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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86,87,88

86,87,88

잔뜩 긴장을 한 금빛 제일기사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여기 쓸만한 돌들이 꽤있군...” 금빛 제일기사가 숨어있는 돌무더기 앞에서 작업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네요. 크기도 적당하고...”, “우린 다른곳을 더찾아 볼테니 자넨 이곳에있는 돌들을 분류해 표시해 놓게나...”


은빛 제일기사에게 이렇게 말한 작업부들은 곧 다른돌을 찾으러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작은 동산높이의 돌무더기를 바라본 은빛 제일기사는 우선 눈앞의 돌들을 분류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작업이 빨리 끝날것 같더니... 돌이 모자라 전동차가 쌓는 시간보다 돌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더많이 소요되니 원...”


한명만 남기고 모든 작업부가 북쪽으로 가버리자 금빛 제일기사는 적당히 틈을 보아서 상대를 해치우고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려고 생각했습니다. 제법 큰돌뒤에 숨어서 작업부의 동태를 살피던 금빛 제일기사는 커다란 돌들에 표시를 하며 점점 올라오는 작업부가 은빛 마우스족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쯪쯪, 아무리 어둠나라가 앞서 간다고 하지만... 기계문명에 현혹되어 무턱대고 어둠나라로 건너온 친구들 중 하나로군... 이곳에서 저런 부역이나 하려고 온것은 아닐텐데... 은빛 제일기사가 저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 아파할까?’


수많은 빛의나라 마우스들이 어둠나라의 1차 산업혁명때 선진문명을 배운다며 이곳으로 건너와 있음을 생각하니 그들의 처지가 안타깝습니다. 이젠 전쟁으로 하나동굴이 막혀 돌아가고 싶어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저렇게 잡역부라도 하지않을 수 없을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작업 마우스가 자신이 숨어있는 돌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금빛 제일기사는 되도록 놀라지 않게 하기위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었습니다. “자네 빛의 나라에서 온 은빛마우스족 이로군?” 뜻밖에도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은빛 제일기사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건 금빛 제일기사의 목소리 인데...’


반가운 마음이 앞서 얼른 소리가 나는 큰돌뒤로 돌아가니 금빛 제일기사가 칼을 빼어들고 잔뜩 경계하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 자네 은빛 제일기사 아닌가?” 근 네달동안 적국에서 혼자 돌아다니던 두 제일기사는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움을 나누었습니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지난 이야기를 간략히 나눈 두기사는 은빛 제일기사가 작업장에서 가지고온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야, 정말 오랜만에 식사다운 점심을 먹었어...” 부른 배를 쓸어내리며 성벽 쪽을 바라본 금빛 제일기사는 무기공장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굉장히 큰 무기공장이 두동씩이나 만들어 진다고?” "그래... 아주 중요한 무기를 생산할 공장이라고 하더군... 이번 성벽보수도 저곳의 보안과 방어를 위한 것인것 같아..." 은빛 제일기사의 대답에 무언가 짚이는게 있는 금빛 제일기사가 힘의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힘의탑에 있는 시설들중 지하층은 내려가 보질 못했어... 건물내부에 그려져있는 구조도에는 분명히 지하5층까지 되어있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안보이더군... 내가 그곳에 있는동안 두번에 걸쳐 외부에서 물자가 들어왔는데 그것들이 지상층에서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것으로 보아 모두 지하층으로 내겨간 것같아...”

“무슨 물건들인지는 모르나?”, “음... 가까이 갈 수가 없었네... 그러고 보니 하부층은 유난히 경비가 삼엄 했어...”, “정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나하고 같이 다시한번 들려보세...”, “알았어... 그곳에서 얼핏들은 이야기인데 힘의탑 지하에서 뭔가가 빨리 완성되어야 신축되는 무기공장이 가동된다고 하더군...”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더 알아보도록 할께... 감시병들중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는 마우스가 꽤 있거든...” 은빛 제일기사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성벽을 지나 북쪽으로 가면 얼음계곡이 있다는군... 그곳이 어둠나라 식량기지 인가봐..."

 

"나는 며칠후면 무기공장 신축현장으로 이동하게되니 자네가 그곳에 들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저 성을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곳엔 각지에서 여러부족 마우스들이 작업부로 와있어... 그리고 공사를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 작업부를 계속 충원하고 있는 중이야..."

