슨 볼일이 있어 찾아 왔는가? 수만년을 살아온 내눈빛을 그대로 받아 내다니... 흥미롭군... 저친구야 체내의 기력을 단련해서 그렇다고 치고... 자네는 쌓아놓은 내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내가 두렵지 않은가?”
“전... 당신과 같은 푸른 전기 생명체를 친구로 두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뿜는 기운이 제친구와 비슷하게 따듯한 느낌을 주는 군요”, “푸른 전기 생명체?”, “예... 우리들은 당신들을 전기 생명체라 부르고 있습니다.”, “허허, 재미있는 이름을 가져다 붙였군...”
“우리 방식대로 별칭한 것입니다. 어떻게 부르는 것이 맞는 것입니까?”, “우리는 용이라는 생명체지... 마우스와 친구가 된 용이 있다니... 나 이외에는 마우스와 교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폭풍 바깥쪽에서 금속알을 이용해 생포한 아주작은 아기용이 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기용을 생포해?” 갑자기 황금빛 생명체의 음성이 무거워 집니다. “예, 나중에 바다로 놓아 보냈는데 돌아가질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돌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 같은 행동을 많이 보이곤 했는데... 우리말을 하는 당신을 보니 정말 알아들었던 것이로군요?”
“그래... 아기용이 친근감을 느낀 이유가 있었군... 자넨 타고난 심성이 너무 고와서 다른 생명체 들이 자네 영혼이 내뿜고 있는 이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 그러니 살의가 없는 내 눈빛이 두렵지 않았을 테고...” 궁금증이 풀린 황금빛용이 함장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자네가 인솔자 인것같군...”, “예, 그렇습니다. 말씀도중 마우스와 교류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아... 아주 오래전이었지... 한 만년 쯤 되었나...?” 그시절이 그리운 듯 미소를 머금은 황금빛용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예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북극행성에 생명체가 나타날 무렵 출현한 용들은 극초미립자 중 빛의 나라에 있는 지혜의 돌과 같은 성분을 바다 속에서 끌어 모아 몸체를 형성하는 가장 원시적 이지만 하나행성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로 탄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일체 다른 생명체들을 잡아먹지 않고 온화한 마음으로 정신력을 발전시켜 일정한 경지에 오른 생명체 에게만 흡수되는 기억수용 극초미립자를 수천년동안 체내에 축적해 마우스 보다 작은 몸체로 태어났지만 종국엔 수만배의 성체로 자라난다고 합니다.
다만, 몸의 형체가 바다속 에서만 유지될 뿐 물밖에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몸을 형성하고 있는 극초미립자들이 흩어져 생명을 다하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성체가된 용들은 다시 수천년동안 공을 들여 물속에 녹아있는 에너지 수용 극 초미립자를 오른쪽 앞발에 끌어 모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구슬모양의 극초미립자 덩어리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이 극초미립자 구슬에 번개 에너지를 가득 담아 기억 수용체라 에너지를 담을 수 없는 신체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용들은 이 구슬을 여의주라 부르고 있습니다.
여의주를 손에 넣은 용은 번개 에너지를 끌어내어 신체를 이루고 있는 극초미립자의 결속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후 물위에 장시간 떠 있으면서 물밖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시험한 후 별 이상이 없자 가장 커다란 구름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거꾸로 타고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일만년 전 비로소 다섯 마리의 용들이 처음 바다를 벗어나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게 된 것입니다. 물밖에서 살수있게 된 용들의 표피는 여의주에서 흘러나와 몸 전체에 흐르고 있는 번개 에너지가 공기중의 에너지 수용 극초미립자를 흡수하여 점차 찬연한 황금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이후 모든용들의 소원은 여의주를 만들어 승천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용들이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동안 육지 쪽에서 아주작은 몸체지만 강철같은 날개를 가진 생명체가 가끔 이곳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서로 마주친 적도 있었지만 별다른 대화없이 다른생명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길을 비켜주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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