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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53,154,155

153,154,155

갑판위에 있던 모든 물자들은 이미 바다가 집어삼켜 버렸고 선실로 대피해 있는 마우스들 또한 내부에 있는 짐들과 함께 이리저리 뒹굴어 성한곳이 한군데도 없습니다. 그 와중에 돛대가 부러지며 배옆부분을 강타했지만 워낙 튼튼한 악귀의 철갑몸체 인지라 그런대로 꿋꿋이 악천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배의 요동이 심하지 않은 틈을타 물자가 들어있지 않은 빈선실로 하나둘씩 모여든 마우스들은 기둥에 몸을 묶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이나 더 버틸수 있을지 거대한 자연의 힘앞에 단일초앞도 예측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입니다.


빛 한줄기 없는 캄캄한 폭풍우속이지만 선실마다 천장에 달아놓은 발광 다이아몬드 덕에 그나마 공포감이 덜 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식사는커녕 몸을 지탱하기 위해 기둥에 몸을 묶고 매달려 있기 급급한 마우스들은 탈진한 체력으로 정신을 붙잡기 위해 갖은애를 써봅니다.


한편 본진에서 함선건조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은빛 제일기사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혀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도대체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시간은 촉박한데 예기치 않은 식량문제까지 불거지자 머리속이 복잡해 집니다.


바다 동굴이 있는 절벽아래 해안가에 상당히 넓은 폭으로 금속나무 숲이 이어져 있어 이곳에서 금속 열매나 금속알을 채집할 요량으로 식량을 덜 싣고 남은공간에 필요한 장비들을 더많이 적재해온 탓에 예상일정의 절반 정도가 지나자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곳의 금속열매는 토양의 금속 함유량이 너무적어 마우스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맛 또한 밋밋해서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땅을 파보니 금속성분이 적은 토양이라 수월하게 파지기는 했지만 금속알이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금속나무가 자력으로 뿌리를 내릴수있을 만큼 토양이 무르기도 하거니와 금속성분이 너무적어 금속알들의 영양 섭취가 쉽지 않은 탓도 있을것입니다. 예상했던 식량의 현지조달이 불가능해 지자 모든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금속나무의 재질만은 전함 건조에 딱 들어맞는 더없이 훌륭한 상태입니다. 나무의 강도를 결정하는 금속 성분이 적어 필요한 목재로 다듬기 수월하고 무게가 1/3가량 덜나가 배의 중량이 경감되어 더많은 적재함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조한 거대 함선을 마우스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데는 상당히 많은 병력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장기항해가 가능해 지려면 전동차처럼 전기동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섭니다. 은빛 제일기사 역시 수색대장 처럼 함선을 움직일 동력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마우스들의 체력에 의존해 배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식량확보가 어렵다는 것은 최악의 조건임이 분명합니다. 원래 금속열매와 금속알이 주식인 마우스들은 바다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들로는 제대로 체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할수없이 거대전함 한척에만 모든역량을 집중해 건조한 결과 예정일정의 절반이 지난지금 세세한 부분만 남기고 얼추 완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색함이 돌아올 시간이 멀지 않았군...” 이제 빛의나라로 돌아갈 준비를 하나둘씩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틈틈이 작은악귀들의 몸체를 건져올린 마우스들은 이것을 재단해 갑옷과 투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기사들이 가지고 있던 것까지 모두싣고 온터라 일곱 자루의 무지개 검으로 솜씨 좋게 다듬으니 썩 훌륭한 투구와 갑옷이 속속 만들어 집니다.

 

은빛 제일기사 외에는 무지개검을 들어올릴 수 있는 마우스가 없지만 갑판에 선반을 만들어 고정시킨 후 악귀들의 몸체를 여러명이 붙잡아 칼날에 가져다 대어 필요한 모양으로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아주 짧은 시간에 대량양산이 가능합니다.


작은악귀의 몸체 또한 붉게 산화되어 있어 이것들을 착용하니 온통 붉은 보호구로 중무장한 붉은전사의 위용을 늠름하게 보여줍니다. 총 50명의 병사들을 붉은 갑옷으로 무장시킨 은빛 제일기사는 하루 다섯시간씩 혹독한 검술훈련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검술훈련이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철갑을 착용하고 목검으로 실전훈련을 하는 방식이라 다섯시간이 지나면 모두 탈진해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기 일쑤입니다. “하아... 이런 검술 훈련도 있나? 갑옷이 너무 무거워 팔조차 움직일 수 없는데...”


“그러게 말이야... 더구난 갑옷을 입었다고는 하나 날아 들어오는 검을 팔로 막아내고 몸통을 찌르는 칼을 그대로 막아내는 훈련이라니...” 병사들의 푸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온몸으로 칼을 막아내야 하는 격투기와 비슷한 검술훈련이라 쉽게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팔이나 몸통으로 상대의 검을 막은후엔 결정적인 치명타를 가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지 않나? 은빛 제일기사님은 우리보다 검술과 체력이 뛰어난 적들을 염두에 두고 이런훈련을 시키는 것 같아...”, “그래도 너무하잖아... 수색함은 언제나 돌아오는 거야... 빨리 돌아와야 이 지루한 검술훈련도 끝날텐데...”


