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중국의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외교전략이 합종연횡책 입니다. 합종책은 강대국에 대항하는 약소국들의 엽합동맹 체제입니다. 반면 연횡책은 강대국이 약소국과 일대일 개별동맹을 체결해서 연합체가 발흥하는 것을 방지하며 각개격파해 가는 책략입니다.
진의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는 데 성공하며 연횡책이 강대국의 토사구팽 전략임을 입증했던 사례입니다. 강력한 국가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기대어 생존해 가는 연횡동맹은 지근거리에 잠재적 패권국가가 견제세력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해체되지요.
한 국가가 패권을 거머쥐게 되면 내부에서 치열한 지분다툼이 뒤따릅니다. 이때 이미 확보된 내부지분이 고갈되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동맹국들로 눈을 돌립니다. 연횡동맹에 참가했던 약소국을 해체해 버리고 이들의 기득권을 패권국의 유력자들이 가로채는 수순으로 들어가지요.
토사구팽은 국가내부는 물론 국가간의 사이에서도 늘 있어왔던 역사의 공식이었습니다. 사람이든 국가든 우선 세를 불리기 위해서 취하는 것이 합종책입니다. 그런후 패권이 가시거리로 들어오면 연횡책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패권을 거머쥐는 마지막 수순이 마무리되면 변두리 세력과 국가를 해체해 버리는 겁니다.
요즈음 고구려와 발해등 우리민족의 대륙사가 집중조명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나라의 합종책 입니다. 당은 거란족 및 신라와 연합동맹을 체결해서 고구려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지요. 그리고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다 신라의 저항과 거란족의 반란, 이를 틈탄 발해의 건국으로 미완성 제국으로 남습니다.
고구려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다민족 국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주변의 신흥 세력들을 아우르는 합종동맹을 우선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외교란 국가의 위상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상황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기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기적이라 할만한 결과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에 국한된 기형적 성장이었을 뿐입니다. 핵으로 완성하려던 자주국방이 좌절되어 아직도 미국에 국가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궁색한 처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능력으로 볼 때 핵무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군사안보를 살리자면 경제안보가 죽을 뿐이지요. 한 국가가 유지되는 국가안보적 요소의 양대 기둥이 상충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수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합종연횡을 절묘하게 타고 넘어가는 외교죠. 때문에 다음 대통령은 외치에 능한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보수층의 대권 주자들은 하나같이 건설현장 소장 수준의 내치용 정견밖에 보여주는 게 없더군요. 국제정세 변화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없습니다. 그러니 도토리 키재기만 열심이지요.
한국의 위상변화
현재 한국의 군사안보적 위상은 북미 양대 핵보유국 사이에 낀 새우입니다. 북미간의 줄다리기 중간에 한국의 양팔이 묶여있는 셈이죠.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이전에는 미국의 연횡동맹국 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미국 중심의 연횡에 거리를 두고 북한에도 한다리를 걸치는 합종책을 요구합니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을 사이에 두고 서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며 군사안보 제공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균형이 형성되는 틈을 타 추진되고 있는 것이 전시작전권 환수입니다. 다만,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가면서 전력증강 사업을 벌이는 것 보다는 '민심안보'를 우선시 해야할 듯 합니다.
경제안보 또한 한미 FTA라는 미국의 연횡동맹에 거리를 두어야 할 듯 합니다. 뒤따르는 토사구팽 후폭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완전 개방이 이루어지고 미국의 자본에 유리한 법개정이 뒷받침 된다면 언제다시 외환위기가 조장될지 모릅니다.
군사적 대결에서 승부를 가르지 못한 미국은 경제대결의 칼로 진검승부를 걸어올 것입니다. 한국이 보유한 막대한 외화, 더해서 세계 10위의 산업력이 북한에 보태진다면 한반도가 세계 패권의 중심축으로 올라서는 것을 막을 수 없게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이 가지는 의미와 중도의 역할
다가오는 선거는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놓고 벌이는 최후의 결전이 될것입니다. 더불어 남한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모든 것을 걸 것인가 아니면 북한에도 보험을 들어야 할 것인가의 기로인 셈이지요. 토사구팽 수순을 남겨놓은 연횡축에 목숨을 거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중도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미국이냐 북한이냐가 아니라 한국의 생존을 위해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를 제시해 주며 국론을 통일해 가는 과정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런데 아직 중도가 표방해야 할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듯 합니다. 막연한 반한나라 집권구호가 전부이더군요.
三不
1. 한반도 전쟁 2. 부동산 폭등락 3. 흡수통일
三重
1. 시장경제 유지위한 건전성 2. 안정적 복지 3. 군사경제 안보
이렇게 三不三重이면 완전한 중도적 가치를 세울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반도 전쟁 반대는 수구냉전 세력의 무모한 도박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폭등락 반대는 경제의 안정성과 민생을, 남북한 일방의 흡수통일 반대는 북핵으로 불안정해진 민심안정과 수구냉전 잔재제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 유지위한 건전성은 각 주체인 국가의 세수입 재정과 기업의 지속적 성장 및 소비자의 소비력 유지를 모두 고려해야 얻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자본기업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국가경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기업들 중 내수가 받쳐주지 않을 때 세계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궁극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오히려 출혈수출을 내수로 보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본기업 위주의 흐름은 국내 소비자를 약화시켜 국가와 기업이 빈혈에 걸리게 만들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 복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서 경제적 기회를 상실하게 된 소비자들을 국가의 복지정책으로 보듬지 못한다면 종국엔 조세 도피처로 본사를 옮길 자본기업들만 좋은일 시켜주는 겪일 뿐입니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이러한 수순으로 가겠지요.
따라서 한국은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같은 비중으로 묶어서 한번에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립적 위치에 자리를 잡은 후 북미간의 줄다리기 와중에 균형을 유지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군사적으로 북한에 쏠려가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이러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만 바라보다 치우쳐 버리는 극단의 정치인들을 배제하는 선택이 있어야 합니다. 여야 어느쪽도 지지하지 않는 무응답층이 결정권을 발휘할 만큼의 규모로 존재하고 있는 이상 이 중도를 중심으로 한 합종에 성공하는 정치인이 대권을 거머쥐게 될겁니다.
한국의 정치세력을 연횡책으로 몰고가는 중심축은 미국입니다. 때문에 합종의 대상에 한나라당 일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적극개입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북한 또한 연횡의 축일수도 있겠지요. 북미라는 두개의 외부축을 효과적으로 배제한다면 국론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고 남북통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선 한국 내부의 역량이 한데 모여야 외부와 합종을 하든 연횡을 하든 하지요. 지금 한국의 상황은 아주 중요한 두 나라를 주적으로 설정하며 분열해 있습니다. 중도를 중심으로 한 통합은 한국의 이익이 혈맹이고 손해가 주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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