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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국제외교

무모한 파병론

한국사회 일부가 파병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처음 나온 곳이 군이더군요. 특수부대를 보내면 해볼만 하답니다. 그런데 고작 2천여명 정도를 이야기 하더군요. 내심 군의 전략적인 발언이 있기를 기대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적어도 장성들은 전술전략이 기본이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파병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해당 패를 아낌없이 사용하려면 납치세력의 심기를 흐트러 뜨리는 심리적 타격규모인 2만 내지 5만 정도로 뻥튀기를 했어야죠.

 

현재의 전황으로 볼 때 한국의 2~5만 전투병 파병 움직임은 아프간의 전세를 일거에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집니다. 설령 말장난이라고 해도 납치세력 및 그 지휘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지요.

 

현재 피랍된 한국인 인질들에 대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옥석을 가리지 못해 즉시적 판단과 대응이 어려워 지고 있지요. 탈레반 및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각국의 입장이 뒤엉켜 카오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착한 어린이 노릇을 고집하고 있더군요. 그런다고 누가 모범상을 준답니까? 인질들이 모두 희생되면 국제적인 손가락질만 남습니다. 외국에 대한 체면치레 좋아하는 분들은 꿀먹은 벙어리더군요.

 

한국의 상황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알자지라 방송이 내한한 것으로 압니다. 탈레반은 국가규모의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들이 외국, 특히 한국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수단이 이 방송사입니다.

 

더불어 한국사회로 건너와 탈레반의 정보원 노릇을 하고 있는 일부가 인터넷 및 방송언론들이 내뱉는 정보들을 취합해서 보내주고 있겠지요. 이것을 활용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신호를 내보낼 필요가 있고 효과도 있을겁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군의 2천명 규모의 전투병 파병 벌언은 안하느니만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탈레반이 움찔하기라도 했나요? 앞으로 파병규모를 늘려서 떠들어 댄다고 해도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할겁니다.

 

근시적 성급함은 군에 동조해 파병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심리적 파병과 실제적 파병을 구분하지 못해 하나의 중요한 패를 내버리는 자충수를 두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협상이라는 기싸움을 할 때가 아니던가요?

 

마지막으로 파병에 뒤따르는 부담을 짚어보겠습니다. 만약, 2천명 내외의 전투병을 파병한다고 합시다. 모든 전문가들이 인질의 전원 희생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의 험악한 지형상 우리 전투병의 희생도 만만치 않겠지요.

 

인질을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하고 더해서 상당수의 전투병까지 희생시킬 경우 국민여론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파병에 앞장선 세력들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겁니다. 별들도 우수수 떨어지겠지요.

 

파병 목적이 인질 구출에 국한된다면 예정된 실패에 따른 책임을 떠안는 외통수로 걸려들어 가는 겁니다. 이렇게 될 경우 파병 자체가 대선의 결과를 결정짓는 뇌관이 되겠지요. 어느세력이 지갑을 줍게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맏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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