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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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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 마우스 족의 제일기사입니다. 여러분이 보호해서 데리고 오신 아기 알 마우스의 외삼촌 이지요”
여섯 기사도 자신들의 소개를 간단히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푸른 마우스의 소개가 끝나자 적잖이 놀란 알 기사가 다시 한번 푸른 기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푸른 마우스를 뵙다니. 시조 마플께서 남겨주신 기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둠나라 건국전쟁 때 흉폭한 백색 마우스 족을 섬멸한 일곱 기사들의 후예가 아니십니까?”
문득 삼일동안 빌렸었던 극 초미립자 검들을 무지개 빛이 영롱한 칠색 보검으로 만들어 되돌려 주었다는 날개달린 마우스에 대한 물속마을 원로의 이야기가 떠오른 푸른 기사는 오래된 지기를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계곡아래 흉폭한 비비들이 살고 있어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마른벼락 소리를 듣자마자 이 곳으로 날아왔던 것입니다. 그 벼락 소리가 아기 알 마우스가 마법의 십자가를 사용해 일으킨 번개 소리인줄은 생각지 못했었지요”
이렇게 말하고 푸른 기사와 철갑 제일기사를 번갈아 쳐다본 알 기사는 아까 공중에서 목도한 두 기사의 검기가 충돌해 폭발했던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두 분의 무예는 신체적 한계를 벗어나기를 마음대로 운용하는 경지에 달해있군요?”
이 말에 겸연쩍은 표정을 지은 철갑 제일 기사는 푸른 기사의 동의를 구하는 듯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내부에 축적시킨 진기를 운용했을 뿐입니다. 신체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의 기를 운용 한다면 검기를 아무리 시전해도 체력이 소진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신검합일을 이루셨으니 우주와 하나 되는 무아지경을 꼭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무아지경이요?”
“예,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신을 해체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생명을 이루고 있는 우주의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우주와 나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지요. 바로 그 순간이 물질인 신체에 얽매여 있던 정신이 기로 해탈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기는 물질 내부에 갇히기도 하지만 물질 외부를 가득 메운 북극 행성의 공기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내부에 갇힌 기를 끌어내어 검기로 발산해 외부로 내 보낼 수 있듯 정신도 신체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아지경이란 우리의 정신이 물질인 신체에서 벗어나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와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말합니다.”
“그야말로 생명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로군요”
“알 마우스 족은 무아지경에 이른 마우스가 아주 많겠군요?”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저희 알 마우스 족의 계율이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신 시조 마플께서 바로 그러한 이치를 터득한 분이십니다.”
“아! 극 초미립자 몸체로 현신했다는 이야기가 바로 무아지경을 말하는 것이로군요. 우주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기, 다시 말해 우주의 기초 물질인 극 초미립자들과 어우러진 다른 형태의 기인 정신이 결합되어 태초의 하나 행성과 같은 순수 기초 물질과 에너지의 결합 형태를 띤 가장 완전한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 즉, 해탈을 이룬 분이 시조 마플이시란 말씀이 군요”
이 말에 깜짝 놀란 알 기사가 되물었습니다.
“시조 마플께서 극 초미립자로 현신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계시지요?”



2004-03-09 02:05:36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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