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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 문제는 시조악귀가 언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야...”, “흠, 만약 이곳에 진을친 우리를 무시하고 호수로 돌진해 버린다면 오히려 우리가 이곳에 고립되고 말것 같은데...”, “아주 좋은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그 교활한 시조악귀가 내가 예상한 대로 나와 줄는지...”, “무슨 묘안이 있기라도 한가?”
"보시다시피 우리가 있는 이곳은 시조악귀가 겨우 통과할 수있는 동굴의 중간부분에 패인 작은 공간이야... 시조악귀의 덩치로 볼때 동굴통과시 배아래쪽 부분에 가려지는 동굴의 하단부는 절대 눈으로 볼수가 없어... 게다가 우리가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배에있는 명치부위 아닌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쯤 통과할때 무방비로 노출되는 놈의 명치를 공격한다면 아주쉽게 잡을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렇군, 일단 빠른 시간내에 장기전에 필요한 모든물자를 보급받아 비축해두고 때를 기다려보자고...”
“전령에게 시조악귀가 이곳을 통과 하는 것을 막지못할 경우를 대비해 호수에 있는 모든 마우스들이 대피할 준비를 하고 있도록 일러두어야 겠어...” 다음날 물방울 마우스 둘을 전령으로 보낸후 어제보다 더 먼곳으로 정찰을 나간 토벌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살육에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니 저... 저건..." 마치 그물을 드리운듯 바다 위쪽에서 바닥까지 아기 마우스 크기만한 악귀 치어들이 건너편에 있는 모든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조금씩 먼 바다쪽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제야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이유를 알겠어...”, “정말 무시무시한 놈 들 이로군...”
“우선 조용히 이곳을 벗어나세... 저 치어들은 시조악귀보다 더 상대하기 힘든 존재들이야... 시조악귀의 공격이야 적당한 바위틈새로 피할 수 있지만 몇마리인지 셀수조차 없는 저 치어들이 떼지어 몰려든다면 우리도 저 물고기들 신세를 면치 못할게 분명하네...”
숨을 죽여가며 조심 또 조심 동굴로 돌아온 토벌대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뒤숭숭 하기만 합니다. “저 치어들이 몰려온다면 호수마을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멸망하고 말거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마지막으로 시조악귀 한마리만 잡으면 끝난다고 생각 했었는데...”
“시조악귀가 호수에서 물러난 것이 바로 산란을 하기 위해서 였군...”, “조금만 더 일찍 쫓아왔다면 알들이 부화되기 전에 손을 쓸 수 있었을 텐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저들의 생태적 습성과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야... 적을 제대로 알아야 대처 방법이 나오지 않겠나?”
“내일부터 저 악귀 떼들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세...” 1년여 동안 악귀들을 상대하면서 대부분의 특성을 파악해 두었지만 치어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는 상태라 난감함이 앞섭니다. 후방에서 보내준 서너달치의 공기방울과 식량을 비롯한 필요 물자들이 도착한 후 다시한번 치어들을 정찰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습니다.
지난번에 보았던 곳에서 상당히 먼곳에 악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살육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물고기들이 아닌 악귀들끼리 서로 물어뜯는 사투가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자기들 끼리 싸우다니...”, “저 녀석들의 포식성이 먹이가 모자라면 서로 잡아먹게 만드는 모양이군...”
날이 갈수록 악귀들의 덩치는 수십배씩 커지고 그 속도에 맞추어 서로 잡아먹는 속도 또한 증가해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 위에서 아래까지 악귀들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치어들은 약 한달이 지나자 시조악귀의 1/3 크기로 자라났습니다.
저정도 속도라면 몇달 지나지않아 그 무시무시한 시조악귀에 버금가는 덩치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7일 후 다시 악귀 정찰에 나선 탐험대는 악귀들의 크기가 별로 변하지 않아 그원인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녀석들 성장속도라면 벌써 두배는 되었어야 하는데...”
“그러게... 왜 성장이 멈추어 버렸지?”, “지난번 정찰때 보았던 위치와 별로 차이가 없는데... 왜 전진을 멈춘 것일까?” 궁금한 생각에 좀더 앞으로 다가가 보니 악귀들 틈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바다는 수초하나 보이지 않는 황량한 허허벌판입니다.
“뭐야? 물밖에 없잖아? 저곳은 시조악귀가 초토화시켜 버렸나?”, “시조악귀는 육식성 이라고... 수초들 까지 먹어치우진 않았을 걸?”, “잠깐 저기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 뭐지?”, “어디?” 정찰대가 유심히 살펴보니 다리가 다섯개나 되는 이상한 모양의 동물이 겁없이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습니다.
