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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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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드디어 전술 경연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하는 자리라 이날 아침부터 다이아몬드 제일기사의 공병 운송단을 선두로 각 군 시범 병력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철갑성 광장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임시 막사에 모인 제일기사들과 푸른 기사는 오래만에 모두 자리를 함께하고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근 반년이 넘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군”
“어둠 나라에서 생사를 같이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빛의 나라가 천지개벽 하듯 급속한 발전을 한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 걸”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 두 분은 검신합일 단계에 이르렀군요. 차고 있는 검이 두분 기사의 일부라는 느낌이 자꾸 들다니”
“자네도 그렇게 느꼈나? 검에서 차고 있는 기사의 기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이는 걸”
검을 통해 심신을 수련하고 있는 기사들이라 언제나 화두는 하루가 다른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기사의 검세로 시작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자네들도 입신할 경지일 뿐인데 남의 일 얘기하듯 하는 군?”
철갑 제일기사의 민망해 하는 한마디에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나는 전차를 끌고 다니느라 언제 검을 잡아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금빛 제일기사가 호쾌하게 웃으며 철갑 제일기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 하는 말 아닙니까? 철갑 제일기사님 이나 저처럼 하루 종일 검으로 살게 된다면 네 분 기사들도 우리와 같은 검신합일이 멀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푸른 기사가 철갑 제일기사를 거들었습니다.
“예, 이번 전쟁이 끝나면 검으로 세상의 이치를 파해 볼 생각입니다.”
“허, 세상을 검으로 파해 이치를 깨닫는다.....? 그렇지요. 우주 만물이 그 단면을 잘라 놓으면 일맥상통 하듯이 하나에 관하면 모든 것을 통찰하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검으로 끝을 보게 되면 세상 만물을 직관할 수 있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철갑 제일기사님 이나 저도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검으로 세상 잡념들을 쳐내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하, 전쟁이 끝나면 우리 모두가 득도를 하여 심오한 우주를 넘나들게 되겠군요.”
이 말에 모든 기사들이 또 한번 웃어버립니다.
“자, 검 얘기는 이쯤 하고 내일 전투력 시범을 통해 군 전체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봅시다.”
여섯 제일 기사들은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며 빛의 나라 군대 전체를 총괄 지휘하게 될 전략사령부에 각 군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자신들의 핵심 참모들을 파견해 전략을 조율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밤늦도록 중지를 모은 기사들은 내일 열리게 될 전투력 경연대회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습니다.
드디어 전투력 경연대회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국가 원로와 군 관계자 및 일반 마우스들이 철갑성 광장에 모여 들었습니다.
제일 먼저 시범을 보이게 된 철갑 기사단이 광장에 들어서자 관람석을 가득 메운 마우스들의 환호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도열한 철갑 기사단 제일 앞에서 관람석을 향해 목례를 한 철갑 제일기사는 검을 빼어들어 시범개시 신호를 보냈습니다.



2004-03-09 02:12:33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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