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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까운 곳부터 살펴본 금빛 제일기사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세그루의 금속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나무위로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 눈을 털어내자 소담하게 열린 금속열매들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발효시킬 바닷물이 없기 때문에 알맞은 크기의 가지를 단도로 잘라낸후 끝을 다듬어 땅을파기 시작했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해서야 얼어붙은 땅표면을 파헤친 금빛 제일기사는 뿌리를 따라 흙을 걷어내며 하얀 타원형의 금속알들을 집어 들었습니다.
일단 열흘치 분량을 캐내어 동굴한쪽에 수북히 모아놓은 금빛 제일기사는 모처럼 배부른 고단백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다보니 동굴속에서 지내는 것도 제법 쏠쏠한 재미가 느껴집니다.“수리공들이 도착하면 어떻게 그들 속에 섞여 힘의돌이 있는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 갖은 방법을 다짜내어 보았지만 도무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에이, 모르겠다. 부딪혀 보면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또 며칠을 보낸 어느날 “위~잉” 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저 소린? 예전에 식량 협상때 들었던 전동차 소리잖아?”
동굴속에서 되도록 몸을 낮추며 바라보니 전동차 다섯대가 계곡입구에 멈추어 서있습니다. 거대한 전동차가 들어가기엔 계곡입구가 상당히 좁아보입니다. 대략 30여명의 마우스가 차에서 내리더니 각종부품과 장비들을 신속히 번개계곡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한시간 후 모든짐을 옮겼는지 번개계곡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금빛 제일기사는 계곡입구에 있는 전동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거대한 금속 구조물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물건이야...”
전동차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각종 계기판과 손잡이들이 달려있습니다. “이것들로 전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로군... 기회만 된다면 이것을 탈취해 가서 연구해 봐야겠다” 전동차를 구석구석 둘러본 금빛 제일기사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번개계곡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한번 둘러본 터라 익숙해진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겨가며 계단이 있는곳 까지 다가간 금빛 제일마우스는 아까부터 번개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계곡을 온통 휘감아 돌던 번개 회오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아하, 이렇게 번개가 사라지는 때를 이용해 발전장치를 수리하는 구나...” 아래를 바라보니 어마어마한 넓이로 움푹파인 거대한 분지 한가운데 거대한 탑이 우뚝서있습니다. 둥근기둥 중간쯤에 넓은 원통형 전망대가 얹혀있고 그위에 아래 기둥보다 작은지름의 기둥이 있습니다.
다시 그위에 금속으로 만든 탑이 끝에달린 뾰족한 피뢰침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라 있습니다. 원형 전망대에는 유리로 만든 창이 사방을 감시하기 알맞게 달려져 있습니다. “저 유리는 우리 빛의 나라 바다에 있는 모래로 만든 것이 분명한데... 저런것을 만들기 위해 식량을 주고 각종자원을 수입했던 것이로구나..."
"흔하디 흔한 모래를 퍼간다기에 아무생각 없이 선심을 썼는데... 이번 전쟁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래 하나까지 값지지 않은 것이 없음을 일깨워 주고 있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금빛 제일기사는 전망대에 있는 감시병에게 발각될 것같아 시간을 기다려 밤에 내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말이 밤이지 하나동굴에 있는 우주의 빛 전송장치 가동이 중단되어 있어 우주의 빛과 어둠이 교차 이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낮과 다름없는 밝기입니다.백야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모두 잠들어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번개계곡은 계단을 밟으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웅장한 규모가 보는이를 압도해 들어옵니다.
드디어 한눈에 들어온 드넓은 호수는 어찌나 깊은지 검푸른 빛으로 출렁이는 물결이 한치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습니다. 호수표면 곳곳에서 지지직 타는 소리를 내며 작은번개 줄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뇌운이 소용돌이 치는 것만은 못하지만 검푸른 물결을 뚫고 오르내리는 번개줄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입니다.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 폭이넓은 견고한 돌다리가 호수가운데 있는 섬까지 놓여져있고 이섬 가운데 힘의탑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힘의탑에 있는 어둠나라 마우스들은 모두 잠이들었는지 다리를 건너 힘의 탑까지 다가가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힘의탑 둘레를 측정하기 위해 한바퀴 돌아본 금빛 제일기사는 다시금 혀를 내두릅니다. “이렇게 거대한 탑을 세우다니... 어둠나라의 건축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군...” 알아갈수록 압도적 위압감을 느낄수 밖에 없는 어둠나라의 까마득히 앞선 물질문명에 금빛 제일기사는 헛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닫혀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출입문 앞엔 낮에 전동차에서 내려졌던 공구상자들이 쌓여있고 문안으로 들어서니 각종전선과 기계부품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습니다. 수리 병들의 숙소는 따로 있는듯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의외로 쉽게 일이 풀리는 것같아 안도한 금빛 제일기사는 내친김에 좀더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1층구조를 대충익힌후 2층으로 올라간 금빛 제일기사는 5층까지 탐색한 후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도대체 이 탑은 몇 층이나 되는 거야? 이걸 다 둘러보려면 한두달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는 걸?” 되도록 빨리 탐색 하려던 금빛 제일기사는 계획을 바꾸어 한적한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계단을 올라가 7층으로 들어가 보니 출입이 전혀 없었는지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곳 이라면 안심하고 쉴 수 있겠군...”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만 밟아 구석에 있는 창고로 들어간 금빛 제일기사는 대충 짐을 풀어놓고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금속 알을 더 가지고 오는건데...” 다음날 망치소리와 작업병들의 고함소리에 잠을깬 금빛 제일기사는 당장 창고밖으로 나가면 틀킬것 같아 내내잠을 자고 밤이 되자 한층한층 올라가며 힘의 탑을 탐색해 들어갔습니다.
