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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23,124,125

123,124,125

"그리고 입구우측에 먼지쌓인 상자가 하나 있을거야... 그것을 열어보면 고대어로 쓰여진 책과 작은 금속나무 상자가 하나 들어있어... 십자가를 그 작은상자에 담아 책과함께 빛의 나라 박쥐원로께 전해 드리게... 단, 책에서 설명한 대로 절대 십자가에 손을 대지말고 나무상자를 열어 십자가에 가져다 대야하네..."

 

"그러면 십자가가 나무상자로 빨려들어 갈거야... 전설의 검들도 중요 하지만 극초미립자 십자가 또한 아주 중요한 물건일세... 부탁 하겠네...” 며칠더 머물러 어둠나라에 곳곳에 대한 원로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철갑 제일기사는 작별인사를 나눈후 비밀요새를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화가 마을에 들려 특수물감 덕을 많이보게 된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작은 나무토막에 그려진 멋진그림을 하나 얻어 귀로에 올랐습니다. 호수마을에 들려보고 싶었지만 집결시간 안에 비밀요새로 돌아가기도 빠듯한 상황이라 밤을 세워가며 길을 재촉했습니다.

금빛 제일기사가 떠난후 무기공장 건설현장에 투입된 은빛 제일기사는 작업 틈틈이 다른 공정들 까지 눈여겨보며 친분이 쌓인 감독 마우스들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동차에 포를 탑재한 자주포 에서부터 충전된 전기총 등 다양한 무기와 장비들을 대량양산 하기위한 시설들이 속속 완성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은빛 제일기사의 시선을 끈것은 지난번 식량협상 때 어둠 나라로 보낸 철광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철탑 구조물들 이었습니다. 무슨 연유에서 인지 다른 공정들보다 많은 마우스들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철탑 구조물을 대형 전동차로 끊임없이 실어 내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북쪽 성벽이 백색 마우스들의 폭동으로 무너져 내려 축성에 능한 마우스 중 한명으로 뽑힌 은빛 제일기사는 그곳으로 가는 전동차 안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바로 그 대형 철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외곽으로 갈수록 조립중인 철탑들이 눈에 띠게 늘어납니다.

 

그 용도를 물어 보아도 아무도 아는 마우스가 없습니다. 다만 지휘부의 긴급가설 명령에 따라 은하파괴 무기와 함께 가장 중요한 일급 시설물로 가장많은 노동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더 파들어 가고 싶었지만 금빛 제일기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성벽이 무너진 곳에 도착한 은빛 제일기사는 그 견고하게 쌓아놓은 돌들이 자잘한 파편이 되어 사방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사태의 추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폭동을 일으킨 백색 마우스들이 폭약을 이용해서 성벽을 파괴해 버린 것입니다.

 

아직도 삼엄한 경계를 서고있는 병사들에게 물어보니 일단의 검은 마우스들이 폭동을 일으켜 시선을 유도한후 북쪽에 잠복해 있던 무리들이 주둔군을 습격해 폭약을 탈취해서 성벽을 파괴한 후 죽음의 평원을 탈출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즉시 출동한 전차 부대가 전기 충격포로 이들을 진압한 후 다시 죽음의 평원으로 이송해 가두었다는 것입니다. 성벽 보수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 경계병들이 성벽안쪽으로 이동해 외곽 경계병이 없는 틈을타 작업 대열에서 이탈한 은빛 제일기사는 그길로 금빛 제일기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번개계곡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제 빛의 나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번개 계곡에 도착한 은빛 제일기사를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금빛 제일기사가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무사히 돌아왔군...”, "하하하, 나야 무사하지... 몇번 검은 물감으로 위장한 것이 들통날뻔도 했지만..."

 

"땀을 많이 흘리거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변색되고 지워져서 여간 불편하지 않더군... 틈틈이 검은 반점을 그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었네...”, “내일이 바로 번개 휴식기가 시작되는 날이야... 오늘은 푹 쉬자구...” 그동안의 정찰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낸 두 기사는 조심스레 번개계곡으로 들어갔습니다.


발아래 번개계곡의 넓은 분지와 호수 중간에 솟아있는 거대한 힘의탑을 처음본 은빛 제일기사는 저절로 탄성을 내지릅니다. “이야~ 정말 대단하군... 이런 장관을 보게 되다니...” 그런데 금빛 제일기사가 무엇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합니다.


“저 철탑은 전에 없던 것인데...?” 라고 말하며 힘의 탑 꼭대기에 있는 철탑 구조물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분명 다른 철탑 구조물보다 몇배되는 크기이지만 은빛 제일기사가 무기 공장 근처의 성 외곽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구조의 철탑이었습니다.


“저것의 용도를 아는 어둠나라 마우스들이 하나도 없더군... 군 수뇌부만이 아는 아주 비밀스런 용도가 있는 것 같아...” 힘의 탑에 잠입한 두기사는 틈을 엿보아 지하로 내려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지하는 상부탑의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넓은 공간에 각종 시설물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그 중 충전실이라는 곳에 들어간 두 기사는 이곳이 바로 은하파괴 무기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총 다섯층으로 만들어진 지하 가장 아래층에는 깊이를 알수없는 대형 구멍이 일곱개 있고 각 구멍마다 원형 극 초미립자 봉이 꽂혀져 있습니다.

