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에 놓여진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사람들이 흔히 말들을 합니다. 내가 이러이러한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열중 아홉사람은 어김없이 자신이 알게된 세상이치가 어떤 자격증이라도 되는양 내세우더군요.
어떤 사람은 한국사회가 위기로 가고 있으니 혁명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당위성을 널리 전파하며 사람들을 투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자신의 희생으로 본을 보이면 간단하게 혁명의 횃불을 지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힐난에 다른 이들의 등을 떠밀 자격이 있다고 강변을 해옵니다.
우리민족의 사상은 사람을 땅에 세워 하늘로 올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천지인 입니다. 서양도 근대에 와서는 천부인권을 들먹이고 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이 일반화 되었는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은 적어도 개념상의 상식은 되었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자기자신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은 깨달음의 경지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내려와 있다고 볼수 있겠지요. 자신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실천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자격이고 세상에 태어나면서 부터 쥐고나온 권리입니다.
누구나 똑같은 자격을 부여받아 위아래 없이 동등한 사람의 본질을 알아 차렸다는 것이 그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면허증이라도 될까요?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아직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하늘(우주의 절대아)은 모든 사람에게 존엄한 자격을 주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역할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역할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같은 역할이 주어지지만 누구는 앞장서야 하는 사람이고 누구는 유사시에 대비해 뒤를 따르는 역할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왕의 재목을 타고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역할이 청소부면 그것을 묵묵히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우리 조상님들 입니다. 임란 때 전국에서 일어나 의병을 이끌고 밀어주고 뒤따랐던 모든 이들이 자격을 다투지 않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들어 갔기 때문에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겁니다.
지난 대선때 참패했던 민주당을 돌아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서로 대통령 후보 자격을 다투느라 마땅히 필요했던 역할을 방기하는 바람에 정작 선거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이끌고 밀어주고 뒤따르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탓에 민심의 외면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제 뭐좀 안다고 깃발을 들었던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당연히 내려진 천부의 자격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숙고하며 숨을 고를 때입니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아직 무엇을 해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지요. 아마도 뭘 해야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
역할에 대한 깨달음 이라는 게 사실 별거 아닙니다. 시대가 등떠밀 때 저항하지 않고 나서는 것 뿐인데요. 마음이 등을 끌어당기는 건 자신만의 조급증에 불과합니다. 역할을 깨달은 사람들이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거기에 충실할 때 이러한 민족을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을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잠재되어 있거나 제약을 가했던 역할능력을 하늘이 깨우는 경우도 있는데요. 영혼의 파장이 같은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 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지극한 인연임은 틀림 없겠지요. 역할에 충실하며 그 변화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 우리의 인생이 지루한 숙제만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