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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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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마우스 일행을 통해 어둠 왕궁의 상황도 파악할 요량인 철갑 제일 기사는 하루가 너무 더디게 가는 느낌입니다.
철갑 제일기사는 열흘이 지나도록 푸른 마우스가 돌아오지 않자 정오가 될 무렵 금지 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이곳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로군.....다른 기사들은 어디쯤 도착 했을까?”
왕궁에서 돌아오는 푸른 마우스 일행을 통해 어둠 왕궁에 대한 자세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후 길을 떠나려던 철갑 제일기사는 더 이상 지체하면 정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설 생각입니다.
“이곳 어둠 나라는 정말 신기한 곳이로군. 우주의 빛을 나누기 전엔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을 텐데. 물고기도 있고.....그 이상한 눈동자도 있고.....마치 보물창고에 들어온 느낌이야”
어느덧 호숫가에 다다른 철갑 제일기사는 지난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오솔길 입구에서부터 몸을 낮추고 발소리를 죽여 가며 호수 가운데로 다가갔습니다.
오솔길 중간 부분에 이르렀을 무렵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 이 시간에 다른 마우스들이 여기 와 있을 리는 없는데.....”
이상한 생각에 소리가 나는 쪽을 유심히 보니 오솔길 끝부분에 몸에 청아한 푸른빛이 담도는 젊은 마우스가 전에 보았던 나뭇잎 둥지를 바라보며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철갑 제일기사가 있는 쪽에서는 나뭇잎 둥지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마땅히 몸을 숨기고 그 쪽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앞으로 나설 수도 없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말을 분간하기엔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이런, 한 시간 정도 일찍 와서 몸을 숨기고 있을 걸’
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삼십분이 지나도록 그칠줄 모릅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저 바위까지 가야겠다.’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마우스 중간쯤 몸을 숨길만한 크기의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철갑 제일기사는 되도록 천천히 소리를 죽여 가며 바위를 향해 기어갔습니다. 다행히 대화에 열중 하느라 이쪽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 바위까지 기어간 철갑 제일기사가 바위에 등을 기대고 가뿐숨을 진정시킬 때까지 이야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이번에 전쟁이 일어났다 면서?”
“음, 우주의 빛을 어둠나라에서 독차지 하자 빛의 나라가 되찾으려고 전쟁을 일으켰지”
“몇 달 동안 겨울날씨가 계속 되는 것으로 보아 빛의 나라가 승리한 것이 틀림없군”
“예, 어둠나라의 십분지 일의 병력 손실이 있었답니다.”
이 말을 들은 철갑 제일 기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전투에 참가한 상당한 규모의 적 전력을 삼분의 이정도 괴멸시켰는데 그 전력이 어둠나라의 십분의 일도 안되다니.....’
대략 추산해 보니 빛의 나라의 다섯 배나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지?’
바위 옆으로 조심스레 쳐다보니 지난번 보았던 그 검은 눈동자가 바로 그 둥지위에서 깜빡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투명하긴 하지만 희미한 몸체의 윤곽이 들어 납니다.
‘어! 마우스잖아, 몸이 투명한 마우스가 있다니.....어둠 나라엔 신기한 게 정말 많을 것 같



2004-03-09 02:45:56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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