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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숨어 있기에는 딱 알맞은 곳인데?” 은빛 제일기사는 식량 보따리를 바위틈에 들이밀고 금빛 제일기사에게 들어가라는 손짖을 했습니다. 금빛 제일기사가 안으로 들어가자 은빚 제일기사는 서둘러 입구를 돌무더기로 막으며 싱긋 웃습니다.
“이곳에 숨어있다 경계가 허술한 밤시간을 이용해서 탈출하게나... 언제 또 보게될지 모르겠지만 몸조심하고...”, “고맙네... 두세달 돌아다니면 내게 할당된 임무는 마무리 할 수 있을 거야... 어제 알려준 번개계곡 근처의 동굴에서 기다리게... 거기서 다시 만나세...”
작별악수를 나눈후 입구에 돌몇개를 더쌓아 놓으니 밖에선 쉽게 알아보지 못할것 같습니다. 점심을 알리는 신호 소리에 아래로 내려간 은빛 제일기사는 배식을 받기위해 일렬로 늘어선 작업부들 뒤에 줄을섰습니다. 작업부 숫자를 점검을 하던 경계병이 은빛 제일기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왜 자네 혼자 와 있나? 그 금빛 마우스는?”, “예, 조금전 어제 알려주신 작업배치 담당 마우스가 있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그래? 자네 몹시 서운 하겠군?”, “하하하, 모처럼 같은 나라 마우스를 만났는데... 어쩔 수 없지요”
“이렇게 많은 돌이면 삼일안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무기공장 작업지시를 받으러 저곳으로 먼저 가게 되었네...” 이렇게 말하며 무기공장 쪽을 가르킵니다. “사흘 후에 보세...”, “알겠습니다.” 이윽고 밤이되자 사방이 고요합니다.
되도록 소리가 나지않게 입구에 쌓인돌을 바깥쪽으로 조금씩 밀어 떨어뜨린 금빛 제일기사는 은빛 제일기사가 챙겨준 식량을 메고 돌산을 내려 왔습니다. 돌산 주위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던 검은군단소속 병사들도 주둔지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부터는 어둠나라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핵심시설들이 밀집한 곳이라 경비가 삼엄합니다. 더구나 우주의 빛이 아직 20%정도 남아있어 밤이라고는 하지만 밝기가 낮과 똑같기 때문에 바위나 숲속에 몸을 숨기며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하루동안 이동한 거리가 얼마 안됩니다.
다행히 검은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무기공장을 벗어나자 경계초소간 거리가 점점 느슨해져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얼음계곡에 도착한 금빛 제일기사는 적정을 탐색하기 위해 우선 계곡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금속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나무잎이 무성한 가지에 숨어 계곡입구를 바라보니 저장할 식량을 가득싣고 계곡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 어둠 나라의 모든 식량이 이곳으로 오는 모양이군...” 오후가 되자 빈 전동차가 계곡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전동차들이 동시에 들어갔다 나올 정도라니... 정말 보통규모가 아니네...” 이틀동안 상황을 파악한 금빛 제일기사는 자정이 되자 금속나무에서 내려와 얼음계곡으로 들어갔습니다. 얼음계곡이라는 이름처럼 상당히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바깥보다 따듯합니다.
입구를 지나자 어둠나라 외곽성에서 보았던 거대한 무기공장 서너배 크기의 웅장한 얼음동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천장과 사방벽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곳곳에 전등이 설치되어 있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데도 전혀 어둡지가 않습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얼음벽을 파내서 만든 창고들이 있습니다. 투명한 얼음벽을 통해 안에 쌓여있는 식량이 보입니다. 창고 앞에는 전동차에 비하면 크기가 아주 작고 앞부분에 쇠막대 두개가 달린 전동차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대형 전동차에 탑재된 물건들을 내리는데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충 근처에 있는 구조물들을 살펴본 금빛 제일기사는 가까운 곳에있는 창고 하나로 들어가 쌓여있는 식량상자 꼭대기로 올라가 숨었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기분좋게 잠들어 있던 금빛 제일기사는 기계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포복으로 창고 앞쪽으로 기어가 밖을 내다보니 오전작업이 시작되었는지 수많은 마우스가 빈창고에 식량상자를 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소형 전동차들이 대형 전동차에 적재되어 있는 상자들을 하역해 창고로 운반하고 있습니다. 당장 눈에 띠는 마우스만 해도 수백명이 넘습니다.
‘이정도 규모면 어둠나라 전체가 오년정도 아무런 걱정 없이 먹고 살수 있겠군... 철로 만들어진 저런 전동차들이 식량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텐데... 지난 식량교환때 철갑 제일기사의 터무니없는 교환 조건에 선뜻 응했던 이유를 알 것 같군’ 오전 내내 작업 장면을 지켜보자니 시장기가 돕니다.