“저 다리 다섯개 달린 친구들은 악귀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야?”, “그러게... 물속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악귀만 보면 공포에 질려 꼼짝도 못하는데...” 조금 먼 곳엔 악귀 몇마리가 배를 뒤집은 채 둥둥 떠있습니다. “가만... 저녀석들은 죽은 것 같은데?"
"우리에게 목숨을 잃은 악귀들도 모두 저렇게 배를 위로 향하고 있었잖아?”" 죽어있는 악귀들의 명치에는 다리가 다섯개 달린 바로 그동물 여러마리가 붙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얀 모래바닥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바위들도 표면이 하얗게 변색되어 푸석푸석해진 돌가루를 물결에 흩뿌리고 있습니다.
푸른 마우스 중 한명이 발치 바로 앞 모래바닥에서 작은 것 한마리를 발견하고 동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건 무슨 동물이지?”, “그건 철가사리 라는 것입니다.” 물방울 마우스 중 한명이 대답했습니다., “철가사리?”, "가끔 우리 호수에서도 발견되는데 다리 아래에 있는 빨판에서 강력한 산이 분비됩니다."
"아주 오래전에 그 철가사리 떼가 군락을 이루고 살던 호수 한곳이 분비된 산으로 황폐화 되어 우리 물방울 마우스들이 이곳에 가져다 버린 것입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단도로 철가사리를 뒤집어 빨판에 대어보니 주변에 있는 물이끓어 기포가 올라오며 칼끝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강한산을 뿜어내는 것들을 어떻게 제거했지?”, “예! 물방울 마우스 중 한명이 금속나무 열매가 중화제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철가사리들의 군락지에 금속나무 열매를 던져 놓아 산을 중화시킨 후 이곳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이 철가사리들이 자네들이 옮겨 놓은 것이란 말이지?”
“예, 껍질이 악귀들과 같이 강철보다 단단한 성분이라 도저히 죽일수가 없더군요. 하는수 없이 몸주변에 있는 강산만 중화시킨 후 이곳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악귀에 비하면 왜소하지만 상당히 큰 것도 있는데? 우리 덩치의 세배는 되겠는 걸...”
“그때만해도 이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주먹하나 크기였을 뿐인데... 생태환경이 바뀌어 변이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것들이 산을 내뿜어 저 곳을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군 그래...”, "죽어 있는 모든 악귀들의 명치에 철가사리들이 붙어있어... 철가사리들이 강산을 뿜어내 악귀의 명치를 녹여 버린 것 같아..."
"그런후 빨판으로 죽은 악귀의 체액을 빨아 먹으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절대 강자라고 생각했던 악귀들도 천적은 있었군...”, “악귀들에겐 철가사리들의 강산이 가장 무섭겠지... 자신들의 강력한 껍질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 “그래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이 곳에 멈추어 있는 것이로군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몇마리의 악귀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철가사리 떼를 헤치며 헤엄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모든 악귀들이 사지로 뛰어들어 한시라도 빨리 철가사리들의 영역을 돌파하려고 시도합니다.
무려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악귀들이 철가사리에 희생되어 몸이 뒤집혀 갔습니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한후 오염지대 건너편에 있는 무수히 많은 물고기떼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악귀들은 예전의 성장 속도를 회복하며 다시 그물망 같은 대오를 유지한채 먼바다로 유유히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멀어지는 속도에 비례해 몸집이 불어났기 때문에 토벌대들이 있는 곳에서는 마치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후 삼일동안 철가사리 서식지로 정찰을 나온 토벌대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 강력한 산으로 오염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략 1KM 정도의 폭을 유지하며 바다동굴 전면 일대를 띠두르듯 철가사리들의 서식지가 형성되어 있고 이들이 내뿜는 강력한 산이 생물을 몰살시키는 것도 모자라 모래며 암석들을 녹이고 있어 이곳에서 발생한 수많은 기포가 끊임없이 수면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물의 색깔 또한 엷은 노란색으로 변색되어 오염되지 않은 곳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죽은지 얼마 안되는 악귀들의 명치에서도 철갑으로 이루어진 껍데기를 제외한 모든 내장이 녹아내려 기포와 함께 위로 치솟고 있습니다.
만약 악귀의 명치가 다른 부분과 같은 강력한 철갑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면 철가사리 또한 적수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숨을 쉬기 위한 숨골이 근육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 극초미립자 검이나 철가사리의 강력한 산에 거대한 철갑몸체의 위용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악귀떼가 철가사리 서식지의 강산지대를 벗어난지 육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여전히 몸집을 부풀리며 전진하던 악귀 떼들이 무엇에 놀란듯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악귀떼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바다저쪽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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