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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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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자네 숙소로 찾아 가려고 했었는데 여독이 쌓였는지 잠깐 눈을 붙인 다는 게 그만 아침까지 잠들어 버렸나봐.”
“한시라도 빨리 원로님의 행방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음. 며칠 내로 다시 왕궁으로 가볼 생각이야”
“그건 그렇고 다른 소식은 없는가?”
“얼마 전 검은 장군과 어둠공주 사이에 아기 마우스가 태어났다 더군”
“그런가? 어수선한 때만 아니었다면 국가의 커다란 경사로 어둠나라 전체를 활기에 넘치게 할 좋은 소식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기 마우스 탄생 소식만 알리고 별다른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
“만약 전국에 공표하고 잔치를 벌이게 된다면 국왕 및 원로들도 참석해서 축복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분들이 참석을 하든 못하든 정변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게 될 것이 뻔하니까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것일 거야”
“딴은 그렇군. 아무리 막강한 검은 군단이라 하더라도 모든 부족이 연합하면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빛의 나라를 적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되도록 내전을 피하려고 하겠지”
“그리고 백색 마우스 족이 중간에서 식량을 빼돌리다 발각 되었어. 그래서 백색 마우스 족을 모두 북쪽 죽음의 계곡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중이라 는데”
“어둠나라 제 1차 전쟁을 일으켰던 그 백색 마우스 족이?”
“음, 동남쪽 비옥한 평원에 백색 마우스 족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 안쪽에 아주 높은 고원이 있어. 이 고원엔 인디 마우스 족들이 살고 있다고 하더군.
빛의 나라에서 사라진 알 마우스 족의 후예들이 날개가 돋아나지 않은 채 평원에서 살다 그 곳을 백색 마우스들에게 빼앗기고 고원으로 쫓겨났다는 일설이 전해지기도 하지.
그 인디 마우스 부족은 고원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들 키만큼 밖에 크지 않는 금속 나무들에 달린 열매를 먹고 산대. 이번 식량 비축 계획에 참여해 당도가 높은 난쟁이 금속 열매를 공급하고 다른 지방에서 나는 식료품을 공급받기로 했다더군. 그래서 오르내리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고원에서 난쟁이 열매를 부지런히 평원으로 내려놓으면 백색 마우스들이 도착한 전동차에 이것을 실어 보내고 대신 전달받은 타지방 식료품을 쌓아 놓으면 인디 마우스들이 가지고 올라가곤 했었어. 처음엔 별 탈이 없었는데 원래 태생이 탐욕스러운 백색 마우스들이 난쟁이 열매를 조금 덜어내고 인디 마우스 족 몫으로 전달받은 식료품도 빼돌리기 시작했지.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과해진 백색 마우스들이 반 이상을 중간에서 가로채기 시작했어. 이렇게 되자 내막을 모르는 인디 마우스들이 난쟁이 열매를 아예 안내려 보냈고 국가에서는 제공하는 식료품에 비해 턱없이 작은 양의 난쟁이 열매가 계속 보내져 오자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로 발전했지. 게다가 몇 달 전 백색마우스 들을 통해 국가 원로회의가 있으니 참석 하라는 전갈을 보냈지만 두 부족 모두 참석하지 않았었습니다. 백색 마우스 족은 원로가 없고 족장이 젊고 포악한 터라 다들 마주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인디마우스 족 원로의 불참도 그냥 묵인하고 넘어갔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노한 검은 장군은 즉시 검은 군단을 파병했지.
고원 아래에 도착한 검은 군단은 난쟁이 열매를 전부 노획해 가기 위해 공병대를 투입해 승강장을 설치하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음날 아침만 되면 여기저기 고장이 발생하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자주 고장이 나자 이상하게 여긴 검은 군단이 밤에 공사장 주위에 매복해 있었지. 아니나 다를까 새벽이 되자 백색 마우스 무리가 나타나 금속 구조물 이음쇠를 망가뜨리고 부품들을 몇 개씩 빼가지고 사라지는 것이었어.



2004-03-09 02:38:23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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