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111,112,113

111,112,113

“내친김에 저쪽으로 건너가 몇 그루 더베고 돌아가죠?”, “하하하, 피곤하지도 않습니까? 지금까지 별다른 충돌이 없었지만 중앙공동은 이곳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검은 마우스들에게 붙잡혔던 곳인만큼 지금도 외부에서 떨어져 내리는 마우스들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더빨리 금속나무를 베어내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우스들을 구해내야죠!”, “그동안 대장장이 마우스가 필요한 장비들을 다 만들어 놓았을 것입니다. 그만 요새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중앙공동을 도모해 보자구요.”


요새로 돌아온 탐험대는 대장장이 마우스가 만들어 놓은 새장비들의 성능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새로운 무기를 손에 익히며 체력을 비축한 탐험대는 중앙공동으로 출발했습니다. 예상대로 수십명의 검은 마우스들이 최근에 옮겨심은 중금속 나무들을 거점으로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마우스들이 활동하지 못하는 밤시간에 중앙동공에 진입했지만 뜻밖에도 십여명이 넘는 검은 마우스들이 칼을 빼들고 공격하는 통에 간신히 방어하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예상 밖이군요. 저들은 밤에 활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칼을 쓰는 솜씨로 보아 단기간에 익힌 검술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들어왔다 검은 마우스가 된 자들이로군요. 토종 검은 마우스들이야 어렸을 때부터 중금속 피로를 풀어야 했을 터이니 밤만되면 어김없이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마우스들은 다 성장한 상태에서 불과 서너달만에 검은 마우스가 되었으니 상대적으로 중금속 피로도가 덜한 것입니다."

 

"그러니 밤이든 낮이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시간 금속나무에서 뿜어내는 중금속 중화성분이 함유된 공기만 들이마시면 몇달 동안은 밤에도 활동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아닙니까? 저들이 밤에도 활동한다면 우리 다섯이 검은 마우스와 대적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을 텐데...”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밤에 활동할 수 있는 마우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까본 적들만 해도 십여명이 넘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다일수도 있겠지요. 중금속 피로도가 더 심해지면 낮시간에 중금속을 산화시키는 것 만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회복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구요."

 

"왜냐하면 저 중금속 나무들은 낮에는 토양에 있는 중금속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밤에는 과잉함유된 중금속 성분을 잎에서 공기와 혼합시켜 분해해 잎밖으로 뿜어내는데 이때 뿜어내는 공기속에 중금속 산화제가 대량 함유되어 배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마우스들이 밤에 휴식을 취하는 거라구요. 저 십여명도 얼마 안있으면 체내에 중금속 축적량이 많아져 밤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수없게 될것이 분명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검은 마우스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낮과 밤의 공기가 확연히 틀리더군요.”


“아! 그때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수행 비슷한거 하실때요?”, “예,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우스들을 저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면 우리가 불리해 질 이유가 없습니다. 안 그런가요?”, “정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군요”, 새로운 희망을 얻게된 탐험대는 용기를 내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우스들을 구해내기 시작했습니다.


근 삼년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외부에서 들어온 마우스의 칠할을 구해낸 덕분에 탐험대 규모가 오십여 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검은 마우스 세력은 왕궁기사 출신들의 조련으로 점점 조직화되어 강력해 졌지만 밤에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 항상 열세인 탓에 전력이 비등해 졌습니다.

 

요새가 있는 공동 입구에 돌로 견고한 벽을쌓고 금속출입문을 달아 놓은 후에는 중앙공동의 호수로 떠내려 오는 아기 마우스들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있는 이 공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다행히 검은 마우스들과의 대치상황은 거의 해소된 상태입니다.”


긴말을 마친 원로는 심호홉을 한 후 금빛 제일기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검은장군이 이곳을 떠난지도 십여년이 다 되었군요. 그가 이곳으로 흘러들어 왔을때 워낙 체격이 좋고 영민하게 생긴 아기 마우스라 두명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사력을 다했는데 역부족이라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은장군은 상당히 특이한 마우스였습니다. 그를 구하지 못해 모두들 안타까워 했었는데 칠년이 지난 어느날 온몸에 검은색 광채를 내뿜는 어린 마우스가 금속문을 두드렸습니다. 모두 긴장한 상태에서 그 어린 마우스를 들어오게 했는데 아무 말 없이 우리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본 후 돌아가곤 했습니다."

 

"수많은 세월동안 외부에서 들어와 검은 마우스가 된 이들의 영향을 받아 검은 마우스들도 말을 배우며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말이 없어 아직 말을 터득하지 못해 그러는 줄 알고 일부러 많은 말을하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히도록 배려했었습니다."

 

"이쪽 정세를 정탐하려는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지만 거의 8년이 지나도록 우리쪽에 들러 아무 말도하지 않고 그저 천진스레 뛰어노는 아기 마우스들만 넋을 잃고 쳐다보다 돌아기기만 했지요. 그러더니 한동안 이쪽 자유세계를 찾아오지 않더군요."


"무슨 일이 생긴것 같아 걱정 했었는데 석달만에 찾아온 그 검은 마우스는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우리들은 모든 경계병이 중무장을 한후 그를 맞이했는데 그날처음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공동 전체가 울릴만큼 우렁차고 당당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지요."

