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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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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하더군. 어둠 왕궁엔 온몸이 검게 변한 검은 군단 마우스들 밖에 보이지 않더군. 아무도 원로님들의 행방을 아는 마우스가 없어 그냥 돌아 올 수밖에 없었지”
“어둠 왕궁에서는 별다른 통고가 없었고?”
“국가 비상사태로 소집된 원로회의라 각 부족의 원로에 관련된 정보는 기밀에 속하니 별도의 연락이 있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전령이 있긴 했지”
“그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 각 부족의 장로는 국왕 바로 다음 가는 권한을 가진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벌써 반년이 넘도록 자기 부족들과 소식조차 주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그렇지. 지난번에 온 전문은 국왕이 아닌 검은 장군이 보낸 것이었어. 국가 비상원로회의도 검은 장군이 보낸 전문으로 소집되었지. 아무리 어둠공주와 결혼한 국왕의 사위라고는 하지만 월권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벌써 일년 전부터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사안이 모두 검은 장군의 결정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는 군”
“그렇다면 지난 우주의 빛을 가두어 둔 일도 국왕령에 의해서 실행 된 것이 아니었나?”
“국왕께서 직접 칙령을 내리시던 일은 이미 일년 전 얘기야. 생각해 보게 갑작스레 우주의 빛을 가두어 놓아 우리 부족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급작스런 기온 상승으로 얼음계곡 입구까지 덮여 있던 만년빙이 모두 녹아내려 이 얼을 광장으로 흘러드는 바람에 태고이래 최초로 물난리를 겪지 않았나?”
“그렇지, 물난리도 물난리지만 영상의 기온에선 살 수 없는 우리 부족이 몇 달 동안 동굴 밖으로 나가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지”
“만약 국왕께서 직접 결정을 내렸다면 검은 장군과 같은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그럼. 현명한 분이시니 우주의 빛을 모두 가두면 홍수라든지 지금 전국을 휩쓸고 있는 검은 반점 전염병 같은 부작용을 미리 예견 하셨겠지.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릴 리 없지. 암~ 더구나 각 부족의 원로님 들도 분명히 반대 하셨을 거야”
“맞아, 그 말을 들어보니 최근 국가운영은 국왕이나 원로들의 의견이 배제된 검은장군 독단의 결정 이었던 것 같아”
“그렇다면 혹시 정변이 일어난 것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아마 저기 검은 군단소속 병사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말조심하자 구..... 다음에 또 얘기 하도록 하세. 난 이만 가 보아야 겠네”
“그래..... 이쪽으로 오는걸 보니 우리가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는 걸 지켜본 모양이야. 이거 원, 말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 오는 건가?”
잠시 후 두 얼음 마우스의 이야기가 뚝 끊기고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윙” 하는 굉음을 울리며 지게 전동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검은 장군이 어둠나라의 전권을 휘어잡은 게 틀림없군. 하긴 막강한 검은 군단을 휘하에 두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둠나라 국왕과 모든 부족의 원로들이 감금 상태에 있다고 봐야 되는데.....국왕의 사위라면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전권을 이양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둠 공주는 정치 쪽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왕위를 외동딸인 어둠 공주가 계승 받더라도 어차피 실질적인 군권을 쥐고 있는 검은 장군이 섭정에 들어갈껀 뻔한 일 아닌가? 반란을 일으킬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사정이 뭘까?’
다음날 점심때는 검은군단 소속 병사의 눈에 띠지 않으려 전동차 안에서 두 얼음마우스들이 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제 저녁에 자네 숙소로 찾아 가려고 했었는데 여독이 쌓였는지 잠깐 눈을 붙인 다는 게



2004-03-09 02:38:37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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