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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수비대가 모든 검은 마우스들을 이끌고 지하세계로 숨어들자 전력공급이 끊긴 철망을 부수고 나온 백색 마우스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구원의 약속이 이루어졌다.” 재빨리 어둠나라를 장악한 백색 마우스들은 권력에 대한 태생적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마우스들의 권리를 되찾아 준다는 명목으로 각 부족을 이간질 시킨 후 어둠왕이나 검은장군 같은 강적이 출현할 수 있는 불씨를 차단하려 혈안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모든 부족들이었지만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갈라지기 시작하자 견디지 못하고 사분오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구원의 약속이란 초기 탐욕과 이기를 당연시하는 백색 마우스들이 너무 일찍 부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조마플과 동시대에 태어나 막힘없이 깨우친 여리라는 마우스가 극초미립자 현신을 이룬 후 큰산을 넘어가 자신과의 계약을 이행하면 신의 세계로 구원해 주리라는 약속을 한데서 유래되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번번히 어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여리 마우스는 계속 새로운 약속으로 이들이 자의지로 탐욕에 뿌리를 둔 지혜터득을 가로막는 결계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세상이 되었으나 자신들이 쥐게 된 패권이 끝없는 파괴와 기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허상임을 깨닫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양태극 지체라는 극초미립자 현신을 통해 영생의 선계로 생명체를 인도하려는 하나행성의 절대자의지가 여리마우스와의 약속을 계속 어겨가고 있는 원죄로 인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자신들 스스로에 의해 멸족할 때까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늘 연못에서 이러한 백색 마우스들을 지켜보는 여리 마우스는 장차 우주대통합시 번성해 있을 백색 마우스들의 물질기반 영혼들이 대항행성을 형성해 하나행성 최후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로 북극행성에서 유일하게 버림받게 될 생명체들이라는 것을 시공을 초월해 확인했습니다.
“물질에 집착해 헤어나지 못하는 영혼들 또한 이 우주의 일부인 것을... 다만 욕망을 놓지 못해 천국을 밟아보지 못하고 스러져야 하는 저들의 운명이 측은할 뿐이로다.” 여리 마우스 옆에 정좌한 보리수 마우스가 장탄식으로 뱃어 낸 말이 하늘 연못에 은은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양태극 지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행성들은 모두 백색 마우스족과 같이 절대로 구원받을 수 없는 생명체들도 안배되어 있습니다.” 이미 깨달음을 얻어 생명체의 한계를 벗어나 극초미립자로 존재하고 있는 두 마우스는 오래전에 이미 우주시간의 끝을 들여다본 상태입니다.
“허허, 그것이 이 우주의 섭리요. 자연의 이치인 것을...” 세상의 전체인 하나행성의 절대의지가 모든생명을 이롭게 하기위해 파동을 버리고 고요의 바다로 되돌아가려는 것을 보리수 마우스가 법어로 설파합니다. 생명 본연이 추구하는 지고지선은 우주시간의 끝에 놓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삼년후 전후복구가 완료되고 빛의 나라가 안정을 찾게되자 약속대로 여의주를 돌려주기로 결심한 수색함장은 지혜의 탑으로 박쥐원로를 찾아갔습니다. 제일기사들이 떠난 이후 마플을 키우며 소일하던 박쥐원로는 반갑게 수색함장을 맞이했습니다.
"반갑네... 자네를 보니 제일기사들이 생각나는 구만..." 잠시 회상에 잠겨 두개의 탑과 제일기사들이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서있는 박쥐원로의 눈가엔 그리움이 잔잔히 흐르고 있습니다. "용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의주를 돌려주려 합니다. 제일기사님 들의 부탁도 있고 해서 마플과 친구들을 데리고 가려하는 데요."
"바다의 전경을 보며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을 듯 해서...", "아주 좋은 생각이네, 마플이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이 할애비가 채워줄 수 없는 허전함이 있을게야... 지난 전쟁에 아버지를 잃은 다이아몬드도 그렇고... 되도록이면 지혜의 탑 근방에 있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 주게나..."
"전쟁의 상처를 되도록 빨리 아물게 해주어야 밝게 자랄수 있을 터이니..." 지혜의 탑 근처에 새로 들어선 건물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고아원으로 이제 열살이 된 마플과 박쥐,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살다시피 하는 곳입니다.
"알겠습니다. 되도록 항해일정을 길게잡아 즐거운 추억을 만들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준비를 하려면 보름정도 소요되니 출항일자를 5월 5일 정오로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내 그날 늦지않게 아이들을 보내도록 하지..."