 

‘이제 검은 마우스들이 여러분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떨어져 들어오는 마우스와 저 호수로 떠내려 오는 마기 마우스를 모두 이곳에서 보호하십시오.’ 그래서 물었습니다.  ‘저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예! 제가 뜻이 맞는 몇몇 마우스들과 검은 마우스들의 지휘권을 장악 했습니다. 저희들은 검은 마우스가 더 이상 생겨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저희세대를 마지막으로 이 지하세계에 있는 검은 마우스들의 불행이 끝을 맺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제게 이야기해 주셨던 바깥세상에 대해 좀더 상세히 설명해 주실수 있는지요?’, "사흘 동안 바깥세상 이야기를 들은 검은 장군은 세달후에 다시 찾아와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처음엔 모른다고 잡아떼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진솔하고 악의 없는 그의 모습에 귀뜸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깥세상으로 떠난지 삼년후에 중금속 함유량이 많은 열매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해와서 검은 마우스들의 도움을 받아 지상세계로 올려 보내 주었습니다. 그 후 몸이 검게변하는 이상한 전염병이 돈다는 소문을 이곳으로 떨어져 들어온 외부 마우스들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쪽에서 중금속 열매를 보내주는 대신 지상세계의 식량을 계속해서 보내주겠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지하세계로 떨어져 내리게 된 이유가 바로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식량을 운반해 주는 차량에 실린 식량상자 속에 숨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지 얼마후 검은장군이 군권을 장악했다고 알려졌는데 그소년 마우스가 바로 검은장군 이었습니다. 검은장군은 초기에 일부추종 세력을 중금속 열매로 감염시켜 이성을 마비시킨 후 극대화된 충성심을 이용해 지지 세력을 확대해 갔습니다."

 

"실권을 장악한 후엔 전국의 식량을 얼음계곡에 비축하고 재분배 하는 과정에서 일정비율로 중금속 열매를 섞어 전국의 마우스들을 검은 마우스로 만드는 중이지요. 얼음계곡은 각지의 모든 특산물을 매집해 다른 곳의 특산물과 맞교환 해주는 중계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량물류의 중심기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극소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말에 깜짝 놀란 금빛 제일기사는 다급히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지난번 식량 협상 때 빛의 나라로 보낸 식량들도 중금속에 오염된 것입니까?”


"애초계획은 그랬던 것으로 전해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에 나선 젊은 철갑 마우스의 예상치 못한 요구로 차질이 생겼습니다. 사전에 준비해 두었던 식량의 다섯배로 협상이 타결되자 어둠 나라에서는 비상이 걸렸지요. 내부보안을 강화하고 있기는 했지만 은하파괴 무기를 만들기 위한 제조시설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빛의 나라 쪽에서 이 무기에 대해 알게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입니다. 당시 식량과 맞바꾸기로 한 금속들은 어둠나라에서는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종류인데다 은하파괴 무기의 핵심부품 제조에 들어가는 없어서는 안될 자원들 이었기에 때문에 시간여유가 없었습니다."

 

"만일 빛의 나라가 은하파괴 무기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전 국민이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보내지 않을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철갑 마우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군대를 동원해 빛의 나라를 점령한 후 필요한 금속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지만..."

 

"반골기질이 강한 백색 마우스들을 배후에 두고 섣부른 공격을 감행하다 앞뒤로 협공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단 강력한 신무기들을 먼저 개발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때마침 남쪽에서 수확한 식량을 가득실은 대형 전동차들이 하나동굴 입구를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얼음계곡으로 가야하는데 이것을 곧바로 빛의 나라로 출발시켜 납기를 맞출수 있었습니다. 일반 열매에 중금속을 표시나지 않게 주입하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수 장치가 된 건조실에서 물에 용해된 중금속열매 용액에 삼일동안 담갔다 꺼낸 것을 열흘 동안 말리면..."

 

"보통 열매보다 조금 달기만할 뿐 외관상 전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미 빛의 나라로 보낼 두대분량의 중금속 투입 열매가 특수 건조실에서 팔일동안 숙성되고 있었습니다. 빛의 나라로서는 납기를 촉박하게 제시한 철갑 마우스의 두둑한 배짱이 중금속에 오염된 열매를 받지않게 된 행운을 불러들인 셈이지요."


이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 금빛 제일기사는 철갑 제일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협상에 임했던 젊은 철갑 마우스가 바로 철갑 제일 기사였기 때문입니다. 새삼 그러한 기재와 함께 정찰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에 든든함을 느끼게 됩니다.


맡은 임무를 철저하게 해내는 능력이 남다른지라 빛의 나라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출중한 검객들이 모인 기사단에서 따르는 이들이 많았던 철갑성 출신의 제일 기사입니다. 이제 비밀기지로 재집결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상기한 금빛 제일기사는 지하동공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몸도 다 회복된 것 같고 저도 그만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신을 붙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신의를 생명으로 하는 기사이니 한 가지만 약속한다면 나가는 길을 알려 드리지요.”, “생명을 구해주신 분들이신데 당연히 들어 드려야 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