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관측소의 위치는 파악 되었습니까?”, “아직... 변전소 계곡 능선일 것 같은데 그곳엔 달리 은폐물이 없는 곳이라...”, “무슨 소리요? 관측이 가능한 곳은 이 부근에 변전소 계곡 능선 밖에 없을 것이오. 말씀대로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는 곳이니 유심히 살펴보면 금방 발견될 것입니다.”
“설혹 적들이 이 집중 포격에 일부 살아남는다 해도 관측소만 파괴해 버린다면 장님이 되어 버릴 것이요. 그렇게 된다면 이 전쟁을 간단히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지휘관들이 전세 분석을 하고 있는데 통신 장교가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장군, 지금 적들의 통신이 개시 되었습니다.”, “그래? 무슨 내용인가?”, “예! 그게... 암호문을 사용해서 내용을 해독하기가 어렵습니다.”, “암호문 이라니? 삼십분 전 까지만 해도 평문을 사용해서 통신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아무래도 해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어허, 이거 답답한 일이로군...”, “될 수 있으면 빨리 해독하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어둠나라 진영에서 갑자기 활발해진 빛의 나라의 통신 암호를 해독하는데 열중할 무렵 바로 코앞에 대포를 설치한 빛의 나라 각 포대에 하나동굴에서 막후 지휘를 하다 방금 도착한 은빛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 졌습니다.
각 포대가 관측소에서 암호문으로 전달된 어둠나라 목표물을 조준하는 동안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릅니다. 어둠나라 통신병들 또한 빛의 나라 암호 통신문을 해독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빛의 나라 모든 포대가 조준을 완료하는 순간 어둠나라 통신 장교가 작전 상항실로 황급해 뛰어 들어오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암호문을 해독했습니다. 거의 좌표로 나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적 관측소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좌표라고? 어디 이리 주어보게!”
포병대장이 빼앗듯 받아든 종이에는 어둠나라 각 포대의 현재 좌표가 정확히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전 포대는 지금 당장 사격을 멈추고 신속히 이동 하도록 긴급전파를 날리게...” 다급한 목소리로 통신대에게 명령을 내린 포병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적들이 별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좌표는 우리 모든 포대의 위치가 정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아무리 빨리 사격을 한다 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포대가 아니라면 이 모든 좌표를 소화해 내지 못합니다. 사격을 하자마자 위치가 발각될 테니까요.”
“보병 대장께서는 지금 즉시 정찰 수색대를 전방으로 파견 하십시오. 삼십분 전부터 적들은 단 한발의 포탄도 응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 측의 포탄 발사음을 이용해 눈치채지 못하게 전포대를 이끌고 우리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빨리...”
포병 대장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콰콰쾅”하는 폭발음이 바로 지척에서 들리더니 연막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다가오는 우주의 어둠을 뚫고 수많은 포탄이 사방으로 날아 왔습니다. 미처 이동하지 못한 거의 대부분의 포대들이 마치 장난감 부숴지듯 사방에서 폭발하고 튀어오른 흙먼지가 비내리듯 쏟아집니다.
“투두둑...”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퍼부어 지던 포탄이 갑자기 뚝 끊기며 아직도 쏟아져 내리는 흙먼지만이 정정을 깨고 있습니다. 고막이 터진 것 같이 멍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포병대장이 외쳤습니다. “아직 파괴되지 않은 포대는 지금 즉시 발사 준비를 서둘러라..."
"그리고 측지병들은 탄착지점을 찾아 적 포대의 발사 위치를 역산한 후 포대에 통보해 주도록... 각 포대는 통보받은 좌표로 모든 포탄을 남김없이 쏘아버려..." 포병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젠 어둠나라 진영에서 쉴 새 없이 측정된 표적을 향해 포탄을 퍼붓습니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 “예! 우리 포대의 삼분지 이가 정확히 격중되어 모두 완파 되었고 나머지 삼분지 일은 그런대로 피해를 모면한 것 같습니다.”, “지금 적들은 단 한발의 포탄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네... 국경 수비대가 보유하고 있던 포탄의 양과 적들이 발사한 포탄의 양을 비교해 보면 틀림이 없어...”
“아니, 그것을 어떻게 장담 하십니까”, “하하하, 저 뒤쪽에 앉아서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알려준 것이지... 우리 포병대엔 전력 분석대가 있어... 저들이 하는 일이 바로 적군과 아군의 전쟁물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교전시 각 물자별 소모량을 계산해서 그 결과를 전술에 반영하기 위해 얼마 전 창설한 부대일세..."
"비록 삼분지 일만 남아 있지만 지금의 전력만으로도 적군을 괴멸시킬 수 있어... 포탄이 떨어진 포병대라면 무장해제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하지만... 만약 적군이 후방에서 물자를 조달 했다면 아직 포탄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맞네, 딴엔 자네 말이 맞아... 하지만 설사 후방에서 포탄이 아무리 많이 보급 되었다고 해도 그걸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우리 대포의 구경이 저들보다 더 작거든...”, “하하하, 적들이 가져온 포탄들은 모두 쓸모가 없겠군요?”
