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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점이 퍼지는 증상이 멈추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성을 상실하는 발작증세도 줄어들었습니다. 매일 검은 마우스들이 감옥 안으로 금속 열매를 넣어 주고 있지만 하루에 단 한개의 금속열매만 섭취하고 나머지는 한쪽 구석에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푸른 마우스의 말대로 배고픔이 사라지고 전신이 개운해 집니다. “이야! 몸이 날아갈 것 같다. 세포 하나하나의 느낌을 모두 감지할수 있을 정도로 예민해 졌는데...” 허기에 지쳐 누워만 있던 모든 마우스들이 경쾌한 몸놀림으로 좁은 감옥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운동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도 최상급이고 이제 슬슬 탈출준비를 합시다.” 푸른 마우스는 감옥 구석구석을 세심히 살펴보며 탈출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데 골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허술한 듯한 외부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견고해 마땅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닥과 벽은 금속 함유량이 많은 지질이라 파고 들어가기 힘들고 앞부분에 얼기설기 잇대어 놓은 금속나무 또한 지상의 것과 달리 강도가 강해 아무리 흔들어 보아도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며칠동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감옥문이 열리는 틈을 보아 탈출을 시도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금속나무 창살 사이로 금속열매를 넣어 주기만 할뿐 감옥문을 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러 싸우는척도 해보고 심하게 아픈척도 해보지만 먹을것만 넣어줄 뿐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신경한 검은 마우스들이 자신들을 구경하며 신기해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변화없는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밤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검은 마우스 하나가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탐험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별 생각없이 운동에 열중해 있던 터라 검은 마우스가 다가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않았을까?”, “어! 이쪽으로 걸어오는데?” 잔뜩 긴장한 탐험대는 다가오는 검은 마우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난관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감옥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은 마우스는 깊은 숨을 몰아쉬고 주먹을 부르르 떨며 탐험대를 노려봅니다. 곧이어 길길이 날뛰며 괴상한 소리를 꽥꽥거려 동료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 밖에도 예기치 못한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옵니다.
“이 감옥은 내부에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나도 당신들처럼 탈출을 시도 했었지만 성공하질 못 했어요.”, “아!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들어와 본 검은 마우스들은 모두가 말을 못하는 것 같던데... 당신도 우리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마우스로군요?”, “예, 여러분들보다 한달앞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몸 상태를 보니 중금속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이 지하세계의 토양은 지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 흙에서 자라난 금속나무들은 치사량은 아니지만 장기 복용하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 중금속을 열매속에 다량 축적합니다."
"내가 그것을 깨달은 것은 중금속 오염도가 90% 이상 넘어간 상태에서였습니다. 너무 늦었었던 것이죠. 당신들처럼 조금만 더 일찍 절식요법을 썼더라면 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을 텐데... 난 어둠왕궁 에서온 기사입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 다섯명이 이곳에 파견 되었습니다."
"우린 태고 적부터 내려오는 이 지하세계에 대한 괴기한 소문을 규명하기 위해 이곳에 왔었습니다. 최근 들어 실종 신고가 급증한 탓에 흉흉한 소문이 더욱 심해져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우리 기사단이 나서게 된 것이죠.
그래서 밤시간을 이용해 이곳에 잠입해 들어왔습니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완충장치를 먼저 떨어뜨린 후 뛰어 내렸기 때문에 경미한 부상밖에 안 입었던 것이죠. 아시다 시피 밤에는 검은 마우스들의 활동이 전혀 없는 시간입니다. 우린 저쪽 공동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그 곳엔 어떤 마우스도 살고 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중앙공동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주간에 은폐된 장소에 숨어 휴식을 취하고 야간정찰을 하던 방식을 바꾸어 주간 정찰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을 이쪽 공동에 들어서자마자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검은 마우스들과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들은 죽을힘을 다해 싸웠지만 반나절을 버티지 못하고 사로 잡혀 이 감옥으로 끌려왔습니다. 그리곤 당신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저들과 같은 검은 마우스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내 동료들은 벌써 완전한 검은 마우스가 되었습니다."
"나도 오늘밤이 지나면 지금 당신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내 이성이 모두 사라져 버릴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건너편 공동에는 군데군데 작은 규모의 금속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안쪽엔 외부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천혜의 요새가 있습니다."
