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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새도록 축제를 즐긴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새벽녘이 되서야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비교적 잠이 없는 노인 마우스들이 잠에서 먼저 깨어났는데 아직 밖이 어두워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한참을 더 잤다고 생각 했는데 눈을 떠보면 아직 새벽이 오지않아 캄캄한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시 몇시간이 더 흐르자 어두컴컴한 사방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다. 아침이 올 때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어둠 나라에서 보내오는 전기마저 끊겼는지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한치앞도 분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어둠에 휩싸여 지루하게 계속되는 밤을 빛의나라 모든 마우스들이 뜬눈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시각 철갑성에서는 식량을 모든 부족에게 차질없이 골고루 나누어주기 위해 모였었던 각부족의 원로들이 시간이 지나감에도 우주의 빛이 돌아오지 않자 비상 회의를 열고 있었습니다.
전력반을 보내어 전선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해 볼 것을 지시한 직후 하나동굴 경비병이 급보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원로들께 보고 드립니다. 지금 하나동굴 중간에 거대한 철갑문이 설치되어 어둠나라로 가는 입구가 완전히 폐쇄된 상태입니다."
"또한, 집진장치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어져 우주의 빛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동굴 경비대장인 은빛 제일기사가 좀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하나동굴로 병력을 진입시키고 있습니다.", “어허! 하나동굴이 폐쇄 되었다고?”
“동굴 중간에 철갑문이 설치되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예, 아주 거대한 철갑문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몇달전 그위치에 균열이 발생하였다 하여 어둠나라에서 철제구조물로 보강했던 곳입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동굴벽면에 설치된 원통형 빔만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대형 전동차가 철광석을 싣고 되돌아간 직후 가설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렇다면 불과 12시간도 채 안되어 그 거대한 동굴을 막았단 말인가?”, “어제 보았던 대형 전동차를 보셨지 않습니까? 무거운 철광석을 가득 싣고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철갑문 정도야 쉽게 운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흠! 철갑문을 미리 만들어 놓은 후 밤사이에 하나동굴을 막았다? 최근 들어 식량을 보내주는 대가로 많은 양의 광석들을 요구 했었지... 빛의 나라에 있는 모든 종류의 광석을 대량으로 확보한후 하나동굴을 막아버렸다? 그것도 밤사이에... 계획적인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많은 광물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지? 우주의 빛을 돌려보내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빛의나라 원로들은 불안에 휩싸여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일단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금빛 마우스들을 각지에 파견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체 발광력으로 어둠을 해결하도록 합시다."
"또한, 박쥐 마우스들과 한조로 각 마을에 상주시켜 원로회의에서 전달하는 사항을 실시간으로 알릴수 있도록 하구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우선 하나동굴로 전투력이 뛰어난 철갑 마우스 위주로 부대를 편성해 병력을 증파합시다."
"그리고 그곳까지 전파 거리와 발광 가시거리를 감안하여 박쥐 마우스와 금빛 마우스 부대를 집중 배치해야 합니다. 우선 통신망과 도로망을 확보해야 병력의 이동이 자유로울 테니까요. 또한 모든군대를 하나동굴 앞에 포진 시키도록 은빛 사령관에게 권유 합시다."
“우리 다이아몬드 마우스들은 금빛 마우스 주위에서 빛을 반사하여 되도록이면 보다넓은 지역에 빛이 퍼지도록 돕겠습니다.” 회의를 마친 원로들은 지시한 사항이 완료되면 박쥐마우스들을 통해 원로들이 있는 철갑성으로 보고하도록 당부한후 밤새 식량운반을 지휘하던 은빛 사령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빛의나라 곳곳에 빠짐없이 골고루 배급되도록 직접 나서서 지휘를 한후 휴식을 취하던 은빛 사령관은 갑자기 전기가 나가며 칠흑같은 어둠이 계속되자 이상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금빛 마우스를 앞세워 원로들이 기다리고 있는 철갑성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불과 몇년 사이에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어 급속도로 성장한 어둠나라와 같은 대군은 아니지만 무술과 병법에 관심이 많은 마우스들을 기사로 등용하여 심신을 수련을 통해 자기완성을 꾀하던 느슨한 형태의 군대를 이끌고있는 마우스가 바로 은빛 사령관입니다.
