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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92,93,94

92,93,94

바로앞 운전석에 얼음 마우스가 앉아있어 함부로 나갈수도 없습니다. '이야... 이건 완전 고문이로군... 우욱... 제발 좀 작업을 빨리 끝내라...' 금빛 기사의 인내력이 한계에 달할 무렵 “웅~”하는 소리가 커다랗게 나더니 전동차가 멈추어 섰습니다.


‘휴~’ 탈진한 금빛 제일기사는 바닥에 누워 어지럼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봐, 오늘은 얼마나 더 들어오지?”, “음... 전동차 20대 분량이야...”, “뭐라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작업을 계속 해야 하지?”, “이 얼음계곡 창고가 가득 찰 때까지...”

 

“저 넓은 창고가 가득차려면 몇년은 걸릴거야...”, “물론이지... 하루이틀에 끝날일이 아니지...”, “그많은 식량을 다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이지?”, “나도 잘 모르네... 하지만 자네같은 얼음 마우스 부족은 창고를 빌려주는 대신 식량을 제공 받지 않는가?”


“그거야 그렇지만... 하긴 예전에 비해 식량만큼은 풍족해졌지...”, “그러니 열심히 일하게... 난 이만 가보아야 겠어...”, “하하 알았어... 잘 가게...” 바로 옆에서 떠드는 소리라 아주 잘 들립니다. “후후, 그냥 누워만 있어도 저절로 정보 수집이 되는군... 멀미만 안 나면 좋겠는데...”


얼음 마우스들의 점심시간이 지나자 전동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다시 반나절을 덜컹거리는 상자속에서 시달리게 된 금빛 제일기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멀미를 참아냈습니다. 드디어 작업이 끝나고 밤이되자 상자에서 나와 기지개를 켤수 있었습니다. ‘야! 살 것 같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숨을 곳이없는 얼음 건물로 들어가는 것 보다 전동차에 숨어있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 금빛 제일기사는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선잠이기는 하지만 대충 눈을붙인 금빛 제일기사는 어제보다는 덜 하지만 하루종일 멀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오늘은 얼음마우스들 끼리 떠드는 얘기를 엿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어이! 오랜 만이군, 그동안 잘 지냈나?”, "이야! 이게 누구야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왔나?”, “어둠 왕궁에서 돌아오는 길이네...”, “거긴 무슨 일로?”


“우주의 빛을 가두기 바로 직전에 국가 원로 회의가 열렸었지 않나?”, “그랬지...”, “당시 원로회의에 참석했던 우리 얼음마을 원로님의 연락이 두절되어서... 그 일을 알아보려고 갔다 왔다네...”, “겨울철에 갑자기 우주의 빛을 가두어 급상승한 온도 때문에 못 돌아오시는 걸로 생각 했었는데..."

 

"다시 혹한이 시작된 지금도 안돌아 오시다니... 뭔가 이상하기는 해, 그래 뭐 좀 알아낸 거라도 있는가?”,
“아니 별로... 오는 길에 만난 다른 몇몇 부족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원로님들도 모두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하더군... 어둠 왕궁엔 온몸이 검게 변한 검은군단 밖에 보이지 않고..."

 

"아무도 원로님들의 행방을 아는 마우스가 없어 그냥 돌아올수 밖에 없었지...”, “어둠 왕궁에서는 별다른 통고가 없었고?”, “국가 비상사태로 소집된 원로회의라 각 부족의 원로에 관련된 정보는 기밀사항 이라고 하더군... 별도의 연락이 있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전령이 있긴 했지...”


“그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 각 부족의 장로는 국왕 바로 다음가는 권한을 가진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벌써 반년이 넘도록 자기 부족들과 소식조차 주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그렇지... 지난번에 온 전문은 국왕이 아닌 검은 장군이 보낸 것이었어..."

 

"비상원로회의도 검은장군이 보낸 전문으로 소집되었지... 아무리 어둠공주와 결혼한 국왕의 사위라고는 하지만 월권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써 일년전부터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사안이 모두 검은 장군의 결정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는 군...”


“그렇다면 지난번에 우주의 빛을 가두어둔 일도 국왕령에 의해서 실행 된 것이 아니었나?”, “국왕께서 직접 칙령을 내리시던 일은 이미 일년 전 얘기야... 생각해 보게 갑작스레 우주의 빛을 가두어 놓아 우리 부족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급작스런 기온 상승으로 얼음계곡 입구까지 덮여 있던 만년빙이 모두 녹아내려 우리 얼음광장으로 흘러드는 바람에 태고이래 최초로 물난리를 겪지 않았나?”, “그렇지, 물난리도 물난리지만 영상의 기온에선 살 수 없는 우리 부족이 몇달동안 동굴 밖으로 나가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지...”


“만약 국왕께서 직접 결정을 내렸다면 검은장군과 같은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그럼! 현명한 분이시니 우주의 빛을 모두 가두면 홍수라든지 지금 전국을 휩쓸고 있는 검은반점 전염병같은 부작용을 미리 예견 하셨겠지...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릴리 없지... 암~ 더구나 각 부족의 원로님들도 분명히 반대하셨을 거야...”


“맞아, 그 말을 들어보니 최근 국가운영은 국왕이나 원로들의 의견이 배제된 검은장군 독단의 결정 이었던 것 같아...”, “그렇다면 혹시 정변이 일어난 것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이봐! 저쪽에 있던 검은군단 소속 병사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말조심하자 구... 다음에 또 얘기 하도록 하세... 난 이만 가 보아야 겠네...”