"그곳을 거점으로 검은 마우스들과 대적하면 상당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곳입니다. 정중앙에 있는 입구를 은폐해 놓았지만 자세히 살펴보시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 문을 열어드릴 테니 지금까지 알려준 말을 참고해서 지하세계를 탈출하시거든 이곳에 대한 정보를 꼭 왕궁 기사단에게 전해주십시오"
말을마친 왕궁 기사는 빗장을 모두 제거하고 육중한 감옥 문을 열어 제칩니다. “뭐라고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할지...?”, “자! 우리와 같이 갑시다.”,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내가 아닌 흉폭한 검은 마우스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왕궁 기사는 가지고 있던 검들과 발광 다이아몬드를 건네주었습니다.
“당신들이 지니고 있던 검입니다. 참 그리고 내것도 드리겠습니다. 이검은 왕궁 기사단만이 가질 수 있는 검입니다. 탈출에 성공하시거든 왕궁으로 들어갈 때 이검을 가지고 가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나는 내 의지가 소멸된 상태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검은 마우스로 살기는 정말 싫습니다. 제발, 내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어떻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내일이면 나도 당신들의 적이 됩니다."
"다른 네 기사들이야 일반기사 급이라 무술 솜씨만이 당신들의 생명을 위협하겠지만 나는 다릅니다. 각종 전략전술과 전쟁사를 꿰뚫고 있는 왕궁 제일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완전히 이성을 상실하게 되는 순간 저 검은 마우스들이 무시무시한 정규군 조직으로 탈바꿈 하는 건 삽시간일 것입니다."
"당신들은 군인이 아닙니다. 그것을 명심하세요. 나를 그대로 두면 어둠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십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왕궁 기사는 본능을 제어하기 힘든지 몸을 부르르 떨며 식은땀 까지 흘리고 있습니다. “제발... 빨리...”
푸른 마우스가 결심이 섰는지 칼을 뽑아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십시오.” 휘두른 칼을 칼집에 넣으며 푸른 마우스가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어둠나라를 검은 마우스들 에게서 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탈출에 성공해야 된다는 전제가 있지만...”
“자, 어서 저쪽 공동으로 출발 합시다. 얼마 안 있으면 검은 마우스들이 깨어날 시간입니다.”, “그럽시다. 우선 왕궁기사가 얘기해준 천혜의 요새를 찾아내야 지요.”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발광 다이아몬드 빛을 앞세워 달려간 탐험대는 깎아놓은 듯한 절벽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야! 장관이로군... 끝이 보이지 않는데?”, “이곳이 왕궁 기사가 얘기한 천혜의 요새인가?”, “그렇다면 절벽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있을 텐데...” 무려 반나절을 찾아 헤맨 끝에 정 중앙에 흙 반죽으로 막아놓은 입구를 발견했습니다.
“왕궁 기사단이 막아 놓은 곳이 바로 여기로군... 정말 감쪽같네...”,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빨리 위로 올라갑시다.” 통로를 통해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절벽 중간쯤 올라가니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보입니다. 통로를 빠져나온 탐험대는 절벽중턱에 펼쳐져 있는 전경에 탄성을 내지릅니다.
“히야~ 이렇게 넓은 평지가 절벽위에 있다니... 저쪽엔 금속나무 숲도있어...”, “작은 호수도 있는데... 이정도 규모라면 천명정도는 족히 생활할 수 있겠는걸?” 금속나무 숲으로 걸어간 푸른 마우스는 열매를 한개 따서 맛을 보았습니다.
“흠, 이곳 금속나무는 정상이로군... 열매에 중금속이 들어 있지 않아... 안심하고 먹어도 되겠는데...”, “그게 정말 입니까? 야! 이거 얼마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이냐~” 탐험대는 땅바닥에 금속열매를 잔뜩 따놓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꺼억! 어~~~ 잘 먹었다. 야~ 천국이 따로 없구나...”
“배도 부르고 삼일동안 쉬지않고 달려 왔더니 온몸이 욱씬거리네...”, “그래, 나도 졸리기 시작 하는데...” 푸른 마우스는 몸을 일으키며 일행들을 부릅니다. “아직, 안심하긴 이른데... 서둘러 절벽 입구를 다시 막아 놓으러 갑시다. 검은 마우스들이 틀림없이 뒤쫓아 올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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