총 63층으로 구성된 힘의탑을 대충 탐색한 금빛 제일기사는 각층별 특성과 구조를 도면으로 정리하면서 다시한번 집중탐색할 층들을 추려내었습니다. “흠... 여기....그리고 여기... 이렇게 추려내도 한두층이 아니군... 이 꼭대기 층까지 올라오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는데... 후... 식량이 풍족해서 그나마 다행이야...”
식량은 정말 풍족 합니다. 다섯개층 단위로 식량창고가 있고 창고마다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건조된 식량이 가득합니다. 워낙 큰 창고들이라 금빛 제일기사가 한달동안 배불리 먹으며 올라 왔지만 덜어낸 티도 나지않습니다. 지금 수리병들은 모두 철수하고 총 다섯명의 상주기술자들만 3층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3층은 숙박 전용으로 만들어져 방음이 완벽한 곳입니다. 번개계곡의 휴식기인 한달에 삼일을 제외하면 힘의 탑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번개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으아아, 3층에 있는 녀석들이 정말 부럽군...” 고막을 때려대는 번개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멍해진 금빛 제일기사가 푸념을 합니다.
번개소리는 참을수 없지만 전망대에서 내다보이는 창밖의 번개군무는 언제 보아도 탄성이 절로나옵니다. 한달에 걸쳐 힘의탑 구석구석을 탐색한 금빛 제일기사는 마지막으로 제일 꼭대기 층을 다시 한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이 웬지 모르게 금빛 제일기사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삼일동안 시작되는 번개 휴식기를 틈타 번개계곡을 벗어날 생각을 하니 그동안 이곳도 꽤나 정이 들었음을 느낍니다. “너하고 지낸 특별한 시간을 아마 평생 잊지못할 거야...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하하하, 내가 별소리를 다 하는군... 힘의 탑에 이런 소리를 하다니... 군인이 이런 감상에 젖어도 되나?”
'....', “오늘은 이 곳에서 자야겠군... 마지막날이니 힘의탑 제일위층에서 자는 것이 당연하겠지?” 1차 임무를 거의 완수한 금빛 제일기사는 63층 중간바닥에 벌렁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내부조명이 평상시보다 더 밝아진 느낌에 눈을뜬 금빛 제일기사는 천장에 달려있는 모든 조명등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흠, 드디어 수리 병들이 왕림 하셨군... 저 친구들이 곤히 잠들려면 한나절은 더 걸리겠지? 내친김에 한숨 더 자볼까?” 눈을감고 다시 잠을청한 금빛 제일기사는 밝은빛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아 다시 눈을떴습니다. “조명등 외엔 반짝거릴게 없을 텐데... 어딘 한번 살펴볼까?”
천장을 유심히 살피던 금빛 제일기사는 천장 가운데 열십자 모양으로 반짝이는 이상한 금속을 발견했습니다.
“어라! 저게 뭐지?” 상당히 높은 곳이라 아래층에 있는 부품상자를 몇개를 가지고 올라와 쌓아올린 금빛 제일기사가 상자위로 올라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금속은 금속인데...” 생각을 더듬어 보니 힘의탑 꼭대기에 설치된 두개의 피뢰침과 똑같은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칼로 금속을 파내려고 했지만 칼끝조차 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금빛 기사는 아래층에 내려가 상자란 상자는 모두 열고 적절한 공구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반나절을 찾아보았지만 힘의탑을 유지보수 하는데 필요한 부품만 들어있을 뿐 마땅한 공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에이, 그만 포기 해야겠군.... 쩝...” 단념한 듯 중얼거리며 돌아서던 금빛 제일기사는 창고 구석에 수백년치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낡은 상자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털고 상자를 열어보니 그안에 고대어로 쓰여진 책한권과 금속나무로 만들어진 네모난 상자가 하나가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문자로 가득합니다. 군데군데 그림도 있는데 아마도 금속나무 상자의 용도를 설명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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