“그래... 이쪽으로 오는걸 보니 우리가 오랜시간 얘기를 나누는 걸 지켜본 모양이야... 이거 원, 말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오는 건가?” 잠시후 두 얼음 마우스의 이야기가 뚝 끊기고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윙” 하는 굉음을 울리며 지게 전동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검은 장군이 어둠나라의 전권을 휘어잡은 게 틀림없군... 하긴 막강한 검은군단을 휘하에 두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둠나라 국왕과 모든 부족의 원로들이 감금상태에 있다고 봐야 되는데... 국왕의 사위라면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전권을 이양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둠공주는 정치쪽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왕위를 외동딸인 어둠공주가 계승받더라도 어차피 실질적인 군권을 쥐고 있는 검은장군이 섭정에 들어갈껀 뻔한 일 아닌가? 반란을 일으킬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사정이 뭘까?’'


다음날 점심때는 검은군단 소속 병사의 눈에띠지 않으려 전동차 안에서 두 얼음마우스들이 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제 저녁에 자네 숙소로 찾아 가려고 했었는데 여독이 쌓였는지 잠깐 눈을 붙인 다는 게 그만 아침까지 잠들어 버렸나봐...”


“한시라도 빨리 원로님의 행방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음... 며칠내로 다시 왕궁으로 가볼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다른소식은 없는가?”, “얼마전 검은장군과 어둠공주 사이에 아기 마우스가 태어났다고 하더군... 검은장군의 권력기반이 더욱 다져지게 되는 셈인데...”


“그런가? 어수선한 때만 아니었다면 국가의 커다란 경사로 어둠나라 전체를 활기에 넘치게 할 좋은 소식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기 마우스의 탄생소식만 알리고 별다른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하던데... 만약 전국에 공표하고 잔치를 벌이게 된다면 국왕 및 원로들도 참석해서 축복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분들이 참석을 하든 못하든 정변사실이 전국에 알려지게 될 것이 뻔하니까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일 거야...”, “딴은 그렇군... 아무리 막강한 검은군단이라 하더라도 모든부족이 연합하면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빛의 나라를 적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되도록 내전을 피하려고 하겠지...”


“그리고 백색 마우스족이 중간에서 식량을 빼돌리다 발각 되었어... 그래서 백색 마우스족을 모두 북쪽 죽음의 계곡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중이라 는데...”, “어둠나라 제1차 전쟁을 일으켰던 그 백색 마우스 족이?”, “음, 동남쪽 비옥한 평원에 백색 마우스 족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 안쪽에 아주 높은 고원이 있어..."

 

"그 고원엔 인디 마우스족들이 살고 있다고 하더군... 빛의 나라에서 사라진 알 마우스족의 후예들이 날개가 돋아나지 않은 채 평원에서 살다 그 곳을 백색 마우스들에게 빼앗기고 고원으로 쫓겨났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지..."


"그 인디 마우스족은 고원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들 키만큼 밖에 크지않는 금속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고 산대... 이번 식량비축 계획에 참여해 당도가 높은 난쟁이 금속열매를 공급하고 다른 지방에서 나는 식료품을 공급받기로 했다더군..."


"그래서 오르내리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고원에서 난쟁이 열매를 부지런히 평원으로 내려놓으면 백색 마우스들이 도착한 전동차에 이것을 실어 보내고 전달받은 타지방 식료품을 쌓아 놓으면 인디 마우스들이 가지고 올라가곤 했었어..."

 

"처음엔 별탈이 없었는데 원래 태생이 탐욕스러운 백색 마우스들이 난쟁이 열매를 조금 덜어내고 인디 마우스 족 몫으로 전달받은 식료품도 빼돌리기 시작했지...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과해진 백색 마우스들이 반이상을 중간에서 가로채기 시작했어..." 얼음 마우스의 이야기가 끝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자 내막을 모르는 인디 마우스들이 난쟁이 열매를 아예 안내려 보냈고 어둠왕궁 쪽에서도 그동안 국가가 제공하는 식료품에 비해 턱없이 작은 양의 난쟁이 열매가 계속 보내져 오자 거래를 중단시키는 사태로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몇달전 백색마우스들을 통해 원로회의가 있으니 참석하라는 전갈을 보냈지만 두부족 모두 참석하지 않았었습니다. 백색마우스 족은 원로가 없는 체제인데다 족장이 젊고 포악한 터라 다들 마주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인디마우스 족 원로의 불참도 덤으로 그냥 묵인하고 넘어갔던 것입니다.


원로회의 불참이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지만 어둠왕궁에서 보내주는 식량만 챙기고 소량의 난쟁이 열매를 보내오며 항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자 대노한 검은 장군은 즉시 검은군단을 파병했습니다.


고원아래에 도착한 검은군단은 난쟁이 열매를 전부 노획해 가기위해 공병대를 투입해 승강장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만 되면 여기저기 고장이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자주 고장이 나자 이상하게 여긴 검은군단은 밤에 공사장 주위에 매복을 하고 감시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이 되자 백색 마우스 무리가 나타나 금속 구조물 이음쇠를 망가뜨리고 부품들을 몇개씩 빼가지고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검은군단 지휘관인 토벌대장은 다음날부터 밤과 낮 2교대로 작업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경계병을 배치해 백색 마우스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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