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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행성 핵심부에서 융기한 지반이 만들어놓은 화산의 용암을 타고 올라온 주먹만한 극초미립자 덩어리들이 쌓여있는 화산 분화구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극초미립자인 지혜의 돌을 이용할 수는 없겠습니까?”
“극초미립자의 성질은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지혜의 돌처럼 100% 순수 결정체여서 이돌에 닿은 생명체의 두뇌기억을 그대로 복제해 낼 수 있는 일종의 기억수용체, 즉 생각할 수 있는 돌이란 것이죠. 지혜의 돌이 태초 통합된 우주였던 하나 행성의 완벽한 일부로 보존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 같은 것은 단위별로 복사되어 존재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이곳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각 미립자의 틈새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어둠나라에 있는 힘의 돌은 하나행성 폭발시 극초미립자 단위로 쪼개어 졌다가 북극행성이 빠른 속도로 북극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그 인력권에 갇혀 따라 올라왔습니다."
"그후 북극행성에 통합되어 맨틀을 형성했던 일부가 대륙 충돌 때 지표면으로 분출된 것입니다. 지혜의 돌 보다는 극초미립자들의 결합 밀도가 떨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어둠나라에 있는 극 초미립자들은 각 극초미립자들의 틈새에 에너지를 담아둘 수 있는 것입니다.”
“허허허, 우리 빛의 나라에서는 우주의 빛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뜻 이로군...”, “예! 하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더한 지혜의 돌이 있지 않습니까?”, “에너지를 담아둘 수 없는 지혜의 돌이 전쟁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혜의 돌은 사고력을 가진 생명체의 몸이 닿는 순간 해당 생명체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복사하여 보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만약 다수의 생명체가 동시에 한 지점에 접촉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동시 접촉한 생명체의 사고 체계가 모두 통합되어 하나의 단위 생명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를테면 여러 마우스들의 생각을 합쳐 지혜의 돌에 입력하여 마우스 하나의 생각으로 해낼 수 없는 그런 일을 수행할 능력을 만들자는 말씀이신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고 능력이 뛰어난 마우스들의 두뇌를 모두 한데 합치면 웬만한 일은 다 해결해낼 수 있는 지혜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을 생각일세... 그런데 되도록 많은 마우스들의 두뇌를 모으는 것이 좋겠는데... 그 많은 마우스들이 지혜의 돌 손바닥 자국에 동시 접촉하는 것이 가능할까?”, “제 생각입니다만, 모두 일렬로 늘어서서 손을 잡은 후 맨앞에 있는 마우스가 지혜의 돌에 접촉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쥐 원로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모든 원로들이 일제히 박쥐원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지혜의 돌을 지키고 계신 은빛 현로께 속세의 일로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되겠는걸요.”
“그럼 원로분들께서 이 일에 참여할 마우스들을 선정해 주십시오.” 대략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라고 판단한 은빛사령관은 이일의 모든 추진권한을 원로들이 가지고 이끌어 갈수 있도록 한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암요, 우리가 백방으로 후보를 물색해 보리다.”
빛의 나라가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어둠나라 변전소 계곡능선에 설치된 관측소에서는 빛의나라 제일기사들이 어둠나라 병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세달이 지났는데도 저들의 움직임은 늘 일정하군...”, “그러게, 보초 교대도 항상 같은시각에 이루어지고...”
“이제 슬슬 첩보 수집을 하러 출발해 볼까?”, “잠깐, 그 전에 변장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맞아, 우리들은 이곳 어둠나라 마우스들과 종족이 전혀 다른데다 몸에 검은 반점마저 없으면 날 잡아가시게 하는 꼴이잖아?”, “그럼 적당히 몸에 검은반점을 그린후 출발해 보자고...”
유사시 큰 산을 넘어 전파를 발신해야 할 박쥐 제일기사와 변장을 해도 너무쉽게 눈에띠는 다이아몬드 기사를 제외한 세 제일기사들은 온몸에 검은 반점을 드문드문 그려놓고 나서 진지를 나섰습니다. 우주의 빛이 이할 밖에 남아있지 않은 어둠나라는 혹독한 추위와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눈으로 인해 사방이 온통 하얗습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칼바람이 눈보라를 휩쓸어 가는 계곡을 내려오며 철갑기사가 한마디 합니다. “그냥 사이좋게 우주의 빛을 나누어 사용 했으면 이렇게 혹독한 겨울에 시달리지 않을텐데... 욕심이라는 것이 불러들이는 대가가 정말 엄청나게 크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철갑 제일기사의 말에 은빛 제일기사가 대꾸합니다. “맞아, 대자연의 일부를 독점하려 한다는 것은 너무 심한 욕심이지... 그것으로 인해 우리 빛의 나라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전멸할 뻔했잖아...”, “그래, 더군다나 어둠 공주가 우주의 빛을 좋아해서 그랬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야...”
"어쩌면 그 이상의 이유가 있을수도 있겠지... 우리의 첩보활동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왜 우주의 빛을 빼앗으려 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고...", “우리 셋이 같이 돌아다니면 적들에게 쉽게 발각되지 않을까?”, “그렇겠지... 이쯤에서 각자 방향을 잡아 흩어지는 게 좋겠어...”
