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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26,127,128

126,127,128

그런후 물방울 마우스들이 새로 포집해준 공기방울 다섯개를 얻어타고 물속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난생처음 구경하는 수중 세계라 보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경이롭습니다. 물속마을에도 오색찬란한 발광 다이아몬드들이 곳곳을 비추고 있어 바깥세계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사는 마우스들 답지않게 모든 물방울 마우스들의 표정이 너무도 어두워 보입니다. 까닭을 물어보니 수천년전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던 악귀들이 나타나 호수 전체를 초토화 시키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주 식량원이던 수중어장이 파괴되고 거대한 포식가인 악귀들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들이 그들의 입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푸른 마우스의 숙소를 같이 사용하게 된 제일 기사들은 저녁식사 후 물속마을에서 주요직책을 가진 물방울 마우스들의 대책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물방울 원로는 악귀에 관련된 이야기를 태고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차근차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국왕이된 일대 어둠왕을 도와 백색마우스들을 제압하고 국가의 초석을 다진 건국영웅들은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어둠나라 곳곳을 찾아 남아있는 백색마우스족과 맹수들을 퇴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곱명의 푸른 마우스들이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바로이곳 물속마을입니다. 다만 죽음의 평원에 있는 지하공동만은 그 몇백년 후에 발견되어 건국 영웅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때까지 물속마을은 수십년에 한번씩 공포를 몰고 출몰하는 악귀들의 세상이었습니다.

 

푸른 마우스 기사들이 전쟁에 출전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훨씬 이전에 악귀들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거대한 악귀들은 주체할 수 없는 포식성을 가지고 있어 바위 틈새로 피하지 못한 모든 생명체들을 잡아먹은 후 먹을 것이 없어지면 서로 잡아먹는 공포스러운 사투를 연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물밖으로 쫓겨나다 시피한 물방울 마우스들의 도움을 받아 수중마을로 들어온 일곱 푸른기사들은 무지개 빛 극초미립자 검을 사용해서 그어떤 무기로도 뚫지 못했던 악귀들의 급소인 명치를 공격해 하나둘씩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물 반 악귀 반이었던 호수는 일곱 기사들의 활약으로 거대한 포식자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년후 마지막 남은 악귀를 추격하던 푸른 기사들은 호수와 바닷물이 만나 경계를 이루는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이 동굴은 지상의 하나 동굴과 함께 어둠나라 외부로 나가는 단 둘밖에 없는 관문이었습니다.


바다로 통하는 수중동굴 입구에서 멈춘 푸른기사 일행은 선뜻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내부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다른 악귀들은 어렵지 않게 물리쳤지만 지금 그들이 쫓고 있는 모든 악귀들의 어미겪인 시조악귀는 몸 크기가 보통 악귀들의 두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신출귀몰한 잠행술로 예기치 못한 기습을 해오곤 해서 목숨을 잃을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발광 다이아몬드로 동굴입구부터 꼼꼼히 살펴보며 중간까지 진입한 푸른 기사들은 동굴의 직경이 시조악귀의 몸둘레보다 약간 크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동굴 모든곳을 칼로 긁어보며 확인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시조악귀의 잠행 술이 그큰 덩치로도 가능한 것은 바로 주변 수초나 암석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보호색 때문입니다. 호수 바닥이나 수초들 사이에 있으면 마치 거대한 바위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그런 악귀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바위라고 생각했던 것이 느닷없이 공격해 들어와 혼비백산하기 일수입니다.
그렇게 동굴 내부를 모두 조사한 일곱 제일기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쪽 입구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대략 가시권에 있는 모든물체를 유심히 관찰한 기사들은 바다에서 승부를 내기에는 지형 조건이 너무 불리하다는 판단아래 동굴중간 바닥에 나있는 제법 널찍한 분지에 진지를 구축한후 피로를 풀었습니다. "저 바다라는 곳은 정말 밝군... 발광 다이아몬드가 없어도 모든 곳이 환하게 보이다니..."

 

분지의 깊이는 마우스 키의 두배정도 됩니다. 동굴의 둘레가 시조악귀의 덩치로는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폭이라 이분지에 있으면 그 공포스러운 이빨로부터 안전할 것 같습니다. 악귀 토벌대는 푸른기사 일곱명과 물방울 마우스 스물한명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푸른 마우스들은 물방울 마우스와 호수마을 마우스들 사이에서 태어나 수중과 육지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방울 마우스들 보다 물속에서 호홉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기방울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수중마을이나 호수 표면에서 수시로 공기방울이 운반되어와 악귀들과 직접 싸우고 있는 푸른 마우스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은 푸른 마우스들이 물속에서 숨쉬기 위한 공기방울 포집과 식량 및 각종 물자 운반을 담당하며 근 일년동안 악귀토벌 대장정의 고락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능수능란한 몸놀림으로 짐을 모두 풀어놓고 야영을 하기위한 공기 방울들을 평평한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붙여 놓았습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은 공기방울을 다루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공기방울의 크기는 마우스 한명이 들어가서 불편하지 않게 운신할 정도입니다.


