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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62,63,64

62,63,64

“저 곳에 들어가면...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나나요?”, “허허, 자네도 참... 뭐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가?”, “이 물고기라는 것은 정말 신기 하군요! 물속에서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있다니... 종류도 많고 저쪽엔 더 많은 물고기 들이 있는 것 같아서...”


철갑 제일기사가 오솔길을 가르키며 딴청을 부리자 원로 마우스의 아들은 정색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곳엔 최근 몇백년 동안 아무도 가보지 못했네...” 이대로 가다가는 궁금증을 풀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철갑 제일기사가 빠르게 질문을 이어갑니다. “정말 아무도 가지 못하는 곳 인가요?”

 

“허허, 예외는 있지... 무슨 연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마을 호수엔 몇백년에 한번씩 푸른 아기마우스가 떠오르곤 한다네...”, “푸른 마우스요?”, “그래... 온몸이 푸른 마우스... 오직 그 마우스만이 저쪽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있다네...”


“왜 푸른 마우스만 갈수있단 말씀이십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곳에 들어간 마우스는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 마을 주민들이 모두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번번이 허사였지... 정오에 저곳에 들어갔던 마우스들이 모두 변을 당했던 터라 통행금지령을 내려 아무도 저곳에 가지 못하게 했던것이야..."

 

"다만 무사히 돌아오게 되는 푸른 마우스들만은 그곳에서 살다시피 해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한 일이지...” 장로 마우스의 말을 들으니 등골이 오싹해 집니다. 자신이 겁도 없이 그런 곳으로 혼자 걸어들어 갔었으니 말입니다.


특히 아까 보았던 두개의 눈동자가 이젠 무섭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제야 자신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철갑 제일기사를 바라보며 원로 마우스의 아들이 빙그레 웃습니다. “하하하... 저곳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우리 마을처럼 안전하고 실기 좋은 곳은 없다네..."

 

"우리야 정오만 되면 낮잠을 자야하는 습관이 배어있어 그시간에 가고 싶어도 갈수 없지만...” 두개의 눈동자 생각에 잠겨 철갑 제일기사가 별 대답이 없자 원로 마우스의 아들은 아직도 오솔길 쪽을 궁금해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그렇게 궁금하면 며칠만 기다리게...”, “며칠만 기다리라니요?”


“왕궁으로 떠난 젊은이들 중 푸른 마우스도 있다네... 며칠내료 돌아올 터이니 그 친구에게 물어 보게나...”, “그래요? 알겠습니다.” 허공중에 떠있던 두개의 눈동자에 대한 궁금증과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위험한 곳이라는 원로 마우스 아들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철갑 제일 기사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해답을 가지고 있는 푸른 마우스를 만날 수 있다니 기다려 볼만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며칠만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군... 하지만 그게 뭔지 정말 궁금해...” 다음 날부터 무료한 정오시간을 맞이한 철갑 제일기사는 호수 안쪽을 제외한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푸른 마우스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버섯으로 만든 집의 형태는 다양 하지만 그리 크지않은 마을이라 이틀을 돌아보니 이제 더이상 돌아볼 곳도 없습니다. “아! 정말 따분하네... 푸른 마우스는 오늘도 오지 않는 게로군...” 푸른 마우스 일행을 통해 어둠 왕궁의 상황도 파악할 요량인 철갑 제일기사는 하루가 너무 더디게 가는 느낌입니다.


철갑 제일기사는 열흘이 지나도록 푸른 마우스가 돌아오지 않자 정오가 될무렵 금지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이곳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로군... 다른 기사들은 어디쯤 도착 했을까?” 갑자기 북쪽으로 떠난 금빛 제일기사와 어둠왕궁 쪽으로 출발한 은빛 제일기사의 근황이 궁금해 집니다.

 

왕궁에서 돌아오는 푸른 마우스 일행을 통해 어둠왕궁에 대한 자세한 사전정보를 입수한 후 길을 떠나려던 철갑 제일기사는 더이상 지체하면 정찰일정에 차질이 생길것 같아 내일아침 일찍 길을나설 생각입니다. “이곳 어둠나라는 정말 신기한 곳이로군... 우주의 빛을 나누기 전엔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을 텐데..."

 