“나는 왕궁 수비대를 지나 어둠나라 궁전으로 곧바로 가겠네...” 은빛 제일기사가 먼저 방향을 정했습니다. 뒤이어 금빛 제일기사가 변전소 계곡을 따라 북쪽에 있는 번개 계곡을 정찰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럼 나는 저 앞에 있는 국경 수비대를 지나 남쪽을 정찰해 보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철갑 제일기사가 방향을 정했습니다.
세 제일기사는 우정의 악수를 나눈 후 각자 정한 방향으로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검은 반점을 몸통에 그려 변장을한 철갑 제일기사는 길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민간 마우스들 속에 섞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국경 수비대를 벗어나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칠일을 되도록 한적한 곳을 골라 이동하던 철갑 제일기사는 어둠나라 최남단에 있는 작은 호수마을을 발견했습니다. 큰산 아래자락에 위치한 작은호수는 마치 거울이라도 되는 양 주변의 모든 풍경을 잔잔한 수면위에 담아 놓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마을의 모든 건물들은 수명을 다한 버섯의 내부를 파내어 방을 만들고 창을 내 자연을 그대로 활용한 멋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외진 곳이라서 그런지 국경 수비대 근처를 지나올 때 느꼈던 전쟁의 그림자를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아기 마우스들이 천진스레 뛰어 노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호수가를 따라 나무막대를 드리우고 앉아있는 마우스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얼지 않은 호수면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따듯한 호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철갑 제일기사의 낯선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멀찌감치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따라오는 아기 마우스들도 있습니다. 이윽고 마을 중간에 들어서자 이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버섯으로 만들어 놓은 근사한 집입니다.
이곳 뜰에는 마을의 다른 곳과는 달리 어른 마우스 여럿이 모여 심각한 얼굴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다 철갑 마우스를 발견하곤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철갑 제일 기사 쪽으로 다가 왔습니다. “처음 보는 마우스인데... 이곳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중 가장 젊어 보이는 마우스가 앞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습니다. “예, 저는 빛의나라에서 온 철갑 마우스입니다.”, “빛의나라요? 거긴 몇달전에 하나 동굴이 막혀버려 왕래를 할 수 없는 곳인데?”, “저는 벌써 일년 전에 이곳으로 공부를 하러 왔습니다.”
“아! 유학생이로군, 한동안 빛의나라에서 아주 많은 젊은이들이 선진문물을 배운다고 우리나라로 건너 왔었지... 그런데 유학생중 이곳을 찾아온건 당신이 처음이요.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지...” 나이 지긋한 마우스가 앞으로 나서며 빙그레 웃습니다.
“사실은 군 징집을 피해 여기저기 떠돌고 있는 중입니다.”, "그심정 이해하네... 이곳이야 아주 외진 곳이라 징집령을 피해갔지만 검은장군이 집권한 이후 최근들어 병력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하더군... 검은장군을 동경해 자원하는 마우스들이 아주 많지만 간혹 이 마을처럼 군대를 싫어하는 곳도 있으니 말이야..."
“허허, 그러고 보니 자네도 돌림병에 걸렸 구만?”, “예? 돌림병이라니요?”, “자네 몸에 있는 반점 말일세!
어둠공주 때문에 우주의 빛을 가두어둘 무렵부터 몸에 검은반점이 나는 돌림병이 더빨리 퍼지기 시작했어... 우주의 빛이 가장 강렬해지는 정오의 빛에 노출된 대부분의 마우스들이 돌림병에 감염 되었다고 하더군..."
“다행히 우리 마을에선 정오에 낮잠을 자는 오랜 전통이 있어 이렇게 모두 무사하지만...”, “예...”, “그 병에 걸리면 일단 성격이 포악해 진다네... 자넨 아직 그정도 증상까지 가진 않은 것 같네만...” 검은 반점을 조금만 그려놓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 철갑 제일기사는 새로운 사실들을 쉽게 얻게되자 내심 기뻤습니다.
“맞아, 다행히 빛의 나라에서 그 우주의 빛을 거의 회수해 가서 안심 했었는데... 이미 감염된 마우스는 반점이 점점 퍼져 나중에는 검은 장군처럼 온몸이 검게 변한다고 하던걸...”, “이미 어둠나라 마우스 60%가 감염되어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어...”
“그건 그렇고 우리는 세상과 담을 쌓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고 있는 마우스들이라... 어떤가? 각지로 돌아 다녔다 하니 세상 돌아가는 얘기 좀 해주지 않겠나?”, “그래, 얼마 전 전쟁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막도 알고 싶고...”
“그렇게 해주겠나? 푸른 마우스가 왕궁에 들리러 가긴 했지만 아직 돌아오려면 꽤 여러날 걸릴 터이니...”,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부터 하자고...”, “마을의 마우스들을 모두 모이게 해야겠구만!”, “자, 들어 가세나...” 마을 어른들의 권유로 들어선 커다란 버섯집은 이 마을의 원로가 거처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모든 마우스들이 모여 함께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호수마을 원로는 원로회의차 왕궁에 가있는데 일년넘게 돌아오지 않고있다고 합니다. 원로의 아들이 안내한 식탁을 보니 이제까지 구경해 본적이 없는 다양한 요리들이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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