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96,97
별탈없이 승강기를 설치한 검은군단 일부가 고원으로 올라가 인디 마우스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토벌 대장 일행은 인디 마우스 원로를 찾아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대해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이 기록해둔 물품목록을 보여준 인디 마우스 원로가 되려 거세게 항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려보낸 물품보다 턱없이 적은양을 대가로 올려 보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입니다. 양쪽 물품목록을 보니 그동안 서로 보낸양과 없어진 양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알게된 토벌대장은 승강장 작업을 백색 마우스 족이 방해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일부 불량스런 젊은 마우스들의 장난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었던 일이었습니다. 사태를 파악한 토벌대장은 인디마우스 족에게 그간 일어났던 일의 진상을 자세히 설명해준 후 승강장을 타고 내려와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공병대를 제외한 전투병은 총30명인데 소수이긴 하지만 검은 군단 소속의 막강한 최정예 군사들입니다. “모든 병사들은 지금부터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외곽 경비를 강화하고 모두 중무장한 채 다음 명령을 기다리도록...” 토벌대장은 검은군단 장교들 중 가장 강직하다는 평을 들을만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경계령을 내린 후 일부 병사를 데리고 백색마우스 족장을 찾아간 토벌 대장은 인디마우스 족이 건네준 물품 목록을 펼쳐 보이며 빼돌린 식량을 되돌려 줄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일부 젊은 마우스들이 장난을 좀 친것 같으니 직접 범행 당사자를 색출해서 식량을 찾아가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괘씸한 생각이 든 토벌 대장은 지난번 작업장에 들어와 부품을 빼내간 마우스들을 미행해서 확인해 두었던 마을 중심에 있는 창고로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백여 명이나 되는 백색 마우스들이 앞을 가로 막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작업장에 침입해 구조물을 망가뜨리고 부품을 훔쳐간 마우스들을 잡으러 왔소. 그들이 훔친 부품들을 이창고로 가져다 놓는 것을 이미 확인해 두었으니 빨리 비키시오.” 토벌 대장이 이렇게 외치자 험상궂은 모습의 덩치큰 백색마우스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버럭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따위 소리를 해! 우린 그런짓 한적이 없다고...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기어서 돌아가게 만들어 줄 거야...”, “너희들 족장이 범인을 직접 찾아도 좋다고 했다. 우린 이 창고를 수색해야겠어... 만약 아무 증거도 나오지 않는다면 조용히 돌아가겠다.”
“어림없는 소리! 저건 우리 창고야... 겨우 다섯명이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고 말하면서 등뒤에 숨기고 있던 무기를 치켜들었습니다. 그러자 토벌 대장이 칼을 빼들고 소리쳤습니다. “자! 모두 창고로 돌격한다. 가자...”
일제히 칼을 빼든 토벌대는 무려 백여명이나 되는 백색 마우스들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백색 마우스들은 이들을 에워싸기 시작하며 일제히 칼을 겨누었습니다. 그런데 미처 대열을 정비하여 포위하기도 전에 토벌대들은 앞쪽으로만 달려가며 눈앞에 있는 백색 마우스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백색마우스 무리를 돌파한 토벌대는 내쳐 창고문을 열어 제꼈습니다. 창고 안에는 그동안 중간에서 사라진 식량상자가 가득 쌓여있고 구석엔 없어진 승강기 구조물 및 부품들이 널려있었습니다. 증거를 찾아낸 토벌대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뒤로 돌아섰습니다.
“이봐! 여기에 있는 이것들은 다 뭔가? 저건 우리가 얼마전에 도둑 맞은 부품들인데? 자! 해명을 좀 들어보자구...”, “에이! 이렇게 된 마당에 물불 가릴 것 없지... 저놈들은 도망갈 구석도 없다. 당장 해치워 버리자...”
덩치큰 백색 마우스가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누구하나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벌 대장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검을 백색 마우스들 쪽으로 겨누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는 진지로 돌아갈 생각이다. 만약 막는자가 있다면 모두 저승으로 보내주겠어...” 토벌대는 좌우를 경계하며 양쪽으로 길을 비켜서는 백색 마우스들 사이를 지나 진지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모든 임무는 끝났다. 전 군은 막사를 철거하고 철수 준비를 하도록...” 토벌대는 승강장을 인디 마우스들이 살고 있는 높은 곳으로 올려 보내고 아래쪽에 있는 승강기 운전용 조절 장치를 분해해서 전동차에 다시 실었습니다.
그리고 인디마우스 쪽에서 승강장을 내려 보내지 않으면 절대 고원으로 올라갈 수 없게 기존에 사용하던 길은 파괴해 버렸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토벌대는 전동차에 승차한 후 왕궁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앞을 막아서는 백색 마우스들에게 발이 묶였습니다.
토벌대장이 전동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대략 오백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그 선두에는 지난번 만났던 백색 마우스 족장이 서있습니다. 다른 마우스 부족은 원로를 중심으로 연장자들의 협의체에 의해 부족을 이끌어 가고 있지만 백색 마우스 족만은 독특한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가장 힘센 자가 부족을 장악해 전권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족장은 항상 젊고 덩치가 큰 마우스들이 차지합니다. “지금 비키지 않으면 당신들 모두를 몰살 시킬 수밖에 없소.” 그러자 백색 마우스 족장이 토벌대장을 바라보며 조롱하듯 웃습니다.