“음... 이미 오래전에 국경수비대용 대포의 구경을 빛의 나라 대포보다 약간 작게 만들어 놓았네... 적의 기습공격으로 모든 물자를 빼앗길 경우를 가정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이었어... 하지만 공격 부대용 대포의 구경은 적의 대포보다 크게 제작해 놓았지..."
"적진에서 노획한 포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경우 후방에서 물자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도 적에게 보다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 이지...", “하하하, 과연 전술전략의 대가답군요” 어둠나라에서 전략통으로 따라갈 자가 없다는 포병대장의 철저한 사전대비가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이정도 퍼부었으면 적 포대가 모두 파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정찰병을 보내고 보병을 전진 시키도록 하십시다.” 남아있는 포탄이 거의다 발사되었다는 보고를 전해들은 포병대장이 지시를 합니다. 왕궁 수비대는 우선 정찰병을 파견해 적진을 수색하고 후방에 대기 하고 있던 전동차를 앞세워 보병들을 전진 시켰습니다.
이미 우주의 어둠이 사방으로 밀려와 허공으로 흩어지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동차의 전조등 조명으로 컴컴한 길을 밝히며 한발 한발 더디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전동차 전조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전기 불빛이 전방을 환하게 비추는 가운데 빛의 나라 진영이 처참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포들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고 곳곳에 포탄이 터져서 파인 웅덩이들은 아직도 포연이 가득한 흙먼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허허, 정말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군... 생존한 적군이 하나도 없으니... 시체 또한..."
"이상하네... 아무리 포탄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부상병이나 시체 한 구보이지 않다니... 그 정도로 포격이 완벽했다는 것인가?", “일단 적을 궤멸 시켰으니 내친김에 하나 동굴로 진격 합시다. 가능하면 빛의 나라로 쳐들어가 이 수모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두에 있는 보병은 전투대형을 갖추고 하나 동굴을 장악한 후 빛의 나라로 진격하도록 하게...” 명령이 떨어지자 빠른 속도로 전투보병이 하나 동굴로 진입 합니다. “후방에 있는 포병대와 전 병력은 국경 수비대 진지로 전진해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도록...”
승기를 확실히 부여잡은 어둠 나라는 빛의 나라로 진격하기 위해 후속 명령을 단계별로 하달합니다. 그런 화중에도 정찰병으로부터 시시각각 정찰 결과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동굴 입구에 있던 철갑문이 완파되어 있습니다.”
“우주의 빛 전송장치가 가동되고 있어 우주의 빛이 계속 빛의 나라로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당장 우주의 빛 전송장치 가동을 중단 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조절 장치가 파손되어 작동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앙 변전소로 연락해서 송전을 멈추도록 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모든 유선 통신망이 완전히 제거되어 약 삼십분 후에나 전령이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십분씩이나? 별수 없군...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고압 동력선을 절단해서 우주의 빛 전송장치를 꺼버려...”, “알겠습니다.”, “서둘러야해... 우주의 빛을 모두 넘겨줄 순 없지 않은가?”
잠시 후 하나 동굴로 진입해 들어간 정찰병으로부터 정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동굴 중간에 있는 철갑문이 잠겨 있습니다. 건너편에서 잠금 장치를 해놓은 모양입니다.”, “그런가? 허... 별수없지... 모두 하나 동굴에서 철수하도록 전달하게...”
“이번 전쟁은 우리의 완패인 것 같습니다. 적들의 목표는 우주의 빛 탈환 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최종포격으로 포탄을 마저 사용한후 곧바로 퇴각한 것이 분명 합니다. 이것 보십시오. 적들이 진지를 구축했던 곳에 시체 한구, 하다못해 칼 한자루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진격하면서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적들은 사상자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로군... 빛의 나라에 이토록 신출귀몰한 지휘관이 있다니... 진격에서 퇴각까지 거의 모든 것이 시간단위로 계산해 단계별로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행된 것 같아..."
"우주의 빛을 회수 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정확히 감안해서 말이야... 전쟁의 주도권을 잃었던 건 우리의 신무기중 하나인 대형포가 투입된 삼십여분 밖에 없었고... 그렇게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어둠 연막을 이용해 우리 코앞으로 진격해 막대한 타격을 가하고..."
"게다가 우리 스스로 국경 수비대의 대포들을 남김없이 파괴하는 사이 낙오병 하나 없이 완벽하게 철수하다니 가히 신출귀몰이 따로 없군...”, “하하하, 우리도 같은 생각입니다.”, “정말 대단한 지휘관 인 것 같군요. 누구인지는 몰라도 꼭 한번 진검으로 승부를 결판내고 싶은 생각이 용솟음칩니다.”
어둠 나라는 이번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한편 은하 파괴무기라는 신무기 제작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우주의 빛을 어둠나라가 독차지하고 있는 동안 은하파괴 무기에 필요한 우주의 빛 농축이 거의다 완료되었기 때문에 별 차질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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