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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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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숨어 얼음 마우스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니 자신들이 살고 있는 얼음 성이었습니다.
얼음성에 잠입하기위해 사흘을 기다렸지만 도무지 기회가 생기지 않습니다.
낮에는 작업을 하는 마우스들이 사방에 깔려 들키기가 쉽고 저녁때가 되면 모두 성으로 들어간 후 성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틀을 더 지켜본 금빛 제일기사는 매일 정기적으로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는 전동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숨어있는 바로 옆 창고에서 식량상자를 싣고 들어가는 것을 본 금빛 제일기사는 그 날 밤 창고에 있는 식량 상자 중 가장 앞쪽에 놓여진 곳으로 들어가 뚜껑을 닫았습니다.
다음날 그 시간이 되자 작업차량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더니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자가 흔들리긴 하지만 얼음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분명한 지라 금속열매를 좌우로 헤치며 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덜컹거리며 상자가 바닥에 내려지는 충격이 전해져 옵니다.
서너 시간을 상자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으니 다시 조용해집니다.
뚜껑을 살짝 들어올려 좌우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고 아주 아름답게 조각된 얼음성 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비록 전등불 이긴 하지만 우주의 빛과 파장을 비슷하게 만들었는지 얼음벽에 부딪혀 반짝이는 빛이 건물들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음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가는 숨을 곳이 없을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어디 숨을 곳이 없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딱히 몸을 숨길만한 것이 없습니다.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가자니 내일이면 얼음 마우스들이 상자를 열어 식량을 꺼낼 것 같아 안될 것 같고.....고민 끝에 식품상자 옆에 세워져 있는 지게 전동차 내부를 둘러보니 운전석 뒤에 꽤 넓은 공간이 있고 여러 개의 금속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다양한 공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도 전동차를 고칠 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상자에는 크고 작은 부품들의 들어 있었습니다.
가장 구석에 있는 상자는 서너 개의 부품만 덩그러니 들어 있습니다.
‘여기다! 이제 숨을 곳은 마련했고.....우선 몸도 풀 겸 건물 구조나 살펴보고 올까?’
전동차에서 내려온 금빛 제일기사는 얼음 성 내부 건물들을 대략 둘러본 후 자신이 숨어있던 식량 상자에서 당분간 소요될 금속 열매를 챙겨서 지게전동차로 올라갔습니다.
금속열매 몇 개로 식사를 마친 금빛 제일기사는 구석에 있는 금속상자 뚜껑을 열고 식량 배낭을 집어넣은 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에 있는 공구들은 한 옆으로 몰아놓고 뚜껑을 덮은 금빛 제일기사는 식량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웠습니다.
다음날 덜컹거리는 흔들림에 단잠을 깼습니다.
상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서는 전동차가 작업장으로 이동 하는 모양입니다.
‘아함~ 나는 아직 초저녁인데.....이렇게 덜컹 거려서야 어디 잘 수가 있나?’
눈을 감고 아무리 잠을 청해도 정신만 말똥말똥 해집니다.
두어 시간을 상자 속에서 흔들 거리다보니 정신이 멍해질 정도입니다.



2004-03-09 02:39:02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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