무려 일주일이나 폭풍 속에서 헤맨 수색함은 폭풍 중심부로 끌려 들어가서야 수동적 움직임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깨어난 수색함장은 몸을 지탱해 주던 밧줄을 풀자마자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누워 정신을 가다듬는 동안 다른 마우스들도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깨어나 몸을 추스른 마우스들이 아직 혼수상태인 마우스들을 응급치료 하는동안 갑판으로 올라온 수색대장은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바람한점 없는 하늘엔 흰구름 몇개가 떠있을뿐 자신의 숨소리만 커다랗게 들리는 고요한 정적이 왠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정신을 수습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얼마 멀지않은 곳에 태풍의 띠가 이리저리 뒤엉키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파도 한점 일지 않고 있습니다. 태풍의 띠를따라 빙 둘러보니 자신들의 뒤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스라히 건너편 하늘을 가리며 병풍처럼 삥 둘러져있는 검은폭풍의 띠가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폭풍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잖아? 거의 죽다 살아난 험로인데... 돌아가려면 다시한번 목숨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어깨에 힘이 빠진 수색대장은 원망스레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폭풍우 띠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느새 갑판위로 몰려온 마우스들은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폭풍의 심장속에 갇혀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동시에 느낄수밖에 없었습니다. 철갑선의 외부를 살펴보니 흠집하나 나있지 않습니다. 다만 돛이 부러져 나가고 내부 선실에 있는 적재물들이 다수 파손되어 있을 뿐입니다.

 

마우스들은 함선내부를 치우고 정리 하느라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몸을 움직이며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입니다. 갑판병이 깨어나자마자 제일먼저 달려간 곳이 자신의 선실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집기들이 흩어져 있는 와중에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유리물통만은 무사한 듯 합니다.

 

그속에 있는 전기 생명체가 반가운 듯 파란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다. 무사히 있었구나...” 금속알을 넣어준 후 갑판으로 달려간 갑판병은 배의 곳곳을 점검하며 이상이 있는 부분을 보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돛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보수한 마우스들은 체력을 보충한 후 폭풍의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 넓은 공간에 작은 바위하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참 막막하군... 이곳에서 죽느냐 아니면 저 사지로 다시 뛰어 드느냐... 어차피 죽는 거라면 탈출을 시도하긴 해야 될 터인데... 후...” 폭풍 속으로 뛰어들기 위한 체력을 확보하기위해 모든 마우스들이 운동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갑판위를 뛰어 다니기도 하고 검을 빼어들고 가장 난이도가 높아 체력소모가 빠른 검법을 시전하기도 합니다. 병사들의 체력보충을 위해 낚시줄을 드리운 함장은 속속 낚여올라오는 물고기가 한통을 가득 채우자 미끼를 금속알로 바꾸었습니다.

 

금속알이 바닷물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잔잔하던 수면에 파고가 일기 시작하며 점점 높아지기 시작 합니다.
놀라서 벌떡 일어난 함장은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배를 중심으로 꽤 넓은 지역에 파도가 일렁이고 있습니다.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갑판으로 뛰어올라 온 마우스들은 사색이 되어 함장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폭풍 가운데는 안전한거 같더니... 저 끓어오르는 바다 좀 봐... 맙소사, 우린 이제 모두 죽었다.” 머리를 감싼 성급한 마우스는 절규하듯 고함을 질러댑니다. 파도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절망에 무릎을 꿇는 병사가 늘어 갑니다. 하지만 함장만은 난간을 굳게 잡은채 미동도 하지 않고 바다속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분명히... 아주 어마어마한 녀석이 나타날 거야... 자 어서 모습을 보여줘봐... 날 실망 시키지 말고...” 함장의 말에 화답하듯 높이 굽이치는 파도를 가르며 푸른 불꽃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 저런... 맙소사...”
모든 마우스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러는 동안 완전히 수면위로 떠오른 전기 생명체는 마우스들이 타고있는 붉은악귀 전함의 몸체가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대합니다.  그 거대한 몸체가 커다란 입을 벌리더니 전함쪽으로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헤엄쳐 오기 시작했습니다.


갑판위의 마우스들은 바로 전함 코앞에 다가온 푸른 전기불꽃을 튀겨내는 커다란 입에 눈을 질끈 감으며 서로 부둥켜안았습니다. 전함앞에 멈추어 선 전기 생명체는 천천히 입을 다물어 물위에 떠있는 작은 금속알을 집어 삼킨 후 방향을 돌려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전기 생명체가 사라진 후 높이 솟아올랐던 파도가 거짓말 같이 가라앉습니다. “하하하, 역시 갑판병이 붙잡은 것은 유아기의 전기 생명체야... 저 정도 덩치라면... 아니 우리 마우스 다섯명 정도의 크기만 되어도 이 전함을 움직일 수 있는 전기 동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거야...”


수색대장은 본진에서 건조중인 거대전함의 동력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자 십년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해소됩니다. “함장님... 그렇긴 하지만 저렇게 큰 전기 생명체를 무슨수로 붙잡죠?”, “그건 생각해 봐야지... 방법이 있을 거야... 우선 조금전에 사라진 전기 생명체를 쫓아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