수색함장을 배웅한 박쥐원로는 그길로 고아원으로 찾아가 이소식을 모든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야!" 그 순간만큼은 부모를 잃은 아픔의 그림자가 거두어진 해맑은 미소로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이 이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이들은 출항 하루전 수송대가 보내준 전동차에 탑승해 항구가 있는 바다폭포로 떠났습니다. 아이들과 동행하지 않고 남아있게 된 고아원 일부 관계자들과 박쥐원로가 손을 흔들어 주며 아이들의 기쁨을 함께했습니다.
저녁에 항구에 도착한 아이들은 붉은 기사단의 안내로 숙소를 배정받고 오지않는 잠을 청하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빛의 나라원로들과 군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아이들의 바다여행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거대한 악귀전함의 위용에 탄성을 연발하며 앞다투어 승선한 아이들은 드넓은 갑판위를 뛰어 다니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이모습을 지켜본 원로들은 빛의 나라 모든 아이들이 바다여행을 즐길수 있게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고 해마다 수천명의 아이들에게 바다의 꿈을 선물했습니다.
수많은 마우스들의 전송을 받으며 출항한 붉은악귀 전함들은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보는 바다의 드넓은 전경은 어린 마우스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꿈으로 싹트기 시작해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겸허한 마음을 선사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바다폭풍지대를 벗어나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들어서자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감 또한 자신들이 자연의 미미한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보름의 항해끝에 바다폭풍 중심지대에 도착한 함대는 수색함장의 명령으로 어린이들을 모함인 어미악귀에서 다른 함선으로 갈아태웠습니다.
나머지 함선들을 뒤로한채 바다폭풍 중심부로 돌진해 들어간 모함은 육중한 몸체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폭풍지대를 벗어나 고요한 중심부로 들어섰습니다. 모함에는 이곳에 들렸었던 일단의 병사들과 수색함장, 그리고 마플과 박쥐, 다이아몬드만이 타고 있습니다.
폭풍의 눈 중심부에 있는 섬에 닻을내린 수색함장 일행은 하선하여 용의 동굴로 출발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러 돌아온 수색함장 일행을 맞이한 황금빛 용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돌아와 주다니 정말 고맙군... 역시 마플의 후예 다워..."
한바탕 잔잔한 웃음으로 일행을 둘러보던 황금빛 용의 눈길이 마플에게서 멈추더니 경악성을 터뜨렸습니다.
"이... 이런, 네가 바로 그... 그들의 후손이란 말이냐?", "...맞습니다. 시조 마플의 후예인데요. 왜그렇게 놀라시나요?"
"아니... 시조 마플의 후예라는 것은 네모습이 판에 박은듯 하니 당연한 것이고... 허허, 네 시조와는 면식이 있어 잘알고 있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가 자신의 내력을 읽어내지 못하게 생체기력을 통제하고 있어서 대화만 나누었던 것이 생각나는 구나"
"생체의 기력을 통제해 내력을 읽어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용들은 극미립자의 양태극 지체들이라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정보를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단다. 마찬가지인 네 시조 또한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조금전 너를 보았을때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체정보를 보았단다."
"너무 놀라운 것이라 수만년을 살아온 나조차 흥분을 가라 앉힐수 없었던 것이다.", "어떠한 것을 보셨기에 그리 놀라시는지...", "너희 알마우스는 대륙충돌 이전 빛의나라 생명의 나무위에서 살고 있던 영혼을 추수하는 세발 검은새의 후예들이기 때문이지..."
"세발 검은새는 부모새가 노화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먹이를 물어다 지극히 봉양하는, 다른 생명체 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효심이 뛰어난 조류였단다. 내가 혈기방장하여 친구들과 북극행성 이곳저곳을 유랑했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빛의나라에 있는 생명의 호수로 다가가려 하자 선대 황금빛 용이 나타나셔서 앞을 가로막으셨지... 그 곳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은둔하고 있으니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 후 사라지셨어..."
"선대의 어르신이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어 반신반의 하면서도 금기의 영역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륙 충돌시 그거대한 존재가 솟구쳐 올라 하늘을 뒤덮은 뒤 충돌하기 직전의 양대륙 사이 바다를 양단하며 북극행성을 가르고 들어가는 것을 본 뒤에야 알게 되었지..."
"그것은 바로 세발 검은새들의 영혼이 양태극 지체가 된 후 생명의 호수를 중심으로 수만년의 세월동안 하나로 뭉치기를 반복해 탄생한 집합체였던 것이야... 영혼을 추수하는 새라는 의미가 바로 생체의 죽음을 통해 빠져나가는 극초미립자인 영혼을 모아 양태극 지체로 현신하여 한데 모으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지..."
"그래서 세발 검은새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영혼을 감지해 이것을 모으기 위해 운명직전에 날아들곤 했던 것이야... 이 세발 검은새들은 대륙충돌로 모두 사라졌지만 사후 하나가 되어 은둔하고 있던 이들 극초미립자 영혼지체가 현신하여 거대한 날개를 펼친 것이지... 이 거대한 존재를 우리는 봉황이라고 부른단다."