그런 공기 방울들을 호수표면에서 포집해 물속으로 가지고 들어와 자유자재로 타고 다닙니다. 물방울 포집시 손가락 사이에 있는 갈퀴에서 투명한 액체가 분비되고 이것이 얇은 막을 형성해 공기를 가두어 둘수있는 장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손바닥에 빨판 비슷한 미세한 돌기들이 흡인력을 만들어내 공기방울에 손바닥을 가져다대면 마치 접착제로 붙인듯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기방울의 장력을 감지해 흡인력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기방울을 터뜨리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다만, 흡인력을 조절하는 감각은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걸음마를 배우듯 습득하는 것이라 어린 마우스들은 종종 터뜨리는 실수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성년이 된 토벌대 소속 물방울 마우스들은 물속에서 마술을 부리듯 공기 방울을 가지고 놉니다.


갈퀴에서 분비되는 액체는 공기방울 막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때론 이 공기방울을 바위벽 같은 곳에 붙이는 접착제 역할도 합니다. 이 접착 분비물로 30여개의 공기방울을 바닥에 고정시킨 후 분지 옆쪽에 예비용으로 준비한 여분의 공기 방울들을 붙여놓았습니다.


그중에는 물이 들어가지 말아야하는 식량을 담아둔 공기방울도 몇개 있습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이 진지를 구축하는 동안 바다동굴 입구로 간 푸른 마우스들은 바다쪽 동정을 살피고 있습니다. 발광 다이아몬드 빛만을 사용하던 이들에게 눈부신 바다의 빛은 새로운 경이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말 아름답군...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하다니...”, “그래...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곳이 그 흉폭한 악귀의 본거지라니...”, “무엇이 저렇게 밝게 해주고 있는 것일까?”, “글쎄, 우리가 가진 것보다 수백배 큰 발광다이아몬드가 있는지도 모르지...”


“하하하, 그런가? 아무튼 별천지임에는 틀림이 없군...”, “시조 악귀를 처치한 후 저 곳을 탐험해볼까?”, “좋은 생각이야... 이제 어둠나라엔 안가본 곳이 없지 않은가?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처럼 가슴뛰게하는 일은 없지...”, “지난 전쟁이 우리에게 역마살을 안겨 주었군...?”


“이곳이 악귀의 서식처라면 몇마리가 더 남아있지 않을까?”, “흠, 몇마리 정도가 아니라 몇백마리가 넘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뭐가?”, “저곳에는 꽤 여러종류의 수초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지금정도의 생태환경이라면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노닐수 있을만큼 완벽한 곳이라고...”


"악귀 때문이겠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요한 곳 아닌가?”, “뭔가 원인이 있겠지... 더구나 이곳 물은 호수에 있는 물과 달리 너무 짜군...” 푸른 마우스 중 한명이 공기방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바닷물의 맛을 보고 말했습니다.


“그게 원인일수도 있겠지...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저곳을 탐사하는 수밖에...” 조심조심 바다 쪽으로 나간 푸른 기사들은 반나절 동안 물고기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하고 동굴로 되돌아 왔습니다. “악귀의 습성으로 보아 물고기가 전혀 얼씬거리지 않는 곳에 서식지를 마련하진 않을 것 같은데...”


“좀더 먼 곳까지 찾아 나서 봐야겠는걸...”,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행동반경을 넓혀보자고...” 분지로 돌아온 토벌대는 휴식을 취하며 삼삼오오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동굴 입구로 나가 경계담당 임무교대를 하는 것 외에는 되도록 편안한 자세로 체력을 비축합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은 대략 두시간 정도를 물속에서 수중호홉 할수있기 때문에 공기방울 밖이 더편한 듯 이곳저곳을 조용히 헤엄쳐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의 볼에는 너무 투명해 보이지는 않지만 물고기와 비슷한 아가미가 있어 이곳으로 수중호홉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다른 기사가 들어가 있는 공기방울 이리저리로 돌아다녀야만 했습니다. 물속에서 음파를 감지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물방울 마우스들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 불편함을 느낀 푸른 기사들의 제안으로 일곱개의 공기방울을 하나로 합쳐 커다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한곳에 모인 푸른 기사들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같은 악귀토벌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량도 그렇지만 예비용으로 가지고온 공기방울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어...”, "그거야 물방울 마우스를 전령으로 보내 지속적으로 보급을 받으면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