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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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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지인 바다 동굴로 향하는 대 장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지난번 항해로 어느 정도 바다 길을 익혔던 은빛 제일기사도 잔잔한 물결 외에는 별다른 표식이 없는 터라 방향 감각에 의존해 한달을 헤맨 끝에 산만한 악귀들의 주검이 떠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떠있는 거대한 악귀의 붉은 몸체에 압도당한 마우스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성을 연발합니다.
“저... 저렇게 거대한 생명체가 존재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로군.”
“저런 괴물들과 싸우셨단 말인가요?”
“하하하, 악귀에겐 치명적인 급소가 있지. 그 곳을 공략했을 뿐 일세. 이제 악귀들의 거대한 철갑 몸체가 우리의 함선이 될 거야”
우선 아주 작은 아기 악귀의 몸체를 개조해 정찰선들을 만들었습니다. 바다동굴 위쪽에 깍아지른 절벽아래 해안선을 따라 아주 좁은 폭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금속나무 숲으로 세 방향으로 정찰병을 내보냈습니다.
동시에 정찰선의 두배 정도 되는 배가 완성되자 필요 물자를 보충한 후 바다 폭풍 쪽으로 보내 빛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폭풍쪽으로 출발한 배에는 상당히 많은 식량이 실려 있지만 그 끝을 모르는 탐험길 이라 틈만나면 모든 마우스들이 갑판에 나와 물고기를 낚는데 열중했습니다.
본진을 떠난 지 열흘이 되자 제법 요령이 생겨 낚시대를 담그는 족족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퍼덕이며 낚여 올아 옵니다. 갑판위에 만들어 놓은 화덕에 불을 피워 물고기를 구워 먹으며 남는 것은 훈제를 해서 식량으로 비축해 둡니다.
바다폭풍 지대를 따라 옆에서 관찰하며 다는 중이라 배의 요동이 심한 편입니다. 하루는 매일 먹는 물고기 맛에 질려 금속알을 한 입에 베어물고 배의 상태를 살피던 갑판병 한명이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중심을 잃고 주고 있던 금속벌레를 떨어 뜨렸습니다.
금속벌레는 빛의나라 마우스들의 주식입니다.
마치 계란처럼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금속나무 뿌리가 땅을 파고 들어가면 그 뿌리를 따라 굴러서 내려가 뿌리 주변에 있는 금속들을 분비된 액체로 녹여 이를 먹고 살아가며 금속나무는 금속 벌레들이 녹여준 금속을 흡수하여 성장해 가는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계란형의 몸체에 하얀색을 띠고 있는 금속벌레는 고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고 맛이 아주 담백합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금속나무 뿌리가 만들어 주는 땅속 틈새로 내려가며 금속을 녹여 흡수해 생존하고 있습니다.
간신히 난간을 잡고 중심을 잡은 갑판병을 아까운 생각에 하얀 금속알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가능하면 뜰채로 건져올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다폭풍 지대에서 푸르스름한 전기 불꽃이 뻗어 나오더니 금속 벌레를 삼켜 버립니다. 그리곤 다시 방향을 돌려 바다폭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갑판병은 식량창고에서 금속 벌레를 두개 꺼내와 바다위로 던졌습니다.
그러자 푸른 전기 불꽃이 다시 뻗어 나오는데 아까와 다르게 다서줄기가 경쟁을 하듯 빠른 속도로 금속 벌레로 향하더니 가장 앞선 전기 불꽃이 하얀 금속 벌레를 삼키곤 다시 되돌아 가버립니다. 갑판병의 이상한 행동을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다른 마우스들은 귀중한 식량을 바다에 던져 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04-03-09 02:23:32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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