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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지하세계의 원로직을 맡고 있습니다. 몸 상태는 어떠십니까?”, “예,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예전의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생명을 살려준 답례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정중하게 올린 금빛 제일기사가 좌중을 둘러봅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하늘 구멍에서 떨어져내린 마우스 중 대부분은 즉사하거나 불구가 되곤 합니다. 몸이 온전하다 하더라도 건강을 회복하는데 꼬박 한달이 넘게 걸리지요. 7일 만에 건강을 되찾으시다니... 보통 체력이 아니십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래, 요즘 바깥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서너 달 전에 떨어져내려온 마우스 말로는 커다란 전쟁이 있었다고 하던데... 워낙 변두리에서 살다온 마우스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더군요.”, “예, 지금 바깥세상은 본격적인 전쟁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래요? 지난번 있었던 전쟁이 끝이 아니고?”
“일종의 전초전 이라고 봐야겠지요. 조만간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할 것 같습니다. 각종 신무기나 전쟁물자 비축이 막바지에 이른것 같습니다.", “음... 싸움이나 다툼은 이 지하세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하세계 마우스들은 바깥세상을 아주 평화로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크든 작든 전쟁은 어느 곳에서나 웅크리고 있습니다. 다만 책임과 의무를 알고 타의권리를 상호 존중할 줄 아는 곳에서만 기를 못펼 뿐이지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생명이 존재 하는 한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방어의 칼날을 벼르고 있고 이것이 상충되어 부딪힐 때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로군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것 외에 더 커다란 전쟁은 서로의 생각차를 상호 존중하지 못하거나 배격하려 할 때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어떤 연유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군요. 검은 장군이란 신비한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고...”, “검은장군?”
“예.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란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뛰어난 능력으로 휘하 부대를 통솔하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어둠나라를 급속히 발전시킨 공로로 어둠공주와 결혼한 마우스란 것뿐입니다. 아무도 그 이상은 알지 못하더군요. 어디서 태어나 성장했는지... 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 오늘은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다음에 또 자리를 마련하도록 합시다. 그때 다시 바깥 세상얘기를 더 많이해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신을 간호해준 마우스들과 숙소로 돌아온 금빛 제일기사는 검은장군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자 황망히 자리를 파한 장로의 행동이 마음에 걸립니다.
'저쪽에서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군...'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원로와 몇몇 나이 지긋한 마우스들이 금빛 제일기사의 숙소로 찾아왔습니다. 자리에 앉은 원로는 대뜸 금빛 제일기사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봅니다. “저는... 빛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도의상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사실대로 대답을 했습니다.
“빛의 나라는 어떤가요? 싸움을 좋아 합니까? 지난 전쟁도 빛의 나라에서 쳐들어와 일어났다고 하던데...”,
“하하하... 어둠나라 입장에서 보면 우리 빛의 나라가 일으킨 전쟁이겠지요. 하지만 어둠나라에서 우주의 빛을 가두지 않았다면 전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주의 빛을 며칠만 늦게 되찾아 갔었다면 빛의 나라 대부분의 마우스는 생명을 잃고 말았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생태계가 파괴되어 저 하늘구멍 위에 있는 죽음의 평원만큼이나 끔찍한 불모의 땅으로 황폐화 되어 버렸을 겁니다."
"어둠 나라에서 무슨 이유로 우주의 빛을 가두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사절을 보냈지만 하나동굴에 철갑문을 만들어 막아버린채 아예 응대조차 하지 않았었습니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전쟁으로 만들어 놓은건 어둠나라 입니다.”
“음... 역시 말이란 상반된 입장을 모두 들어 보아야 명암이 구분되어 지는 군요.”, “일전에 얼핏 들은 이야기인데요. 검은군단 소속 마우스들이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래요? 그들은 중금속에 오염되어 몸이 검게 변했을 겁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지하세계의 좌측공동입니다. 이 지하세계는 총 세개의 커다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구멍이 있는 곳이 중앙동공이고 그 건너편에 검은 마우스라고 하는 살귀들이 살고 있습니다. 원래는 모두 통해 있었는데 검은 마우스들의 침입을 방지하기위해 기관장치가 달린 문으로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저장치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마우스가 희생되었는지 헤아릴수 조차 없다고 전해집니다. 검은 마우스들은 자신보다 약한 상대방은 무조건 죽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공동 한쪽가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그물줄기는 생명의 호수에서 시작됩니다."