정치와 내정에 담을 쌓은 빛의 나라 군대이지만 폭발적인 성장으로 빛의 나라 국력까지 빨아들여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실질적 쇄락을 가속시키자 어둠나라의 독주를 견제하기위해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군의 이러한 처신은 빛의나라 마우스들의 전폭적인 신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배짱 두둑한 협상으로 식량난을 해결한 철갑 제일기사와 지금 하나동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은빛 제일기사등 각 마우스 부족에 제일기사를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빛의 나라에는 모두 다섯 부족이 있어 총 다섯명의 제일기사가 있습니다.
은빛 제일 기사의 지휘를 받아 하나동굴로 진입한 경비대는 동굴중간 부분에서 거대한 철갑문과 맞닥뜨렸습니다. 먼저 들어와 상세히 살펴보던 선발대의 보고를 받은 은빛 제일기사는 박쥐 마우스를 통해 철갑성에 비상 사령부를 설치한 은빛 사령관에게 상황보고를 시도했습니다.
“치직... 치지직...” 동굴안의 전파상태가 좋지않아 통신이 불가능하자 박쥐 통신병들이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도록 조정했습니다. “치... 아! 은빛 장교인가?”, “예, 이곳 정황을 보고하겠습니다.”, “치... 전파 사정이 안 좋군... 상황은 어떤가?”
“동굴중간에 가설된 철갑문을 살펴보니 상당히 견고해서 공기도 새지못할 정도로 빈틈이 없습니다. 또한 이쪽에서 열수있는 개폐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그 철갑문을 폭약으로 폭파하면 어떨까?”, "철갑문의 두께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하나동굴 중간부분이 매몰되는 것을 감수한다면 모를까 저 육중한 철갑문을 이쪽에서 파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더구나 천정에는 우주의 빛이 이동하는 집진관이 있습니다. 이것이 파괴되면 우주의 빛을 되찾아 오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겁니다."
“허! 난감한 일이로군...”, “아마도 어둠나라 쪽에 문을 개폐할 수 있는 동력장치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열지않는 한 도저히 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로군...”, “예! 지금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단서들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내일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알았네... 지금 모든 병력을 하나동굴로 집결 시키는 중이야... 치... 박쥐 마우스와 금빛 마우스들이 먼저 출발 했으니 전파병들을 조금더 조밀하게 배치하도록 하게...” 하나동굴 경비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 후 며칠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여러날 빛이없는 시간이 계속되자 기온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빛의나라 마우스들은 여름이었을 시기에 집집마다 난로에 불을 지피고 때 아닌 빛 한줄기 없는 칠흙같은 한겨울밤을 불안감에 휩싸여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빛의 나라에서 보내주던 우주의 빛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치된 우주 곳곳의 생명 행성들 이었습니다. 앞으로 칠일동안 더 우주의 빛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각 행성들이 급속도로 냉각되어 파괴된 생태계의 무수한 생명들이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현재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 예상되자 원로회의에서는 생명행성에 대한 대책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칠일 입니다. 너무 촉박한 시간이라 이를 감안한 방안 위주로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주의 빛을 되찾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아주 희박합니다."
"따라서 우주의 빛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명행성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생명행성 근처에 있는 행성중 가스층이 두텁거나 연쇄폭발이 가능한 수소 및 고질량 원소 함유량이 많은 행성들을 폭발시킨다면 우주의 빛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둠나라에서 보내주던 전기 동력마저 끊긴 상태에서 행성들을 폭발시킬 에너지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우주이 한점도 없는 상황이니...”, "정말 최악의 상황이군요. 더 의논해 보아도 해결 방법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지혜의 돌을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 런지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빛의나라 역사상 최대의 위기 상황이니 돌의 지혜를 빌릴 수밖에요” 이렇게 해서 빛의나라 다섯 부족의 원로들은 서둘러 지혜의 돌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꼬박 사흘이 걸려 사막에 도착한 원로들은 금빛 마우스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도움으로 손 모양의 홈을 찾아냈습니다. 다섯 원로중 제일 연장자인 박쥐원로가 홈에 손을 가져다 대자 신기하게도 돌에 있는 홈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한시간여 동안 마치 석고상처럼 굳어져 꼼짝도 하지않던 박쥐 원로가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 있는 식은땀을 힘겹게 들어올린 손으로 천천히 닦아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네 원로들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군요. 내가 몇 일만에 깨어났습니까?” ,“약 한 시간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믿기지 않는 듯 지혜의 돌을 쳐다보던 박쥐원로는 저린팔을 주무르며 지혜의 돌과 나눈 이야기를 천천히 말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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