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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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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검은 장군을 예방하는 작전참모가 때마침 병사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수색함장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목례를 교환하고 걸음을 옮기던 작전참모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 종류와 양이 포로인 자신들에게 지급되는 것과 같은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려 수색 함장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식사를 하신 겁니까?”
“하하하, 예. 식량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양을 많이 줄였습니다. 식량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저희야...”
말을 맺지 못한 작전 참모는 포로 신세인 자신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병사들과 한 식탁에서 평소의 반으로 줄어든 식사를 소탈하게 하고 있는 빛의 나라 지휘관들을 보며 얼음장 같던 심장이 다시 한번 녹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호송차량에 탑승해 검은 장군이 격리된 지혜의 탑으로 달려가는 작전참모는 검은 장군과의 처 만남을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하 동공에서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하루하루를 칼날처럼 예민해진 본능에 의지해 주변에 있는 모든 검은 마우스들을 경계하며 살아가던 작전참모는 열세살인 자신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덩치가 비슷한 검은 장군을 외부의 눈에 잘 띠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있는 동굴 속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동굴 바닥이 잘 정돈되어 있고 한쪽 구석엔 금속 열매가 소담히 쌓여있어 사용한지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천혜의 보금자리가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열세살의 작전 참모였지만 힐끔 쳐다본 후 금속열매를 몇 개 던져주곤 바닥에 누어 코까지 골며 잠들어 버린 꼬마 마우스를 선뜻 공격해 제거할 결심을 굳히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난 후 바깥에 나갈 땐 전후방을 나누어 맡아 효율적인 경계로 전보다 훨씬 편한 생활을 누리게 된 두 마우스는 투쟁 본능이 덜한 아기 마우스들을 눈여겨보아 두었다가 자신들의 동굴로 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속 나무 열매 중 중금속 성분이 덜한 열매만 골라 채집해 동굴에 쌓아놓고 투쟁 본능이 발동해 서로 죽이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뭉치게 된 어린 소년 마우스들이 가끔 지하공동 반대편에 들어가 정상인 마우스들에게 검술을 익힌 검은 장군의 조련으로 훗날 아비규환의 지하공동을 평정한 검은 군단의 핵심 세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태어나 처음 경계심을 풀고 검은 장군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도 아까와 같이 가슴이 뜨거워지고 콧등이 시큰 했었습니다.
정기적인 예방의 회수가 거듭 될수록 표시는 나지 않지만 오랜 지기로서 감지할 수 있는 검은 장군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감을 느낀 작전 참모는 평상시보다 오랜 시간을 정좌한 채 큰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장군의 옆에서 묵묵히 앉아 있다 돌아갔습니다.
‘한달의 여유만 더 주어 졌어도 우리의 뜻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작전 참모가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차창 뒤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상실감으로 인해 흐릿해져 갑니다.
수용소 막사로 돌아온 작전참모는 빛의 나라 병사들의 식사량을 검은 기사단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숙의 끝에 중지를 모은 일단의 장교들이 작전참모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작전참모는 수색 함장에게 이를 전달해 계곡 분직 근처



2004-03-09 01:09:54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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