 

"수시로 인원점검을 하지만 지금은 공사 막바지라 그것도 좀 뜸한편이니 새로운 작업부라고 둘러대고 우리 대열에 합류해 있다가 내일 성안쪽에 있는 돌산에서 작업을 할때 빠져나가도록 하게...”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보충해 주기위해 금빛 제일기사도 돌 골라내는 요령을 배워 쓸만한 돌들에 열심히 표시를 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북쪽으로 떠났던 작업부들이 돌아왔습니다. “북쪽엔 쓸만한 돌들이 없어... 역시 성안쪽에 있는 돌산에서 구해보는 것이 좋겠어...”, “그런데 못 보던 마우스네?” 작업부중 한명이 금빛 제일기사를 보고 이렇게 말하자 은빛 제일기사가 얼른 둘러 댑니다.


“예 이번에 새로 충원된 작업부입니다.”, “자네도 빛의 나라에서 왔구만... 금빛 마우스 족이지?”, “예, 그렇습니다.”, “같은나라 마우스를 만나 반갑겠구먼?”, “하하하, 반갑다 마다요”, “작업시간이 끝났으니 얼른 돌아가서 쉬세나... 빛의 나라 마우스를 이곳에서 만났으니 할얘기도 많을 것이고... 자 어서...”


야영 숙소로 돌아온 은빛 제일기사는 자신의 침상옆에 금빛 제일기사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내일 얼음 계곡으로 정찰을 떠나는 금빛 제일기사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두기 위해서입니다. 식당으로 들어간 은빛 제일기사는 배식담당 병에게 작업부들이 출출해해서 간식거리를 얻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공사 막바지라 힘든일이 많아진 모양이로군... 상부의 독촉이 워낙 심하니...” 생각보다 많은양의 음식을 싸주는 급식병의 인심에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막사로 돌아와 보니 다른 마우스들은 모두 잠들어 있고 금빛 제일기사가 침상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 갔다 오는 길인가?” 금빛 제일기사의 질문에 식량 보따리를 들어 보이며 싱긋 웃었습니다. 다음날 작업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막사를 나온 금빛 제일기사를 본 감시병이 앞을 막아섰습니다. “못 보던 마우스인데?”,
“예, 어제 새로 온 작업부입니다.”

 

당황하는 금빛 제일기사 대신 대충둘러대며 은빛 제일기사가 싱긋 웃었습니다. “어? 상부에서 그런 통보가 없었는데? 혹시 다른조에 할당된 작업부는 아닌가?”, “그렇습니까? 뭔가 착오가 생긴 모양이로군요. 그렇지만 작업량이 갑자기 늘어나 일손이 딸리는데 그냥 모른척 하고 이곳에서 일하게 해도 되지않습니까?”


“나도 우리조에 할당된 일을 시간내에 마쳐야 하는 입장이니 그러고도 싶지만 업무지침을 어길 수는 없지... 통솔 장교가 알게 되면 벼락이 떨어질 거야... 작업장으로 출발해야 될 시간이니 오전작업은 우리조에서 함께 하기로 하세...” 일단 고비를 넘긴것 같아 안도의 숨을내쉰 두 제일기사는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저쪽 장교막사 옆에있는 것이 새로운 작업부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야... 오전작업이 끝나면 저곳에 가서 자네가 배치될 곳을 알아보게... 우리조에서 아무리 작업을 해보아야 서류상의 절차를 밟아 정식배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하지..."

 

"물론 같은 빛의나라에서 온 은빛 마우스가 우리조에 있으니 다른조로 가기 싫겠지만 이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자네에겐 손해야...” 작업장으로 이동하며 경계병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등에 지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예! 간식거리입니다. 요사인 작업강도가 높아져 금방 배가고파 지거든요.”


성벽에 도착한 작업부들은 기중기에 연결된 승강장에 몸을 실었습니다. 성벽을 넘어 승강장이 땅에닿자 먼저 도착해 경계준비를 완료한 군인들이 사방에 도열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승강장에서 내려온 두 제일기사는 작업부들과 함께 돌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두 제일기사는 걸음을 옮기며 주위 마우스들에게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조직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저군인들은 못보던 친구들 인데... 온몸이 새까만 마우스들만 있는걸 보니 말로만 들었던 진짜 검은군단인 것 같은데...”


“작업부들이 오기전에 미리 경계병부터 배치해 놓다니... 소속이 다른 단위부대들의 움직임이 마치 한 지휘관이 통제하는 것처럼 손발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군...”, “이 곳을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겠는걸~” 두 제일기사는 다른 마우스 보다 앞서나가며 돌들에 표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산 중간쯤 올라가자 다른 작업부들은 아직 산아래쪽에 있는지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경계병들이 이 곳을 유심히 보고 있으니 우선 저안쪽으로 들어가세...” 꽤 커다란 바위가 서있는 모퉁이를 돌아서니 몸을 숨기기에 알맞은 바위틈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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