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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많이 드시게...”, “이게 무엇입니까? 처음 보는 것인데...” 접시에 놓여있는 이상하게 생긴 음식을 쳐다보며 철갑 제일기사가 물었습니다. “아! 그건 물고기라네... 우리마을 호수에서만 나는 특산품이지...”, “물고기요? ” 빛의나라에는 물고기가 전혀 없습니다. 철갑 제일기사가 신기해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빛의나라 먼바다로 나가면 물고기들이 있지만 선조들의 유훈에 따라 금지된 영역으로 존중을 해왔기 때문에 물고기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 저 호수에서 잡은 것이야...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호수가에 나무막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마우스들을 보지 못했나? 그들이 잡은 것일세...”
그제서야 나무막대를 잡고있던 마우스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된 철갑 제일기사는 약간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직도 생경한 것이 물고기입니다. “이게 물속에서 사는 생명체란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네~”, “빛의 나라엔 호수가 없는가?”
“생명의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물밖에 없는데요?”, “음, 생명의 호수는 우리 어둠나라에도 있는데 거기엔 아무것도 살고 있지 않지... 왜냐하면 북극행성 중심에 있는 극초미립자들이 심층수에 녹아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야... 그 극초미립자가 바로 생명나무의 영양분일세..."
"물에 녹은 극초미립자 양이 많으면 수중 동물이 살기엔 좀 부적합 하지... 식물은 예외이겠지만... 참, 자네 나라엔 땅 끝쪽에 거대한 바다가 있다면서? 그곳에 이런 물고기들이 자라지 않나?”, “저희 빛의나라에서는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 아직 한번도 바다멀리 나가본 일이없습니다."
"근해엔 이런 수중 동물들이 살고 있지 않구요.” 말을 마치고 물고기 요리 한점을 입에 넣은 철갑 기사는 아주 새로운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야! 정말 기가 막히군요?”, “하하하, 아무렴 진미중의 진미지... 우리 마을 에서만 나는 이 물고기들은 세달에 한번씩 국왕께 진상하는 것이라네..."
"지금 푸른 마우스가 인솔하는 마을 젊은이들이 진상품을 가지고 왕궁에 가 있다네... 떠난지 20여일이 지났으니 돌아올 때가 되었구만...”, “이거, 영광이군요. 국왕께서 드시는 진귀한 것을 먹어보게 되다니...”, “다른 지방에서는 진미지만 우리 마을에서는 이게 주식이라네... 달리 대접할 것도 없고...”
“우린 저 호수를 생명과 같이 생각하며 살고 있지... 호수가 깨끗한 상태를 유지 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주면 호수는 우리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싱싱한 고기를 키워 준다네...”, “암, 그렇지... 우린 필요한 양 만큼만 낚시질로 물고기를 잡지..."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져 잡으면 보다 많이 잡을 수 있지만 수초들이 망가져 물이 오염되고 물고기들이 놀라 성장이 더뎌지게 되지... 그렇게 남획을 하게되면 결국 호수 자체의 생태계가 망가져 물고기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 될게 분명해...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물고기를 잡고 있다네...”
“맞아, 호수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는 것이 별것 아닌일이지만 그것을 계기로 파생되는 여러 영향을 예측해 보면 정말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지...”, “그래서 우린 불필요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네...”, “그럼! 호수를 청소해 주기 위해 가끔 배를 띠우는 것이 전부라네...”
“호숫가에서 낚시를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양은 충분히 잡을 수 있거든...”, “정말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시군요?”, “선조때부터 그렇게 살아 왔거든... 이번 일만 보아도 그래... 우주의 빛을 가두어 놓아 수온이 급격히 올라간 탓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하루가 멀다하고 호수위로 떠오르곤 했었어...”
“자연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함께 어우러 한쪽이 차면 다른쪽을 비우고 이쪽이 모자라면 다른쪽에서 덜어 채우는 균형을 이루어 자신의 흐름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다네... 만약 이를 어겨 한쪽을 너무 과하게 채우거나 너무 소비해 비우게 되면 그 균형이 깨져 새로운 질서를 모색 하게 되지..."
"우리가 정말 피해야 하는 것은 균형을 이루는 이모든것 중 하나를 완전히 파괴 하려는 것이야... 균형의 큰 축 하나를 파괴하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유지해주는 이 대자연 자체가 소멸해 버릴 수도 있다네...”, “지난번 우주의 빛을 가두어 빛의 순환을 막은 일도 그중 하나야...”, “이런! 우리가 너무 말이 많았군...”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좀 들려 주시게나...”,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이날 철갑 제일기사는 마을 원로의 아들이 자신의 집 2층에 마련해준 방에서 오랜만에 쾌적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오전일찍 눈을 뜬 철갑 제일기사는 적당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하늘을 이불삼아 추위에 떨며 여러 날을 보냈던 때와는 다르게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함을 느꼈습니다. 오전에는 마을 원로의집 앞뜰에 모여든 호수마을 마우스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전쟁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호수마을의 오랜 전통대로 마우스들이 오침을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갑자기 무료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오만 되면 낮잠을 자야 한다니... 참 이상한 마을이로군...” 마을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철갑 제일기사는 문득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호수로 향했습니다.
