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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부터 푸른 기사의 검술지도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부좌를 틀고앉아 하루종일 호홉 하는 것만 시킬뿐 무려 한달동안 검한번 만져보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은빛 제일기사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이 나올것을 예상했다는 듯 빙그레 웃은 푸른 마우스가 자세히 설명을 해줍니다.
“여러분은 검을 다루는 실력에 있어 철갑 제일기사나 저와 별 차이가 없는 뛰어난 기사들입니다. 다만 호홉을 통해 분리되어 있던 정신과 신체를 하나로 연결시켜 내재 되어있던 생체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모를 뿐이지요.”, “저희에게 호홉법을 가르치시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로군요?”
“예, 보름 정도만 더 정진하신다면 무지개 검이 한결 가벼워 질것입니다.” 네 제일 기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체내의 기운에 감탄하며 시간만 나면 정좌호홉에 맹진합니다. 약 보름후 드디어 무지개 검을 들어 본 네 제일기사들은 아직 무거운 느낌이 없지않지만 과히 부담이 되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 무거웠던 검을 장장 삼십분동안 휘두른 네 제일기사는 자신감을 얻은 듯 만면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그사이 철갑 제일기사의 병세가 호전되어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토혈이 없어지고 커다랗던 멍자욱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평소 무엇을 고안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은빛 제일기사는 무지개 검을 다루는데 자신감이 생기자 동료들을 재촉해 바다로 나갔습니다. 중간 크기의 악귀몸체를 발견한 제일기사들과 푸른 마우스는 무지개 검을 사용해 노를 거치할 수 있는 구멍을 양쪽으로 세개씩 뚫었습니다.
이후 물속마을에 있는 금속나무 널빤지들을 운반해 몸체 내부에 세개층의 바닥을 만들고 숨골 가운데 돗대를 달았습니다. 그런후 꼬리지느러미를 떼어내어 좌우로 조정할 수 있게 금속나무로 다시 연결해서 방향타를 만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커다란 공사가 완료 되었지만 은빛 제일기사는 쉬지않고 세세한 부분까지 새로운 장치들을 만들어 부착합니다. 벌어진 악귀의 입은 전방을 관망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입니다. 악귀의 이빨이 가슴 높이에 이르는 깊이로 중간갑판을 설치해 관망대를 만들었습니다.
비가 올것에 대비해 돗대를 중심으로 숨골 약간위쪽에 차양을 설치해서 내부에 빗물이 들이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있던 양쪽 구멍은 닻을 내리는 곳으로 활용했습니다. 철갑선이 완성될 무렵 철갑 제일기사가 깨어났습니다.
정신은 깨어났지만 워낙 오랫동안 누워 있었던 터라 거동이 쉽지 않습니다. 철갑 제일기사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식량등 필요한 물자를 철갑선에 적재한 은빛 제일기사가 빛의 나라로 돌아갈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렸습니다.
공기방울을 타고 철갑선에 도착한 철갑 제일기사는 철갑선의 위용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정말 훌륭한 배야... 저런 철갑몸체가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워... 그런데 악귀의 몸체가 왜 붉은 색이지? 검은색이 아니던가?”
“원래 검은색 이지만 공기에 노출되어 표면이 산화해서 붉게 변색된 거라네... 표면만 변색 되었을 뿐 바로 안쪽은 고강력 접착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여전히 검은색이지...”, “붉은 악귀 철갑선이라... 정말 근사해...”,
물방울 마우스들과 작별 인사를 한 제일기사들과 푸른 마우스는 닻을 올리고 빛의 나라로 출발했습니다.
상당히 넓게 분포된 노란색 산성띠에 배가 들어서자 물과 맞닿은 부분에서 강산이 끓기 시작하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 합니다. 약간만 지체해도 배 아랫부분이 강산에 녹아버려 구멍이 뚫릴것 같은 생각에 옆면에 있는 노 거치대에 금속나무 노를 걸어 바다로 내렸습니다.
그러자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에 잠긴 부분이 형체도 없이 녹아 없어집니다. 다행히 때맞추어 불어온 바람에 돛이 힘을 받아 무사히 산성띠를 벗어난 후 배 밑 부분을 살펴보니 강산에 녹아내린 부분은 붉게 산화된 껍질이 없어지고 예의 검은 악구의 피부가 드러나 있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로군... 저길 보게... 산성띠가 바다동굴 멀찌감치서 반원형으로 육지에 맞닿아 있어... 철가사리들이 만들어 놓은 산성띠는 철갑 피부를 가진 악귀 외에는 통과할 수 없겠는 걸... 다 자라면 천하무적 이지만 철갑 피부가 완성되지 않은 새끼 때는 조금만 더 큰 물고기들 에게도 잡아먹힐 만큼 연약하지..."
"더구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태어난지 6개월이 지나야 철갑피부가 형성되기 시작하니 그때까지 다른 덩치 큰 물고기들로부터 생명을 지키려면 산성띠 안쪽에 새끼를 낳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겠지... 철갑 피부가 형성될 때까지 저곳에세 성장한후 더많은 먹이가 있는 바다로 나가는 것이 악귀들의 생존 방식이로군...”
