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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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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열악한 자연 조건에서 사는 마우스들 이라면 외부 진출욕구가 강하겠지. 엎친데 덮친격 인가? 검은 군단에 호전성 강한 작은 마우스들 까지 배후의 적으로 출현 했으니. 우리가 바다를 너무 소홀히 생각해 왔던 것 같아”
“그럴 수밖에, 바다를 신성시 해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조차 금기시 했던 것이 불과 백여년전이야. 그것도 우주의 빛을 되찾은 후 금속나무 열매를 바닷물이 중화시켜 아주 맛있게 숙성시킨다는 것을 아기 마우스들이 발견한 이후에야 바다에 대한 경외심이 살졌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생명을 포용해 주는 대자연의 일부로 비로소 인식된 것이 엊그제 일세”
이틀을 더 항해하니 폭풍우가 몰아치고 벼락이 내리 꽂히는 바다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를 피해 가려 며칠동안 좌우를 탐색해 보았지만 폭풍의 범위가 워낙 커서 하루라도 빨리 빛의 나라로 돌아가려는 제일 기사들 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돛을 내리고 폭풍 속으로 진입한 붉은 악귀 철갑선은 연이어 몰려오는 산더미 같은 파도와 휘몰아치는 강풍에 무기력한 몸을 내 맡기고 이리저리 밀려다닙니다.
무려 열흘을 파도에 휩쓸려 하늘로 솟아올랐다 곤두박질치는 힘겨운 항해를 견디어 낸 여섯 기사들이 햇빛을 본 것은 탈진해 정신을 잃고 있다 깨어난 후였습니다.
“정말 우시무시한 곳이로군. 저 끝이 보이지 않는 폭풍우 띠가 빛의 나라와 섬나라를 가로 막고 있는 동안은 쉽게 작은 마우스들이 쳐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데. 천혜의 보호막이야”
“단언하기는 쉽지 않지만 저 폭풍우 띠가 빛의 나라 방어에 꽤 많은 도움이 되겠군”
“이것 때문에 옛 선조들께서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셨던 것 이로 군”
“그런 것 같네”
모두들 폭풍우에 시달려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며칠이 지났는지 가늠해 보지도 못한 채 빛의 나라 해안선에 도착한 기사들은 수심이 깊어 배를 대기 용이한 바다폭포 근처에 정박한 후 닻을 내렸습니다.
“정말 꿈만 같군... 빛의 나라에 다시 돌아오게 되다니”
저 멀리 금속나무 숲이 보이고 한가로이 노니는 아기 마우스들의 모습에 눈가가 젖어 듭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예전엔 느끼지 못했지만..... 얼마나 소중하고 풍요로운 땅인지 이제야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군”
조국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기사들은 근처 주둔군 지휘소에 들려 배의 보수와 관리를 지시한 후 사막 근처에 있는 지혜의 탑을 향했습니다.
“은빛 사령관께 보고 하는 것이 급하긴 하지만 어둠나라 원로들께서 박쥐 원로께 전해 드리라는 물건이 있어서...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잠깐 들렸다 가자고. 알다시피 박쥐 원로는 빛의 나라 제일가는 명의이시니 철갑 제일기사의 치료도 겸해서 말일세”
금빛 제일기사가 어둠나라 번개 계곡 힘의 탑에서 발견한 금속 물체와 고대 문자책을 넣어둔 배낭을 고쳐 메며 말했습니다.
“걱정 말게 대략적인 정황은 생체 전파로 보고해 놓았어”
박쥐 제일기사가 걸음을 재촉하며 대꾸합니다.
“참... 사령부에서 소형 전동차를 보내 준다고 했는데...”
혼자말로 중얼거리던 박쥐 제일기사는 먼지를 일으키면 달려오는 금속 물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저기 오는군... 배멀미에 시달렸더니 걸어갈 힘도 없어”
기사들앞에 차를 세운 운전병은 싱긋 웃어 보이며 아주 어려운 임부를 수행하고 돌아온 이들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2004-03-09 02:24:51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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