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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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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은 그렇습니다만...”
“그나저나 시조님의 안배만 아니라면 벌써 현신해 있을 자네들 아닌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인데... 이 세상에 두고 현신 하는 것이 마음 아프겠지...”
“저 아이가 이해만 해준다면... 저희들은 이미 속세의 애증을 덜어 놓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깨어난 마플은 전에 없이 개운한 느낌을 받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자신의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누어 잠들어 있는 박쥐를 보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박쥐야...”
살며시 일어나 이불을 덮어준 마플은 상쾌한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 마시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젠 전처럼 옆구리가 시큰 거리지 않습니다.
전력을 다해 하늘 연못가로 달려간 마플은 수정같이 맑은 물을 손으로 떠 마신 후 몸을 일으켰습니다.
“전엔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찼었는데... 이젠 박쥐나 다이아몬드와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겠네!”
일주일 사이에 천양지차로 달라진 자신의 건강이 쉽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창문가에서 마플의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린 후 거의 밤을 새운 듯 곤히 잠들어 있는 박쥐를 깨웠습니다.
“깨워서 미안하구나. 아침 식사를 해야지”
눈을 비비며 일어난 박쥐는 마플이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며 물었습니다.
“마플은 어디 있어요?”
“음, 벌써 일어나 산책중이란다. 호숫가에 있으니 가서 데리고 오너라”
“그래요? 나를 깨워서 같이가지...”
호숫가로 달려간 박쥐는 하늘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마플을 불렀습니다.
“이봐 알! 아침 준비 다 되었대. 식사하러 가자”
이 말에 뒤돌아선 마플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박쥐에게 말했습니다.
“박쥐야. 누가먼저 도착하나 내기해 볼까?”
“그래? 나야 늘 이겼으니까 자신 있지! 한번 해보자”
“준비, 간다~”
한걸음에 내달리는 마플을 쫒아 박쥐도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앞서 거니 뒷서 거니하며 집에 도착한 두 어린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하하하, 정말 다 나았구나! 전엔 조금만 뛰어도 숨 가빠 하더니”
박쥐는 자신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고 뜀박질을 한 마플을 보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응, 이젠 너희들하고 같이 뛰어놀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론 일부러 천천히 뛰기 없기다?”
“헤, 다이아몬드와 내가 일부러 천천히 뛴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저녁에 헤어질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집으로 뛰어가는 다이아몬드의 속도가 나랑 뛰어놀 때보다도 무척 빨랐었는걸. 그래서 나를 위해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았지... 정말 고마웠어.”
“뭘~, 우린 친구잖아. 다이아몬드도 튼튼해진 네 모습을 보면 무척 기뻐할 거야”



2004-03-09 01:57:17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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