 

각 극초미립자 봉은 땅속 깊은곳에 있는 지열이 그대로 전달되는지 수천도로 벌겋게 가열되어있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삼일동안 지하 곳곳을 야밤을 틈타 둘러본 두 기사는 번개계곡을 빠져나와 비밀요새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들이 도착한 이틀후 철갑 제일기사가 도착해 아홉달 만에 다섯 기사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각자 수집한 정보들을 서로 교환해 탈출시 단 한명만 생환하더라도 첩보전달이 가능하게끔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금빛 제일기사는 지하세계 원로와의 약속 때문에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했습니다.


모든 군장비는 박쥐 제일기사와 다이아몬드 제일기사가 세심히 정비해 먼지가 하나없고 심지어 반짝거리기까지 합니다. 박쥐 제일기사는 자신의 생체전파 탐지능력으로 어둠나라 곳곳에서 발신되는 생체 전파들을 도청해서 기록으로 모두 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생체전파 발신양이 대폭 줄어들고 자신이 수신하기엔 벅찬 고주파 대역의 전파가 어둠나라 곳곳에서 시시각각 오가고 있습니다.  박쥐 마우스들이 고주파를 감지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신하다 보면 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되어 탈진상태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되도록 꺼려하는 주파수 대역입니다.

 

도저히 생명체가 발산하는 전파라고 볼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이라 경악을 금치 못하던 터라 돌아온 은빛 제일기사가 철탑구조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것의 용도를 단번에 알아냈습니다. 박쥐 마우스들은 철광석이 많은 곳에서는 전파를 쉽게 수신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곳에서 발신하는 전파는 멀리 날아가지 못합니다. 높은 철탑들은 철의 특성대로 전파를 잡아당겨 수신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다만 발신되는 고주파 대역 전파들의 정체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드디어 예정된 날이 밝았습니다. 긴장 속에 마지막 점검을 마친 다섯 제일기사들은 세문의 대포들이 정확히 하나동굴 관문 손잡이에 조준 되어있는지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빛의 나라 쪽에서도 전시 동원령을 내려 그동안 양성한 최정예 특수부대를 하나동굴로 투입했습니다.

 

중간 철문을 열고 어둠나라쪽 입구에서 제일기사들이 지정된 시간에 어둠나라 관문을 폭파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자정이 되자 비밀요새에 있는 다섯 문의 대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수십발을 단숨에 퍼부은 제일기사들은 포연이 가라 않기를 기다려 관문이 파괴되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걷히는 연기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관문은 거짓말처럼 흠집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놀란 다섯 제일기사는 다시 남아있는 포탄을 모두 발사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화력이 강타했음에도 여전히 하나동굴을 가로막고 있는 관문은 자신이 이세상 그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과시하고 있는듯 합니다.


더구나 관문의 잠금장치를 집중 포격했는데도 손잡이까지 그대로 달려있는 것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습니다.
이미 포격으로 노출된 비밀요새를 향해 국경수비대의 모든병력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제일 기사들은 박쥐 제일기사가 미리 지정해 놓은 암호 통신문으로 현재 상황을 알린후 비밀요새를 빠져 나왔습니다.


포격 후 적진으로 잠입하기 위하여 철갑 제일기사가 화가마을에서 얻어온 특수물감으로 온몸을 검게 칠하고 있었던 제일기사들은 요새입구를 폐쇄하고 계곡 아래쪽으로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국경수비대 선두는 벌써 계곡입구 멀지않은 곳 까지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바위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섯 제일기사들은 국경수비대 일부가 계곡능선을 따라 비밀요새로 올라간 후 계곡을 살펴보고 되돌아 나오는 대열속에 묻혀 계곡을 빠져나왔습니다. 국경수비대가 자신들을 찾기위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틈을타 대열에서 이탈해 곧바로 남쪽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최근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검은군단 소속 병사들과 통합되어  재편되었기 때문에 온몸을 검게 칠한 다섯 기사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마우스들이 없습니다.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경계가 느슨해 졌지만 대로를 피해 주로 숲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길을 잘 알고있는 철갑 제일기사가 어둠나라 병사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해 동료들을 남쪽으로 무사히 인도했습니다. 호수 마을에 도착한 제일기사들은 정오가 되기를 기다려 마을을 가로질러 곧바로 호수가로 뛰어갔습니다. 정적에 쌓인 마을은 한낮인데도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철갑 제일기사의 말대로 오침에 들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눈에익은 돌들을 찾아낸 철갑 제일기사는 주먹만한 돌을 들어 중간에 있는 바위를 천천히 세번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잔잔한 수면이 평온한 주변풍경을 담아 그대로 보여줄 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너차례 더 두드리던 철갑 제일기사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호수전체가 죽어있는 듯 고요한 모습이 수면밑에 살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려 세시간 동안 푸른 마우스가 알려준 곳에서 기다리던 제일기사들은 주변에 쓰러져 있는 고목을 다듬어 작은 뗏목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뗏목을 막 물에 띄우려는 순간 잔잔한 동심원이 일렁이더니 푸른 마우스가 검은 눈동자만 깜빡거리는 물방울 마우스들과 함께 수면위로 나타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간단한 인사를 나눈 제일기사들과 푸른 마우스는 뗏목을 해체해 지상의 흔적들을 철저히 없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