"그렇게 바다를 지나 행성을 뚫고 들어간 봉황은 지각 내부에 있는 극초미립자 덩어리 두개를 입에 물고 다시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이미 양대륙이 봉황의 몸체를 짖누르며 충돌하기 시작하고 있었지...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다위로 솟구쳐 올라오는 봉황의 몸체를 따라 대륙 충돌부위가 융기하기 시작했어..."
"그때 생겨난 것이 바로 마우스들이 알고 있는 큰산이란다. 큰산에 갇힌 봉황은 마지막 힘을 다해 입에 물고 있던 두개의 극초미립자 덩어리를 토해냈는데... 그 것이 빛의 나라에 떨어진 지혜의 돌과 어둠 나라에 떨어진 힘의 돌이었단다. 그리고 입을 벌린채 갇혀 버렸는데..."
"태초의 빛이 나오는 빛의 연못이 바로 봉황의 부리가 있는 곳이란다. 이 태초의 빛이 흘러나와 하늘의 기운을 내뿜기 시작해서 생명의 나무가 마우스들을 잉태할 수 있게 된것이지... 어둠나라에는 힘의 돌이 떨어져 내리며 분출한 행성내부의 기운을 바탕으로 땅의 기운으로 생명의 나무가 깨어난 것이란다."
"알 마우스의 전신인 봉황은 이렇게 해서 방사능에 녹아 빛의나라 생명의 나무에 흡수된 세발 검은새의 DNA가 수천배 강력한 영혼지체로 탄생하게 만든 것이란다. 너의 생체정보엔 하나행성의 최후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이러한 봉황의 꿈이 기록되어 있어..."
"큰산에 갇혀 버리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의구심을 품었었는데 수만년의 궁금증이 오늘에서야 풀리는 군... 봉황은 하나행성의 절대자아에 어떠한 존재보다 근접한 생명체로서 우주의 천변만화를 꿰뚫어 마우스들을 탄생시킨 것이지..."
"그리고 이것을 깨달은 시조마플을 통해 오늘의 안배를 이루고 알 제일기사와 검은장군이 가지고 있는 하늘과 땅의 힘을 모아 두개의 탑을 보다 강력한 양태극 행성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곳에서 최후의 의지를 이루려 하겠지..."
"때가 되면 큰산에 갇혀 있던 봉황이 억겁의 잠에서 깨어나 가이아라는 행성을 찾아 갈것이다. 삼대 마플은 가이아가 잉태한 최후의 양태극 생명체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달아 공유하기 시작할 무렵 맞이할 시련을 함께 타개하기 위해 탄생할 예정이야..."
"머지않아 생명의 나무에서 이대 마플인 너의 반려자가 탄생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네 후예가 최후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일곱 수호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두개의 탑과 마법의 십자가를 찾아가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게야..."
"그렇게 우주 최후의 의지는 하나의 생명이 주어진 역할을 넘어서 물질적 풍요를 과다하게 누리려는 것을 심판하고 핍박받던 아흔아홉 생명들의 영혼을 추수해 모든 분란의 원인이 된 에너지를 분리, 소멸시키고 생명의 기초인 극초미립자를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하기 위한 윤회의 종식을 꿈꾸고 있단다."
"이것이 내가 너의 생체정보에서 얻어낸 것이지... 정말 위대하고 경이로운 생명체가 바로 알마우스의 전신인 봉황이로구나... 우주의 모든것을 통달해 그 절대의지에 닿아 있다니..." 비로소 마지막 한가지를 알아낸 황금빛 용은 우주전체가 되어버린 듯 무념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여의주가 들어있는 시조악귀 모함을 폭풍의 눈속에 정박해 둔채 황금빛 용의 앞발을 타고 폭풍지대를 벗어난 수색함장 일행은 대기하고 있던 함선의 갑판위로 살짝 내려놓은 발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거대한 몸체의 황금빛 용이 폭풍을 뚫고 나타나자 어린 마우스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앞다투어 갑판난간에 매달렸습니다.
무서워 하기는 커녕 열렬히 환대하는 수백명의 어린 마우스들을 보자 흐뭇해진 황금빛 용은 빛의 나라에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그 행사의 일환으로 바다여행을 기획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매년 이곳에서 어린이들을 맞이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전쟁을 치루어서라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평화이지만 그 와중에 어린이와 같은 약자가 상처입는 것은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뜻밖의 선물에 뿌듯해진 수색함장은 몸체가 상당히 커진 푸른색 전기 생명체가 모처럼 만난 갑판병과 즐겁게 대화하는 것을 바라보며 매년 이곳에서 즐거워할 어린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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