호수가에서 물속을 들여다보니 정말 거울처럼 맑고 투명합니다. 이곳에 사는 마우스들이 얼마나 정성스레 호수를 대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속에 커다란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헤엄을 치며 물위에서 자신들을 보고 있는 철갑 제일기사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합니다.
“야! 저게 물고기라는 것이로 구나! 물속에도 저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이 있다니...” 조금 깊은 곳을 보니 거기엔 더 큰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어! 저기엔 더 큰 물고기들이 있네? 야! 저것들이 어제오늘 내가 먹었던 그 맛있는 물고기 인가? 모양도 서로 다르고... 상당히 여러 종류가 있네?”
좀더 많은 물고기를 볼 욕심에 사방을 둘러보던 철갑 제일기사는 큰산 가까운 쪽에 호수중앙으로 뻗어있는 협로를 발견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돌아 협로에 다다른 철갑 제일기사는 호수 중앙으로 뻗어있는 좁은 길양쪽에 상당히 큰나무들이 빼곡히 늘어서 마치 나무로 동굴을 만들어 놓은듯한 느낌을 주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며 호수 중앙에 다다르니 아까 서있던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큰산 아래쪽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마우스들이 관리를 하고 있지 않는지 곳곳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 마치 둥지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것이 눈에 띠었습니다.
그냥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 아닌것 같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던 철갑 제일기사는 깜짝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 했습니다. 그 둥지중 하나에 있던 눈 두개가 깜빡이다 철갑 기사의 눈과 마주친 것입니다. "도대체 저게 뭐지? 마우스의 눈인 것은 틀림이 없는데, 몸통이 보이지 않다니...”
놀라기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더욱 동그라진 두개의 눈동자가 이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볼 생각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던 철갑 제일기사가 돌부리에 걸려 균형을 잡기위해 발치를 잠깐 쳐다본 순간 “풍덩”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차 싶은 생각에 둥지 쪽을 황급히 바라보니 눈동자는 오간데 없고 둥지근처 호수면에 물결만 일렁이고 있습니다. 홀린듯한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서있던 철갑 제일기사는 마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서둘러 발길을 되돌렸습니다. “정말 이상하네... 저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마을에 돌아와 보니 모든 마우스들이 다시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까 그 종소리는 무엇입니까?”, “낮잠에서 일어날 시간을 알리는 종일세...”, “예” 대답을 들으면 서도 철갑 제일 기사는 조금전 호수에서 보았던 두개의 커다란 눈동자를 뇌리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 정오에 기필코 정체를 밝혀 봐야지...”하고 호수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원로의 아들이 다가왔습니다. "하하하... 호수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로군...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 호수를 구경 시켜줄 참이었네... 자, 가세...”
철갑 제일기사는 차마 조금전까지 호수에 있었다는 말을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원로 마우스의 아들은 철갑 제일기사를 안내하며 물고기들이 특히 많은 곳을 차례로 보여주며 종류나 습성등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미 조금전 다보았던 것들이라 무덤덤히 설명을 듣고 있는 철갑 제일기사를 보고 원로 마우스의 아들이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 적지않이 놀랄 것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하하하, 정말 신기 하군요. 제 성격이 좀 무뚝뚝한 편이라...” 적당히 얼버무리며 호수 중간으로 뻗어있는 오솔길을 바라보니 아까와는 다르게 자욱한 안개에 싸여 희미하게 보입니다.
“저쪽도 구경해 볼까요?” 철갑 제일기사가 오솔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자 원로 마우스 아들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습니다. “그쪽은 안되네...”, “왜.....안됩니까?”, “자네 나라에서는 바다에 대한 경외심으로 먼 바다엔 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예...”
“우리 마을에선 바로 저곳이 가장 금기시되는 곳이지...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상 대대로 저 오솔길쪽은 출입을 금하고 있다네... 특히 정오엔 무슨일이 있어도 저곳에 가지 않는 것이 우리 마을의 오랜 전통이야..."
아까 보아서 알겠지만 우리 마을은 정오만 되면 낮잠을 자는데 바로 먼 선조때부터 정오에 아무도 저 오솔길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위한 조치였지... 예전에 아주 간혹 이를 어기는 젊은 마우스들이 종종 있었지만 ...” 뭔가를 숨기려는 듯 원로 마우스의 아들이 말끝을 흐리자 철갑 제일기사가 재촉하듯 한마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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