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룰렛이라는 끝장보는 대결방식이 있습니다. 요행에 목숨을 거는 거죠. 회전식 연발권총에 총알하나를 장전해서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돌린 후 차례로 자기 머리에 당기는 겁니다.
총알이 하나 뿐이라 나머지는 다 살아남는 다는 점에서 비교적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단 한곳만 비워놓고 탄창을 채운 후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다면 정 반대의 게임이 되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방법이 적용되는 곳이 정치입니다. 정치인 각자 한자루의 회전식 연발 권총을 소지하고 있지요. 탄창에는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잘못이 만들어 놓은 숫자 만큼 총알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소지하고 있다가 공직에 출마할 때 연단에 올라 자신의 머리를 겨누는 통과의식을 거행하지요. 이게 선거입니다. 탄창을 꽉 채우고도 총알이 남는 사람은 절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스스로 물러나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요.
"여러분이 총알로 보고 있지만 이것은 모양만 그럴듯 할 뿐 공포탄 입니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론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정치인의 당선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정적을 움직여 잔인하게 격발시켜 버립니다.
정치 룰렛에 유독 취약한 것이 한국사회의 특징입니다. 공직에 한번 올라 보려고 하다가 총알이 발사되어 매장당해 버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죠. 이번 대선과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될 절대법칙입니다.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 간의 공방도 정치 룰렛을 통과할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소리일 뿐입니다. 상대방은 당기기만 해도 끝장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방아쇠에 걸어야 할 손가락은 상대방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이러한 행태는 범여권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에게는 잃어버린 10년 이지만 범여권 세력에게는 영화로운 10년이었습니다. 정권이 바뀐다면 털어서 먼지하나 없겠습니까?
집권세력에게는 피하고 싶은 룰렛 정치의례죠. 탄창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열린당 사수를 앞장서서 외치다가 기어들어가는 정치인들의 탄창도 그러할 것 같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역사를 바꾸는 정권이요 위인으로 추앙해야겠지요. 배신감을 안느낄 정도의 희망은 가져 봅니다. 그렇지만 제 희망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말 안하렵니다.
차기 대통령은 방아쇠를 당겨 머리가 날라가지 않는 사람이 되겠지요. 그래서 범여권이 참신한 인물에 호들갑을 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지금 문화계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는 고백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사람들과 강제로 격발당해 쓰러지는 사람들로 아우성입니다.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 모두 손가락을 감싸쥐고 있지만 국민들이 내버려 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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