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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시/마우스 창세기 1.0

마우스 창세기 402,403,404

402,403,404

“할아버지 선물이예요. 시조악귀 숫놈을 제압하기 위해 어둠 나라에 있는 푸른 기사들로부터 무지개검을 빌린 후 이렇게 하나검을 만드셨었답니다. 제왕검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하나검?”, “예...”


하나검을 받아든 알 제일기사는 모든 마우스들을 멀찌감치 물러나게한 후 내공을 끌어올려 검에 주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우웅~~~” 하는 검울음 소리가 바닥에서 일어나는 흙먼지를 휘저어 금속나무잎을 흩날립니다. 검은장군 역시 내공을 운용하며 제왕검을 거머쥐었습니다.


양쪽에서 이는 바람이 뒤엉키고 밝고 온화한 하나검의 기운과 패도지공이 실린 제왕검의 검고 힘찬 기운이 맞부딪쳐 갔습니다.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는 알 제일기사의 하나검은 점차 우주의 빛과 같아져 백색 섬광이 일렁입니다.


반대로 대지의 기운을 빨아올리며 검게 변한 제왕검의 묵광은 주변에 있는 빛을 흡수해 더욱더 검게 변하고 있습니다. 알 제일기사와 검은장군 둘다 대지에 뿌리를 내린듯 미동도 하지않고 있지만 이미 발출된 검기로 공방이 시작된 상태입니다.


검에 주입된 공력을 끌어 올릴수록 상대의 검기 또한 강해져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강기의 막이 팽팽히 맞닿은채 한치의 밀림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판이한 알 제일기사의 공력운용에 놀란 검은장군은 땅에서 올라오는 진기를 급격히 단전에 갈무리한 후 전신의 공력을 극성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새까맣게 변한 검과 하나된 검은장군의 몸체는 세상의 절반을 암흑으로 가득 채우려는 듯한 중압감을 줍니다. 이러한 기세에 맞서 대자연에 파장을 맞춘 알 제일기사의 검에는 우주의 빛이 몰려들어와 하얀색 빛 무리를 형성했습니다.


검을 잡은 이들이 꿈꾸어 마지않는 신검합일의 경지를 넘어 땅위 대자연의 기운들과 하나된 알 제일기사와 땅 아래 대지와 하나가된 검은장군을 지켜보는 마우스들은 승패를 잊어버리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뇌리에 새기고 있습니다.


“아까 철갑 제일기사와 푸른 제일기사가 사력을 다해 검은장군을 공격한 것은 바로 진검승부를 치루기 위한 알 제일기사의 체력을 안배하려는 의도였었군...” 박쥐, 금빛 그리고 다이아몬드 제일기사는 검 하나하나에 모든 공력을 주입시켜 검은장군을 상대했던 푸른 제일기사와 철갑 제일기사의 의도를 알것 같습니다.


공력의 차이가 없고 이미 겨루어본 검술실력 또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단일격에 승패가 판가름 날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두 맞수는 동시에 상대방을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삼켜버린 두개의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세상이 멈추어 버린듯 고요한 정적이 북극행성을 감쌌습니다.


보통 일정수준 이상의 공력이 실린 검이 맞부딪히면 기의 충돌로 인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지만 양의 기운인 대자연의 기와 음의 기운인 대지의 기가 만나자 양극이 상쇄되어 뒤섞이면서 극초미립자들과 융합해 소리가 실린 공기의 파동을 앗아가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맞대어 있는 두개의 검날이 점점 서로를 파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묵검이 된 제왕검이 하나검의 백색광을 빨아들일수록 하나검에서 칠색 찬연한 빛 무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쨍그렁”  제왕검의 절반이 잘려져 땅에 떨어지자 아주 긴 적막을 깨뜨리며 비로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잘려져 나간 제왕검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던 검은장군은 나지막하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전 군에게 전달해라... 지금 즉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도록...” 말을 마친 검은장군은 땅에 떨어져 있는 검날위에 토막난 제왕검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알 제일기사였습니다.


‘이럴 수가... 검은 기운이라 정도에서 벗어나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맑고 깨끗한 무아지경의 기운을 검은장군이 가지고 있다니...’ 비로소 모든 생명간의 분쟁을 없애기 위해서 그 근원인 하나행성으로 되돌아가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검은장군의 지론에 빛의 나라 젊은이들까지 매료되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검은장군 뒤에는 빛의 나라에서 건너간 여러 마우스족들이 눈에 띕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대화로 해결하려 했었다면 검은장군과 타협점을 찾을수 있었지 않을까?’ 강렬하기는 했지만 심연깊은 곳까지 맑디맑은 검은장군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알 제일기사는 일말의 후회감이 이는 것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검은 장군도 그렇지만 우리 또한 조금만 마음을 열었다면 이렇게 막대한 희생을 대가로 치루고 나서야 서로의 본질을 깨닫는 시행착오는 없었을 텐데...’ 알 제일기사가 시전한 검기는 생체의 욕심을 모두 비워버린 무아지경의 탈속상태에서 대자연의 파장에 맞추어 동화되어온 정순한 기운을 모아 정제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과 부딪힌 검은장군의 검기에 속세의 때가 티끌 하나만큼만 묻어 있었어도 서로 상쇄되어 어우러지지 못하고 폭발해 버려 두 마우스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입니다. 권력과 물질적 욕심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검은장군의 진면목을 너무 늦게 알게된 것입니다.


