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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이야기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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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대평원 일부를 할당받아 금속나무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포로수용소지 검은 장군의 항복 명령을 끝으로 절대 칼을 잡지 않는 검은 군단은 자치시설을 스스로 마련해 가며 서서히 빛의 나라 마우스들과 서로 동화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수색함장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전쟁의 상흔이 아물게 되면 너나 구분 없이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는 맑은 세상을 모두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희망을 한 호홉 크게 들이쉬고 가슴에 담았습니다.
세달 동안의 침묵을 깨고 박쥐 제일기사를 청한 검은 장군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전파발신을 부탁했습니다.
“얘야, 가슴을 열고 하늘을 보거라...”
아주 짧은 내용을 흔쾌히 큰 산 너머로 발신한 박쥐 제일기사는 무념무상으로 정좌한 채 평온한 미소를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둔 검은 장군을 돌아보았습니다.
순간 알 수 없는 상실감이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박쥐 제일기사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검은 장군의 죽음을 지체 없이 수용소에 있는 검은 군단에게 알렸지만 예상과는 달리 모두들 무덤덤합니다.
되레 이상하다고 생각한 빛의 나라 병사가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검은 마우스를 불러 세우고 까닭을 물어보았습니다.
“우린 다 알고 있었어... 1년 전 갑작스레 악화된 검은 장군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전쟁을 시작하게 된 거지...”
“그래도 그렇지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나?”
“... 작전참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교는 벌써 며칠째 식음을 전폐한 상태야. 우리 일반 병사들마저 그러고 있으면 안 되겠기에 기운들을 내고 있는 것 뿐 이지”
작전 참모를 비롯해 검은 군단의 모체가 된 일곱 명의 최고위급 마우스들도 단식을 통해 검은 장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직접 막사로 찾아가 이를 만류하던 수색함장은 작전참모의 한마디에 설득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우리들의 수명 또한 검은 장군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생사를 함께한 그가 갔으니 이 세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요...”
검은 군단과 함께 검은 장군과 일곱 명의 검은 마우스들을 대평원 양지 바른 곳에 정중하게 안장한 빛의 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는데 전력했습니다.
검은 장군의 사망 후 다시는 검을 잡지 않은 제일기사들은 제일기사 직을 사임한 후 각자 깨달음을 위한 구도의 길을 떠났습니다.
모든 마우스들이 이를 만류했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 자신들이 군의 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핑계로 평화시에 부담이 될 휘하의 각 군을 해체해 최소의 병력만 남겨 통합군을 만든 후 은빛 사령관 휘하로 전속시켜 버렸습니다.
모든 전쟁 이후에는 논공행상이 수반되기 마련이나 제일기사들의 용퇴로 인해 상을 다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일먼저 길을 떠난 이는 단연 알 기사였습니다.
예전처럼 눈만 뜨면 숲 속에 들어가 노느라 식사 때도 거르는 마플과 박쥐. 다이아몬드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한 알 기사는 명랑하게 성장해 가고 있는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



2004-03-09 01:09:33 (220.116.16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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