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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20,121,122

120,121,122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환풍구통로라 생각보다 빨리 왕궁지하 정칠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히던 철갑 제일기사는 자신이 올라온 곳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에 어지러이 찍혀있는 발자욱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각 발자욱의 깊이는 제각각이어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곳을 드나들던 마우스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발자욱이 깊을수록 더 커다랗습니다. 체중이 실리는 만큼 먼지가 깊게 파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발자욱들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크기의 가장 커다란 발자국들을 비교해 보니 불과 몇달전의 것도 있고 파인부분에 상당한 시간에 걸쳐 먼지가 쌓인 흔적이 역력한 수년전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발자국이 작을수록 더많은 먼지로 덮여있는 것으로 보아 동일한 마우스가 어릴 적부터 이곳에 드나들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발자국의 주인도 자신과 동일한 생각으로 일반통로가 아닌 환풍구를 이용 했으리라 생각하니 이곳에 가끔 들렸었다는 푸른 마우스의 것임이 분명합니다. 철갑 제일기사는 무작정 이곳저곳을 탐색하기보다 가장 최근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깊게 패어있는 발자국을 따라 가다보니 아까 아래에 있는 통로를 통해 가다가 되돌아온 왕궁지하 중심부로 다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풍구통로 역시 아래쪽과 마찬가지로 굻은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자국은 거기서 끊어져 있지 않고 쇠창살 안쪽으로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창살을 잡고 흔들어 보고 빈틈도 찾아보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난감해 하며 고개를 떨 구고 있던 철갑 제일기사는 쇠창살 건너 첫 번째 발자국이 거꾸로 찍혀있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거꾸로 찍혀있는 발자국이라... 그렇다면 혹시?'


고개를 들어 쇠창살을 다시한번 살펴보니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뎠던 흔적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붙잡고 올라가다 보니 창살이 끝나는 위쪽 두번째 벽돌부터 제거되어 있어 몸이 빠져나갈 정도의 공간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쉽게 눈에띠지 않겠군...' 건너편 바닥에 발을디딘 철갑 제일기사는 느낌이 새롭습니다. “하하, 어렵게 통과해서 그런가? 여기부터 어둠왕궁의 심장부로군...” 발소리를 죽여 가며 걷는데다가 발광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 않고 벽을 더듬으며 가느라 하루에 세구역 이상을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꼬박 사흘을 그렇게 기다시피해서 도착한 곳엔 각 환풍구를 통해 밝은 불빛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끔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소리도 들리고 여러명이 동시에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도 들려옵니다. 조심조심 환풍구를 통해 내려다보니 경계병인 듯한 검은 마우스들이 경무장을 한채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경계병 규모가 저 정도라면 무슨 중요한 시설이 있을 것 같은데...' 조금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금까지 보았던 것보다 두배나 넓은 방이 나왔습니다. 경계병들은 이방에서 서너구역 떨어진 꽤 먼거리에 배치되어 그들이 떠드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철갑 제일기사는 자세를 낮추어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마우스들이 두서넛씩 모여 담소도 하고 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놀이를 하기도 하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듯 합니다. 자세히 보니 나이가 상당히 많은 마우스들 입니다.

 

안쪽에 있는 환풍구 아래엔 황금으로 만든 왕관을 쓴 마우스가 중앙에 앉아있고 나이지긋한 마우스들이 둘러 않아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으려 바닥에 엎드려 귀를 기울이자 그들의 나지막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바깥세상에 무슨 변괴가 생긴 듯 합니다. 푸른 마우스가 다녀간지 꽤 오랜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들르지 않는것을 보니...”, "국왕을 비롯해 원로인 우리가 이렇게 갇혀 있는 것이 변란이지요." 왕관을 쓴이가 어둠나라 국왕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몇달전 푸른 마우스가 이곳에 들렀을 때 군부가 전쟁 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국왕을 비롯해 원로인 우리 모두를 이곳에 가둔것도 발광 다이아몬드를 탈취하기 위해 백색 마우스들이 주동한 대전쟁이후 국시가 되다시피 한 반전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우리 지도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이곳에 갇힌이후 접할수 있었던 유일한 바깥세상 소식통이 푸른 마우스 였었는데...”, “여러분께서는 지금의 상황이 어떻다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아주 심각 하지요. 다이아몬드 대전쟁 때보다 더 큰규모의 전운이 우리 어둠나라를 온통 뒤덮고 있는데...”


“푸른 마우스는 당분간 이 곳에 들릴수 없을겁니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때 전설의 검들을 찾아보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오이다.”, “다이아몬드 전쟁 시기에 출현했던 푸른 마우스들의 검 말입니까?”, “예, 각각 한가지 색깔을 가진 일곱자루의 극초미립자 검입니다.”