"물고기도 있고... 그 이상한 눈동자도 있고... 마치 보물창고에 들어온 느낌이야...” 어느덧 호수가에 도착한 철갑 제일기사는 지난번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오솔길 초입에서부터 몸을 낮추고 발소리를 죽여 가며 호수 가운데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오솔길 중간부분에 이르렀을 무렵 두런두런하는 이야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이 시간에 다른 마우스들이 여기 와 있을 리는 없는데...” 이상한 생각에 소리가 나는 쪽을 유심히 보니 온몸에 청아한 푸른빛이 감도는 젊은 마우스가 전에 보았던 나뭇잎 둥지를 바라보며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철갑 제일기사가 있는 쪽에서는 나뭇잎 둥지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마땅히 몸을 숨기고 그쪽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나설수도 없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말을 분간하기엔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이런... 한시간 정도 일찍 와서 몸을 숨기고 있을걸...’ 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삼십분이 지나도록 그칠줄 모릅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저 바위까지 가야겠다.’ 멀지않은 곳에 몸을 숨길만한 크기의 바위를 발견한 철갑 제일기사는 신속히 몸을 숙였습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철갑 제일기사는 되도록 천천히 소리를 죽여 가며 바위를 향해 기어갔습니다. 다행히 대화에 열중 하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 바위까지 기어간 철갑 제일기사가 등을 기대고 가뿐숨을 진정시킬 때까지 이야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이번에 전쟁이 일어났다 면서?”, “음, 우주의 빛을 어둠나라에서 독차지 하자 빛의나라가 되찾으려고 전쟁을 일으켰지...”, “몇달동안 겨울날씨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 빛의나라가 승리한 것이 틀림없군...”, “맞아... 어둠나라의 십분지 일의 병력 손실이 있었다고 하는군...”


이 말을 들은 철갑 제일기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전투에 참가한 적들을 삼분의 이정도 괴멸시켰는데 그 전력이 어둠나라의 십분의 일도 안되다니...’ 대략 추산해 보니 빛의나라의 열배나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지?’ 바위 옆으로 조심스레 쳐다보니 지난번 보았던 검은 눈동자가 바로 그 둥지위에서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투명하긴 하지만 희미한 몸체의 윤곽이 들어 납니다. ‘어! 마우스잖아, 몸이 투명한 마우스가 있다니... 어둠 나라엔 신기한 게 정말 많을 것 같군...’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옆에 있는 둥지로 시선을 돌리니 여섯개의 눈동자가 푸른 마우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옆에도, 그옆에도... 수십개의 나뭇잎 둥지위에 서너쌍의 눈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푸른 마우스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들은 이 호수에서 살고 있구나... 그렇게 악해 보이지 않는데... 이곳에 왔다 돌아가지 못한 마우스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푸른 마우스만 무사히 이곳을 다녀갈 수 있는 것이지?’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집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낼까? 아니면 정오가 지난 후 푸른 마우스에게 물어볼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해 망설이고 있는데 마을 쪽에서 “뎅 뎅 뎅”하는 희미한 종소리가 메아리로 들려왔습니다. 종소리가 울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둔 눈동자들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풍덩, 풍덩” 순식간에 모든 눈동자들이 사라져 버리자 푸른 마우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오랜 여행으로 피로가 쌓인 듯 터덜터덜 발을 내디디던 푸른 마우스는 바위 옆에 서있는 낫선 마우스의 모습을 발견 하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누구...? 이마을 마우스는 아닌데...”, “맞소, 나는 빛의 나라에서 온 철갑 마우스입니다.”, “아, 예 어둠 왕궁에서 당신 종족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여기엔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대략 한 시간 정도 됐습니다.”, “그럼, 모두 보셨겠군요”, “예..."


“여기일은 나 이외엔 아무도 모릅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들은 물방울 마우스 종족입니다.”, “물방울 마우스요?”, “예, 저 호수가 그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아주 먼 옛날엔 저들도 우리 호수마을 마우스들과 함께 이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함께 살았었습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저들은 물표면에서 공기 방울들을 포집하여 물속에 공기 주머니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기 주머니를 상당히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동굴 속으로 가지고 가지요. 그 동굴은 입구는 좁지만 위쪽으로 올라 갈수록 넓어져 이곳에 공기를 폴어 놓으면 공기의 압력으로 물이 점점 밀려 나오는 구조입니다."


"물방울 마우스족들은 수백년동안 수면의 공기를 방울로 만들어 끌어다 호수 마을만한 크기의 동굴을 가득 채우고 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방울 마우스들은 호수마을 부족과 참 의좋게 지냈었습니다. 호수마을에서 호수물 위를 청소하면 저들은 호수면 아래를 청소하곤 했지요."

 

"호수 깊은 곳에서 사는 희귀한 물고기들을 잡아 선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약 오천년전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 부족이나 모험심 많은 젊은이가 한둘은 있을 것입니다. 젊은 물방울 마우스들이 호수 표면에서 채집한 공기 방울들을 여러 개 합쳐 한달동안 들어가 숨쉬고 살수 있는 공기 주머니를 만든적이 있습니다."

 

"그리곤 무작정 호수 가장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저 호수 가장 깊은곳은 이 북극행성의 중심부분에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거기까지 내려간 두 물방울 마우스는 아주 특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닥에 아주 밝게 빛나는 금속표면이 조금씩 녹아내려 빛나는 금속가루 입자를 호수 위쪽으로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던 물방울 마우스들은 공기 주머니를 금속가루 입자가 녹아나오는 곳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공기 주머니 표면에 닿은 금속가루 입자들이 물과 분리되어 공기 주머니 안쪽으로 흡입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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