은빛 제일기사가 마련해준 식량은 어제 동이났습니다. 창고안쪽으로 기어들어가 상자하나를 살짝 열어보았습니다. 안에는 아주 잘익은 금속나무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가득 담겨있습니다. 한개를 꺼내 먹어보니 저장한지 상당히 오래 된 듯한데도 갓 따낸 열매처럼 신선합니다.
“이야! 정말 맛있네... 이 얼마만에 먹어보는 신선한 열매냐... 하하하... 가는 곳마다 먹을것 걱정은 안해도 되니... 정말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난 모양이 로군...” 밤을 이용해 안으로 더 들어간지 며칠후 창고밖을 바라보던 금빛 제일기사는 마우스 모양의 얼음 조각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 저건 분명히 얼음 조각인데? 어둠 나라의 기술력이 정말 대단하군... 전동차도 그렇지만 얼음 조각을 걸어다니게 만들다니...” 그런데 걸어다니는 얼음조각이 한둘이 아닙니다. 창고로 식량상자를 나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입니다.
“가만... 저건... 어둠나라 마우스들이 만든것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얼음 마우스들 인가?” 이들의 몸통을 자세히 살펴보니 얼음과 똑같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임이 틀림없습니다. “음, 몸이 투명한건 우리나라의 다이아몬드 마우스 족과 비슷하군...” 이틀을 더 들어가니 꽤 커다란 건물이 보입니다.
이건물역시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창고에 숨어 얼음 마우스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니 그들이 살고있는 얼음성 이었습니다. 금빛 제일기사는 식량상자들 틈에 숨어서 얼음성에 잠입하기위해 꼬박 사흘을 기다렸지만 도무지 기회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작업을 하는 마우스들이 사방에 깔려 들키기가 쉽고 저녁때가 되면 모두 성으로 들어간후 성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틀을 더 지켜본 금빛 제일기사는 매일 정기적으로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는 전동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숨어있는 바로 옆 창고에서 식량상자를 싣고 들어가는 것을 본 금빛 제일기사는 그날밤 창고에 있는 식량 상자중 가장 앞쪽에 놓여진 곳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았습니다. 다음날 그 시간이 되자 작업차량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더니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자가 심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분명한 지라 금속열매를 좌우로 헤치며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후 덜컹거리며 상자가 바닥에 내려지는 충격이 전해져 옵니다.
서너시간을 상자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으니 다시 조용해집니다.
뚜껑을 살짝 들어올려 좌우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고 아주 아름답게 조각된 얼음성 안의 풍경만 한눈에 들어옵니다. 비록 전등불 이기는 하지만 우주의 빛과 파장을 비슷하게 만들었는지 얼음벽에 부딪혀 반짝이는 빛들이 건물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가는 숨을 곳이 없을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어디 숨을 곳이 없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딱히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습니다. 난감해진 금빛 제일기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가자니 내일이면 얼음 마우스들이 상자를 열어 식량을 꺼낼것 같아 안될것 같고해서 고민끝에 식량상자 옆에 세워져 있는 지게 전동차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운전석 뒤에 꽤 넓은 공간이 있고 여러 개의 금속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다양한 공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도 전동차를 고칠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상자에는 크고 작은 부품들의 들어 있었습니다. 가장 구석에 있는 커다란 상자에는 서너개의 부품만 덩그러니 들어 있습니다. ‘여기다! 이제 숨을 곳은 마련했고... 우선 몸도 풀겸 건물구조나 살펴보고 올까?’
전동차에서 내려온 금빛 제일기사는 얼음성 내부에 있는 부속건물들을 대략 둘러본 후 자신이 숨어있던 식량 상자에서 금속 열매를 챙겨서 지게전동차로 올라갔습니다. 금속열매 몇개로 식사를 마친 금빛 제일기사는 구석에 있는 커다란 상자뚜껑을 열고 식량 배낭을 집어넣은 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 있는 공구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뚜껑을 덮은 금빛 제일기사는 식량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덜컹거리는 흔들림에 단잠을 깼습니다. 상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서는 전동차가 작업장으로 이동 하는 모양입니다.
‘아함~ 나는 아직 초저녁인데... 이렇게 덜컹 거려서야 어디 잘수가 있나?’ 눈을 감고 아무리 잠을 청해도 정신만 말똥말똥 해집니다. 두어 시간을 상자 속에서 흔들거리다 보니 정신이 멍해질 정도입니다. 더구나 처음 타보는 전동차라 멀미를 하는지 속도 울렁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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