“그 검들은 다이아몬드 전쟁 이후 일곱 푸른기사들과 함께 사라져 버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수천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마우스들이 찾아 나섰다 실패했습니다. 더구나 검은장군이 군단장으로 취임 하자마자 군단병력을 총동원해서 전국각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 않습니까?”


“물론 아무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푸른 마우스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담 하실만한 이유가 있으신 것 같은데...?”, “어둠나라 건국 영웅들인 일곱 기사들이 모두 푸른 마우스라는 것은 알고들 계실겁니다. 바로 그 푸른 기사들의 직계 자손이 이곳에 가끔 들리던 그 젊을 마우스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 젊은이가 수천년동안 찾지 못했던 전설의 검들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곱 명의 푸른 기사들이 자신의 적손에게 그 보검을 찾을 수 있는 열쇠인 시 한수를 구전으로 남겼습니다.”,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아주 비밀리에 집안내에서만 전해진 것이라 해당가문의 적손이 아니면 알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지요. 검은 장군이 전설의 보검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푸른 마우스도 그것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내력을 제게 말해주며 그때까지 보검탐사에 나섰던 모든 마우스들의 기록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호수마을 원로의 직분으로 왕립 도서관에서 입수한 해당 자료들을 그에게 전해준 일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왕궁에 일이 있을때 데려오곤 했었는데 항상 일년에 열달은 마을을 떠나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 왕궁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을 어릴 때부터 모두 탐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푸른 마우스만큼 어둠나라 곳곳을 세세히 알고 있는 마우스는 없을 것입니다." 호수마을 장로가 장담을 하며 푸른 마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렇게 많은곳을 돌아다녔다면 전해져 내려온다는 그 시를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겠군요."

 

"푸른 마우스가 어서빨리 제왕검에 대적할 수 있는 전설의 보검들을 찾아내야 할 터인데...” 오랜 침묵을 깨고 어둠 왕이 작은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군권을 완전히 장악한 검은장군에게 제왕검이 넘어간 이상 그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전설로 내려오는 무지개검 뿐이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난 철갑 제일기사는 푸른 마우스가 자신에게 전설의 검을 찾자고 제안한 것과 이 곳 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찾고 있다는 일곱개의 별이 무지개 검을 사용하게 될 선택된 마우스들 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검은 마우스들의 동태를 살핀 후 다시 이야기를 엿듣던 곳으로 돌아온 철갑 제일기사는 우선 가방에 있던 금속 열매를 환풍구로 떨어뜨려 국왕과 장로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느닷없이 나타나면 놀라 소리를 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불과 세구역 거리에 있는 경비병들이 달려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다섯 개의 금속열매를 떨어뜨린 철갑 제일기사는 심호홉을 한후 바닥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뛰어내린 것이 푸른 마우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적잖이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국왕과 원로들은 오히려 신기한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멋쩍은 생각에 헛기침을 두어번 한 철갑 제일기사는 먼저 자기소개부터 했습니다. “저는 빛의 나라 제일기사인 철갑 마우스입니다.”, “오! 철갑 제일기사가 이곳에 나타나다니?”, “푸른 마우스는 호수마을 원로께서 말씀하신 대로 전설의 검들을 찾고 있습니다. 제게 이곳의 지리를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 푸른 마우스와 면식이 있구먼... 그러니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겠지...”, “바깥세상은 좀 어떤가? 이 지하에 갇혀 있으니 통 알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둠 나라가 우주의 빛을 독차지해 빛의 나라와 전쟁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래? 자네가 이곳까지 온 것을 보니 빛의 나라가 우세했나 보군?”


“아닙니다. 우리 빛의 나라는 겨우 우주의 빛만 되찾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어떻게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나?”, “어둠 나라를 정찰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간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주겠나? 우선 이곳으로 앉으시게...”


국왕과 원로들에게 인사부터 한 철갑 제일기사는 자리에 앉아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들을 하셨던 신비의 검은 총 여덟자루 인가요?”, “그렇다네, 한 자루는 국왕의 징표로서 대대로 왕궁에 보존되고 있지... 지금은 검은 장군이 가지고 있다네...”


“검은 장군이 그 신비의 검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까?”, “그래, 국왕인 나를 이 곳에 유폐시킨 이유 중 하나지...  제왕검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일곱 자루인 전설의 무지개검 밖에 없다네...”, “제왕검이 그 정도로 대단한 칼인가요?”, “일곱 자루의 무지개검이 합세해야 간신히 상대할 정도지...”


"이곳을 나가게 되면 푸른 마우스를 도와 꼭 전설의 검들을 찾아주게... 검은장군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나는 번개마을 원로일세... 우리 힘의 탑 제일위층 천장에는 고대의 비전에 따라 극비리에 주조한 극초미립자 십자가가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