어우러지며 극초미립자와 하나가 된 물질 외부의 기운인 알 제일기사의 검기와 물질 내부의 기운인 검은장군의 검기는 빛과 어둠이 서로 뒤섞이며 커다란 구체를 형성했다가 시야에서 사려졌습니다. 두 마우스의 격돌로 만들어진 양태극 구체는 마우스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지혜의 탑으로 빨려들어 갔습니다.


이것을 느낄수 있었던 것은 알 제일기사와 검은 장군, 그리고 푸른 제일기사와 철갑 제일기사였습니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일부러 체내의 극초미립자들을 몸밖으로 발출해 버려 양태극 지체의 무한능력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아오던 박쥐원로도 똑똑히 보았습니다.

 

양태극 구체가 지혜의 탑 바로 앞에 서있는 자신을 통과하는 찰나 본의 아니게 양태극 지체로 변화 되었다가 지혜의 탑속으로 사라지자 원 상태로 돌아온 박쥐원로였기 때문입니다. 양태극 구체를 빨아들인 지혜의 탑에 가 닿은 우주의 빛들이 부서지며 살아 있는 듯 일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평원에서는 은빛 제일기사가 심혈을 기울여 조련한 붉은 기사단이 다섯명을 한조로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진을 구성해 병력이 우세한 상대진영 속으로 뛰어들어 이리저리 휘저으며 검은 기사단의 맥을 잘잘이 끊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틈으로 푸른 기사단과 철갑 기사단의 절정에 이른 칼놀림이 비집고 들어가자 검은 기사단의 진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로 인해 비집고 들어간 틈이 닫히며 되레 포위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러자 떨어져있는 칼을 주워든 민간 마우스들이 가세해 호각지세를 이어나갑니다. 빛의 나라가 개성이 강한 병력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자신들의 수적우세를 무력화 시키는 것을 지켜보던 작전참모는 단순하게 후퇴할 경우 검은 기사단의 진영이 와해되어 버릴 것을 염려했습니다.

 

그래서 공격에 가담하고 있는 검은 기사들을 신속히 전진시켜 그대로 빛의 나라 진영을 통과해 그 후방으로 건너가게 만든후 모든 병력을 뒤로 빼내었습니다. 또한 모든 대기병력을 반으로 길게 쪼개어 빛의나라 진영을 포위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게 일자형 진을 이루고 있던 검은 기사단이 자신들을 무시하고 일시에 후방으로 빠져 나가자 배면 방어를 위해 공격 일변도의 전력집중이 반감된 빛의 나라 진영은 정면의 적들도 뒤로 후퇴해 버리자 졸지에 적진 한 가운데 뛰어든 꼴이 되어 포위망에 대비한 방어진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적 열세인 상태에서 포위되었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하고 한곳을 집중 공략해 포위망을 뚫지 못하면 전멸 아니면 항복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잘 해보아도 상당한 병력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낭패가 있나? 검은 군단에 이렇게 신출귀몰한 지휘관이 버티고 있는한 승패는 결정 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문제는 얼마나 오래 버티며 시간을 끌 수 있느냐 인데... 그사이 요행히 제일기사님 들이 지혜의 탑에서 검은장군을 생포하게 된다면 좋겠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생명의 나무가 적들의 수중에 떨어진다고 해도 맛교환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야...' 판단을 마친 수색 함장은 붉은 기사들을 원형진 전위에 세우고 철갑 기사단과 푸른 기사단이 그뒤를 담당하게 한 후 민간 마우스들을 가운데로 이동시켰습니다.


항복을 권유하던 작전참모는 방어진을 공고히 하는 무언의 대답을 보고 공격 명령을 내렸습니다. 무려 세차례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동안 방어에 주력 하느라 공격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장점을 포기한 붉은 기사들이 반 이상 희생되었습니다.

 

원형진의 크기를 대폭 줄여 마지막 방어를 준비한 수색함장은 커다란 목소리로 검은군단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지금 민간 마우스들을 무장해제 시켜 내보낼 테니 허락해 주겠소?” 어쨌든 빛의 나라 진영의 병력이 줄어드는 셈이므로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인 작전참모는 한쪽 포위망을 터 주었습니다.


이것을 본 빛의나라 진영도 원형진 한쪽을 열어 민간 마우스들을 내보내려 했지만 살길을 찾아 밖으로 나오는 이가 하나도 없자 수색함장이 다시 소리쳤습니다. "저희들은 목숨을 다해 명령을 이행해야하는 군인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까지 최후의 결전에 동참 하려는 것은 지휘관으로서 승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빨리 나가 주십시오." 수색 함장의 종용에도 이탈하는 민간 마우스가 하나도 없자 칼을 높이 치켜든 작전참모가 총공격을 명령했습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빛의 나라 진영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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