사나흘을 이동하자 멀찌감치 섬들이 보입니다. 그곳에 체격이 작은 마우스 무리가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물체를 경계하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판에서 다이아몬드 망원경을 사용해 살펴보니 몸집이 작은 마우스 무리들 속에 드문드문 자신들과 체격이 비슷한 마우스들도 섞여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금속나무 가지로 만든 창을 들고있는 것은 모두 작은 마우스들이고 체격이 큰 마우스들은 철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몸집이 큰 마우스들이 지도층인듯 검을 든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무어라 지시하자 덩치작은 마우스들이 갯벌로 나와 바닷물로 뛰어 들었습니다.
작은 마우스들은 수영에 익숙한 듯 제법 빠른 속도로 철갑선을 향해 헤엄쳐오기 시작합니다. “어! 저 마우스들이 이쪽으로 오는데... 무기는 보잘 것 없지만 한둘이 아니야...”, “이 배에 도착한다 해도 배위로 올라오는 건 꿈도 꾸지 못할걸? 위에서 사다리를 내려주기 전엔 어림도 없지...”
“맞아... 우리도 처음 이녀석을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은빛 제일기사가 갈고리를 묶은 끈을 위로 던져 숨골구멍에 걸어서 간신히 올라오는데 성공 했는걸...”, "흠, 수영 실력이 물방울 마우스 뺨치는 군... 방향을 돌려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세..."
"상당히 호전적인 종족들 같은데! 저들이 가까이 와서 이배의 구조를 파악 하게 되면 지천에 깔려있는 금속나무를 이용해 목재 선박을 건조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고립 되었던 섬에서 벗어나 우리 빛의 나라를 침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아...”
철갑 제일기사의 판단에 따라 기수를 돌린 붉은악귀 철갑선은 작은 마우스들을 멀리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아까 다이아몬드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저 섬은 화산으로 이루어진 것 같아... 화산재가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용암이 분출되는 곳도 더러 있던데...”
"저렇게 열악한 자연 조건에서 사는 마우스들 이라면 외부 진출욕구가 강하겠지...", "엎친데 덮친격인가? 검은군단에 호전성 강한 작은 마우스들 까지 배후의 적으로 출현 했으니... 우리가 바다를 너무 소홀히 생각해 왔던 것 같아..."
"그럴 수밖에... 바다를 신성시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조차 금기시 했던것이 불과 백여년전이야... 그것도 우주의 빛을 되찾은 후 금속나무 열매를 바닷물이 중화시켜 아주 맛있게 숙성시킨다는 것을 아기 마우스들이 발견한 이후에야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지..."
"두려움... 경외의 대상이 아닌 생명을 포용해 주는 대자연의 일부로 비로소 인식된 것이 엊그제 일세...” 이틀을 더 항해하니 폭풍우가 몰아치고 벼락이 내리 꽃히는 바다에 접어들었습니다. 며칠동안 탐색해 보았지만 폭풍의 범위가 워낙길어 하루라도 빨리 빛의 나라로 돌아가려는 제일 기사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돛을 내리고 폭풍 속으로 진입한 붉은악귀 철갑선은 연이어 몰려오는 산더미 같은 파도와 휘몰아치는 강풍에 무기력한 몸을 내맡기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무려 열흘을 파도에 휩쓸려 하늘로 솟아올랐다 곤두박질치는 힘겨운 항해를 견디어 낸 여섯 기사들이 햇빛을 본 것은 탈진해 정신을 잃고 있다가 깨어난 후였습니다.
“정말 우시무시한 곳이로군... 저 끝이 보이지 않는 폭풍우 띠가 빛의 나라와 섬나라를 가로막고 있는 동안은 쉽게 작은 마우스들이 쳐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데... 천혜의 보호막이야...”,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 폭풍우 띠가 빛의 나라 방어에 꽤많은 도움이 되겠군...”
“이것 때문에 옛 선조들께서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셨던 것 이로 군...”, “그런 것 같네...” 모두들 폭풍우에 시달려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며칠이 지났는지 가늠해 보지도 못한채 빛의 나라 해안선에 도착한 기사들은 수심이 깊어 배를대기 용이한 바다폭포 근처에 정박한 후 닻을 내렸습니다.
“정말 꿈만 같군... 빛의 나라에 다시 돌아오게 되다니...” 저 멀리 금속나무 숲이 보이고 한가로이 노니는 아기 마우스들의 모습에 눈가가 젖어 듭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예전엔 느끼지 못했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풍요로운 땅인지 이제야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군...”
조국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기사들은 근처 주둔군 지휘소에 들려 배의 보수와 관리를 지시한후 사막근처에 있는 지혜의 탑을 향했습니다. "은빛 사령관께 보고하는 것이 급하긴 하지만 어둠나라 원로들께서 박쥐원로께 전해 드리라는 물건이 있어서..."
"이곳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니 잠깐 들렸다 가자고... 알다시피 박쥐 원로는 빛의 나라 제일가는 명의이시니 철갑 제일기사의 치료도 겸해서 말일세..." 금빛 제일기사가 힘의탑에서 발견한 금속물체와 고대 문자책을 넣어둔 배낭을 고쳐메며 말했습니다.
“걱정말게 대략적인 정황은 생체 전파로 보고해 놓았어...” 박쥐 제일기사가 걸음을 재촉하며 대꾸합니다. "참... 사령부에서 소형 전동차를 보내 준다고 했는데..." 혼자말로 중얼거리던 박쥐 제일기사는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금속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저기 오는군... 배멀미에 시달렸더니 걸어갈 힘도 없어...” 기사들앞에 차를 세운 운전병은 싱긋 웃어 보이며 아주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이들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제일 기사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차츰 아시게 되겠지만 지난 일년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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