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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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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놓고 배낭을 내려놓은 기사들은 박쥐원로를 따라 탑 중앙으로 들어갔습니다.
상당히 넓은 방 가운데 집채만 한 바위의 윗부분이 둥그렇게 흙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커다란 바위가 지혜의 돌입니까?”
“음, 잠시 기다리게”
지혜의 돌로 다가간 박쥐원로는 손바닥 모양의 홈이 난 곳에 자신의 손을 얹어 놓았습니다.
잠시 후 의식을 잃은 것 같이 숨도 쉬지 않던 박쥐 원로가 손을 떼며 여석 기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지혜의 돌 문지기인 은빛 현로께 여쭈어 보니 시조 마플께서는 과거 여행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는 군”
“은빛 원로라면 빛의 나라에서 가장 뛰어 났다던 석학이 아니십니까?”
“음, 은빛 원로 이전에는 시조 마플께서 사악한 영혼들이 지혜의 돌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지. 은빛 원로가 극 초미립자 돌에서 숨을 거둔 이후부터 문지기 역할을 대신 맡게 되었네”
“빛의 나라 모든 현로들이 이 곳에 들어가 계신가요?”
“그렇다네. 나는 그저 지혜의 돌을 밖에서 지키는 탑지기에 불과하지”
이때 응접실에서 “콰광” 하는 벼락 소리가 요란히 들여옵니다.
모두들 놀라 응접실로 뛰어가 보니 자신들이 들어왔던 문이 새까맣게 그을려 아직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고 테이블 옆에는 하얗고 둥그런 타원형 몸체를 가진 아기 마우스가 금빛 제일기사의 배낭에 있던 십자가 모형의 금속 물체를 든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박쥐 원로가 기사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저 물건을 자네들이 가지고 온 것인가?”
“예! 번개마을 장로께서 서신과 함께 전해 드리라는 물건입니다.”
“저 것은 북극 행성에서 몇몇 장로들만이 알고 있는 물건인데... 어둠나라에 있는 고 문자를 해독해서 거기에 쓰여 진 대로 수천년간 주조한 물건이 라네”
아직 걸음도 옮기지 못하는 아기 마우스에게 다가간 박쥐 장로는 자상하게 타이르며 금속 십자가를 건네받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커다란 눈망울에 어울리지 않게 십자가를 꼭 끌어안고 좀 체로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허허. 이것 참. 어떻게 십자가 양익에 있는 번개를 끌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저것이 가지고 있는 가공할 위력을 생각하면 한 살 박이 어린 마우스에게는 너무 위험한 물건인데...”
심지어 잠들어서도 십자가를 놓지 않는 아기 마우스를 토닥여준 박쥐 원로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번개에 그을린 문을 손가락으로 살펴본 은빛 제일기사가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 강력 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맞으면 기절할 정도의 위력인 걸...”
이 말에 박쥐 제일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그럼 저 꼬마 마우스 근처에선 벼락 맞을 각오를 하고 서 있어야 한단 말인가?”
“하하하,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아기 마우스의 방을 나와 응접실로 돌아온 박쥐 원로는 아기 마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2004-03-09 02:24:10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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