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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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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거셉니다.
전차 후미엔 출발 지점부터 이어져 뭉게구름처럼 일어나고 있는 흙모래 먼지가 쉬지 않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포신을 따라 금빛 제일기사가 일러준 전방 좌측 15도 방향을 보니 5KM 거리에 거의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전동차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재빨리 금빛 제일기사가 건네준 망원경을 들어 초점을 맞추니 표적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그 사이 변동되는 표적의 위치에 맞추어 조금씩 움직이던 포탑에 강력한 충격이 전달되며 “콰쾅”하는 굉음이 포신을 빠져나와 표적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져 버리고 표적에 명중된 포탄이 뿜어내는 폭발 섬광만이 고요한 정적 속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은빛 제일기사는 발을 잡아끄는 금빛 제일기사를 내려다보며 정신을 수습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열심히 떠들어대는 금빛 제일기사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입을 열어 금빛 제일기사를 불러 보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괴성을 지르며 당황해 하는 은빛 제일기사를 보고 있던 금빛 제일기사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은빛 제일기사를 끌어내려 자리에 앉혔습니다.
무려 20여분이 지나서야 청력이 회복된 은빛 제일기사는 아직도 멍한 귀를 쓰다듬으며 모기만한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휴, 귀머거리가 되는 줄 알았네”
이 말을 들은 금빛 제일기사가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더듬더듬 상황을 설명해 갔습니다.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 귀마개를 준다는 것을 그만 깜빡했지 뭔가...”
“?, 그럼 자네들은 폭발음을 견딜 만큼 훈련된 것이 아니라 귀마개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 그렇지, 어떻게 그 엄청난 포탄발사음을 맨 귀로 감당 하겠나?”
“그렇다면 미리 귀뜸을 해 주었어야지”
“미안해, 자네가 비웃는 바람에... 우리의 멋진 기동사격술이 결코 허풍이 아니란 걸 보여 주는데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흠, ... 흐흐흐, 내 요구를 들어주면 흔쾌히 용서해줄 용의가 있긴 하지”
“뭐, 번개놀이 하는 개구쟁이 돌보는 일만 아니라면...”
금빛 제일기사는 벼락 맞은 박쥐 제일기사를 떠올리며 마지못한 표정으로 은빛 제일기사의 요구에 조건을 붙입니다.
“하하하, 괘씸죄로 따지면 한 일년 번개구이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지만... 기동사격술 이라는 게 정말 대단해. 이번에 건조되는 어미 악귀급 철갑선에 초 대형포를 장착할 예정이야. 해안에 근접한 거리에서 빛의 나라 1/3을 사거리로 둘 수 있는... 위에서 구경하면 생각한 건데 전차군단의 기동사격술을 우리 함대에 가르쳐 줄 수 없겠나? 그렇게 해주면 나를 귀머거리로 만들 뻔한 일은 깨끗이 잊어 줄게”
“끄응, 자네가 코웃음 치던 우리 비장의 사격술을 맨입으로 가르쳐 달라고? 이 사격술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 전차군단이 쏟아 부은 시간이 무려 여섯 달이야. 아까 보았던 그 자동이동 표적도 여기 있는 이 친구들이 밤을 세워가며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박쥐 제일기사와 임무교대를 한다면 용서 하겠네. 한 1년 정도만...



2004-03-09 02:14:52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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