“하하하, 겨우 그 병력으로 우리와 싸우겠다는 것인가? 지금 이곳에온 우리병력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무슨 소리! 우리는 어둠나라 최정예 부대인 검은군단이다. 지금 병력만으로도 너희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어...”, “그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해 보시지?”
“모든 병사들은 전투 준비를 하고 하차해라...” 토벌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30명의 토벌대가 신속히 전동차에서 내려와 전투 대형을 갖춥니다. “자 지금부터 적진으로 돌격한다. 세 명이 일조가 되어 모두 열군데 방향으로 쳐들어간다.”
명령과 함께 적진으로 돌격해 들어간 토벌대는 밀집대형으로 있어 수적 우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백색마우스족 사이로 칼을 휘두르며 헤집고 다닙니다. 백색 마우스들은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칼을 휘두르려 하면 옆에있는 동료의 몸에 팔이걸려 제대로 힘을 실을수 없습니다. 그런데다 토벌대 모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쾌속하게 칼을 휘두르는 초절정의 검술을 구사해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칼등에 맞아 쓰러지는 백색 마우스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무려 수십배가 넘는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패색이 짙어지자 후퇴명령을 내린 백색마우스 족장은 전열을 재정비 한뒤 전령을 불렀습니다. “지금 즉시 마을로 가서 모든병력을 이쪽으로 집결시키도록 전해라...”
전동차가 있는 본대로 돌아온 토벌대는 휴식을 취하며 적의 동태를 주시했습니다.
서로를 경계하며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벌판 곳곳에 백색 마우스들이 쓰러져 있고 깨어나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는 마우스도 있습니다. “이봐! 우리 쪽 피해 상황은 어떤가?”, “예, 경미한 부상을 입은 병사 몇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습니다.”, “다행이로군... 얼마나 더 싸울수 있을까?”
“비록 별피해는 없지만 극도로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한번만 더 격전을 치르면 사상자가 속출할 것 같습니다.” 이때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함성을 지르며 백색 마우스들이 떼지어 몰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을 망연자실 바라보던 토벌대장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이런... 정말 끝없이 밀려오는군...’ 수천에 달하는 원군이 오자 기세등등해진 백색 마우스 족장은 토벌대에게 항복하기를 권유했습니다. “하하하,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아... 오히려 너희들이 항복해야 할 거야...”, “클클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렇게도 죽고 싶은가?”
“하하, 자넨 검은군단의 위력을 너무도 모르는군... 우리가 왜 30명밖에 안되는 전투병만 이끌고 이곳으로 왔는지 생각해 보았나? 예전부터 백색 마우스족은 늘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도 말이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란 생각은 못해 보았겠지?”, “크크, 죽음이 임박해지니 헛소리를 지껄이는 군...”
“흐흐흐” 갑자기 토벌대장의 눈에 살기가 일며 음산하게 웃기 시작합니다. “정말 겁없는 녀석들이로군... 그 정도 돌려서 얘기해 주었으면 알아서 꽁무니를 빼야지...” 토벌대장의 검은 몸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정도 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희들과 싸우며 죽이지 않고 부상만 입힌것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살상을 하지 말라는 검은장군의 군령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정도 참았으면 절대 명령을 어긴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토벌대장의 물음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대답합니다. “예!”
“모두 승차 하도록...” 토벌대가 갑자기 전동차에 오르자 이를 지켜보던 백색 마우스들은 박장대소합니다. “자식, 무섭게 자세 잡더니... 그냥 도망가기 쑥스러웠던 모양이지?” 토벌대장이 뿜어내는 살벌한 기운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는데 막상 도망치려는 듯 전동차에 오르자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웃고 있는 동안 총 다섯대의 전동차 지붕이 열리더니 커다란 전자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리둥절한 백색 마우스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신에서 푸른 전기 불꽃이 일어나며 “지지직”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기 시작 합니다.
파르스름한 전기 불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더니 붉은색 불꽃으로 변해갑니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섬광을 일으키는 포신이 백색 마우스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출력 강도를 최저로 놓았나?”, “예!” 계기판을 통해 전자포의 예열상태를 확인한 토벌대장이 최종점검을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최고출력으로 저녀석들을 모두 통구이 해놓고 싶지만 일단 명령이 있었으니 모두 기절시키기만 해...”, “....”, “준비 되었으면 발사 하도록 하지...” 명령이 떨어지자 눈부신 섬광이 번쩍 하더니 순식간에 포신을 떠나 커다란 붉은색 원반형 모양으로 펼쳐져 백색 마우스들을 덮쳐갑니다.
'이야기와 시 > 마우스 창세기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우스 창세기 102,103,104 (0) | 2009.01.09 |
---|---|
마우스 창세기 98,99,100,101 (0) | 2009.01.09 |
마우스 창세기 92,93,94 (0) | 2009.01.09 |
마우스 창세기 89,90,91 (0) | 2009.01.08 |
마우스 창세기 86,87,88 (0) | 2009.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