"아시다시피 생명의 나무에서 태어난 아기 마우스들이 아기주머니를 타고 서약의 뜰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의 품으로 가게 되는데... 가끔 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아기 주머니가 너무 일찍 개화되어 물에 빠진 아기 마우스들이 간헐적으로 수면아래에서 발생하는 난류에 휩싸여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마우스가 바로 그 미아들이죠. 이 불행한 일들은 북극행성에 마우스들이 탄생한 직후부터 시작된 피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한 아기 마우스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호수 근처에 떨어져 있는 금속나무의 열매를 주워 먹으며 유아기를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호숫가에 있는 금속나무의 열매들이 함유한 다량의 중금속이 두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게 되는데요. 거의 모든 뇌세포가 굳어 버리고 오직 본능을 관장하는 부분만 남아있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두뇌의 각부분 중 본능이 위치하는 부분의 생명력이 가장 강하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지하 호수에서 유아기를 보낸 아기 마우스들은 대부분 건너편 동공으로 이어지는 금속나무 군락지를 따라 이동하여 대규모 금속나무 숲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그 숲을 중심으로 검은 마우스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본능에 따라 먹을것을 찾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검은 마우스가 될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셈입니다."
지하세계 원로의 말이 이어집니다. 가끔 하늘동굴에서 실족하여 중앙공동에 떨어지는 바깥세상 마우스들이 있었지만 모두 검은 마우스들에게 살해당하거나 포로가 되었습니다. 약, 오천년 전에 어둠나라 곳곳을 탐험하던 마우스 일행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워낙 모험심이 강한 청년 마우스들이라 기괴한 소문이 나도는 지하동굴로 겁없이 뛰어들었죠. 다행히 사망한 마우스는 없었지만 모두 심한 부상을 면치는 못했습니다. 중상을 입은 상태라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검은 마우스들에게 사로 잡혔는데...
이상하게도 이들을 죽이지 않고 건너편 공동에 있는 감옥으로 끌고가 가두어 버렸습니다. 가지를 쳐낸 금속나무 꼭대기에 제법 커다란 발광 다이아몬드가 달려있어 꽤 멀리까지 시계가 확보되어 있는 곳입니다. 검은 마우스들은 이들 일행 중 호수마을 출신인 푸른 마우스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푸른 마우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아한 푸른빛에 호감을 가진듯 매일 수많은 검은 마우스들이 구경을 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감옥에 갇힌지 한달이 지나자 다른 마우스들 몸에 검은 반점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것이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행동이 거칠어지고 사소한 일에 심하게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발작이 일어나듯 한바탕 정신없이 싸우고 나면 한동안 괜찮아지곤 했는데 점점 그 횟수가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독 푸른 마우스만 정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다른 마우스들도 자신들의 증세가 심각해져 있음을 깨닫게 되어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푸른 마우스만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여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마우스는 자신의 검술을 극상승 시키기 위해 일종의 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5일에 한번 식사를 하고 일체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해 정신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먹던 검은 마우스들이 넣어주는 금속열매를 쪼개어 자세히 살펴보니 지상세계에서 자신들이 주식으로 삼았던 금속열매와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곳의 금속 열매는 지상의 것보다 약간더 딱딱하고 마우스들이 좋아하는 금속성 단맛이 특히 강했습니다.
이 단맛은 아주 독특해서 한번 맛들이면 정신없이 과식을 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금속열매의 맛을 천천히 음미해 보니 중금속 특유의 강한 맛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신체 변화가 검은 마우스들이 주는 지하 금속열매 때문이라는 것을 탐험가 일행이 알아 차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허기만 채우고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는 방법으로 식사량을 점점 줄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증세가 금방 호전 되지는 않았지만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낸 마우스들은 하늘 동굴에서 뛰어내리다 생긴 상처들이 아물자 조금씩 체력을 비축하며 감옥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검은 마우스들은 12시간 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한후 나머지 12시간은 금속나무 숲으로 들어가 죽은 듯이 꼼짝도 안하는 생활습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푸른 마우스 일행은 검은 마우스들이 잠을 자는 12시간을 택해 그곳을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탐험대는 검은 마우스들이 잠들면 아무리 커다란 소리가 나도 꼼짝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끔 소동을 피워 확인해 두었습니다. 푸른 마우스를 제외한 일행은 식사량을 대폭 줄인 탓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꼈습니다. 앉아 있기조차 힘들어 감옥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 먹을 것이 공중에 떠다니는 군...”, “얼마나 더 있어야 허기를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됩니까?” 푸른 마우스를 바라보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어 봅니다. “하하하, 벌써 열흘째인가? 며칠만 더 참게... 금식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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