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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뜻하지 않게 엉뚱한 곳에서 대재앙이 시작되었습니다. 각 부족의 원로들이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빛의 나라와는 달리 어둠나라는 중심부에 위치한 대평원 부족의 왕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각부족의 원로들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였지만 최종 결정권은 왕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대로 자상하고 현명한 어둠나라 왕들은 각 부족들의 화합에 힘써 모든 마우스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현왕 또한 그러했는데 근래 들어 한가지 근심거리가 생겨났습니다. 어둠나라 곳곳에 몸에 검은반점이 생겨나 점점 커지는 전염병이 나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각지의 의사 마우스들을 동원하여 원인을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대답뿐 이었습니다. 급기야는 외동딸인 공주까지 몸에 검은반점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전염병에 전혀 감염되지 않고있는 빛의 나라에서도 역학조사에 나서 원인을 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빛과 어둠 나라 모두 이상한 전염병으로 정신이 없는 사이 온몸이 검다 못해 광채가 번뜩이는 일단의 검은 마우스들이 어둠나라 왕궁에 나타났습니다. 북극 행성에 마우스가 출현한 이래 처음으로 몸이 온통 검은 마우스가 그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검은 마우스 우두머리는 골격이 늠름하고 언변 또한 뛰어나서 어둠나라 군대에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장교가 되었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군 통솔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그가 지휘하는 군대는 어둠나라 최고의 정예부대로 평가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가는 곳마다 청중들을 열광 시키는 웅변으로 어둠나라 모든 이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그의 흡인력에 매료된 젊은 마우스들이 앞 다투어 그의 부대로 자원입대하게 되어 어둠나라 최대의 군벌로 성장되었고 그 인기는 날이 갈수록 더했습니다.
마우스들은 광채가 나는 검은 외모를 본따 그의 부대를 검은군단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검은군단에 소속된 마우스들이 사용하는 병장기들도 모두 검은색으로 도색되어 있습니다. 검은 군단의 병력확충으로 장군이 된 검은 마우스의 인기는 검은장군이라는 마우스들의 호칭을 선사 받으며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대부분의 어둠나라 마우스들은 전염병에 대한 초기의 공포도 잊어버리고 이제는 오히려 검은 반점이 생기거나 이것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국민 다수의 정서가 이렇게 변화하게 되자 어둠나라 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흐지부지 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 마우스들에게 여러 방면에서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고 과학자들 중 일부도 전염병에 감염되자 내부에서 방해하는 세력이 하나 둘 늘어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빛의 나라에서는 어둠나라 과학자들이 보내주는 자료를 분석하며 발병원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나라에서 오는 자료들이 부정확해 지고 그 양도 점점 줄어들자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검은색을 숭배하는 마우스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소식에 손을놓고 남의일 구경하듯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빛의 나라에 들르는 어둠나라 젊은 마우스들은 거의 모두가 검은장군 얘기만 나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를 높여 그의 무용담을 늘어놓곤 했습니다. 급기야 공주와 약혼을 하게 되자 그에 대한 어둠나라 마우스들의 관심은 그 정도를 넘어 국왕의 권위를 뛰어넘는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한 양쪽나라 원로들은 대단한 기재임을 인정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국사전체를 아우르는 혜안을 갖추기에는 너무젊어 패기와 야심이 앞설것 같은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군사분야 외에도 여러 방면에 걸쳐 상당한 치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우선 도로정비에 힘써 어둠나라 궁전을 축으로 동서와 남북을 가로 지르는 커다란 길을 만들고 이를 중심축으로 어둠나라 곳곳에 최단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작은 도로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물자 및 마우스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얻어 내었습니다.
또한, 도로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대형 다이아몬드 전구를 높이 매달아 어두운 밤에도 대낮처럼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시간과 인력들을 식량증산에 투입해 이년만에 십년치 잉여식량을 만들어 만년 빙하계곡에 있는 식량창고들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런후 남는 것은 빛의 나라 특산물 및 광물들과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을 독려하여 전기로 움직이는 각종 장치들을 만들어 무거운 것을 운반하기도 하고 위험한 작업에 마우스들을 대신해 투입했습니다. 북극 행성의 제1차 산업 혁명으로 기록된 시기가 바로 이때였습니다.
풀 한포기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어둠나라가 이젠 자연의 혜택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던 빛의 나라 경제를 처음으로 추월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격차는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 군사력으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이제 빛의 나라는 거인 앞에선 어린 아이처럼 왜소해 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해버리자 빛의 나라 젊은이들 조차 검은장군을 영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젊은 마우스들은 어둠나라로 건너가 선진문물을 배워오는 것이 일생의 소원이었습니다. 이런 혁혁한 공을 인정한 어둠왕은 검은장군에게 군통수권을 위임하고 국정전반을 관장토록 했습니다.
이제 실질적으로 어둠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검은장군입니다. 많은 젊은 마우스들이 앞다투어 어둠나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노동력이 부족해진 빛의 나라는 가장 중요한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나이든 마우스들과 어린 마우스들 까지 일터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전의 풍족함을 잃어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과거 풍요롭고 행복했던 시절의 미소는 사라지고 긴 한숨만이 메아리치는 고난의 땅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철갑 마우스 부족만은 아직도 예전과 다름없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선천적으로 품성이 강직한 이 부족은 예부터 내려오는 풍습을 중시해 어둠 나라에서 비롯된 제1차 산업혁명 열풍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묵묵히 생업에 충실하여 자연이 주는 혜택을 아직도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족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어린 마우스들까지 참여해 증산된 식량을 나누어 주는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철갑마우스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궁핍해진 다른 부족들은 예전의 교훈을 망각한 채 금과 은, 다이아몬드등의 광석들을 마구 파내어 어둠나라의 식량과 교환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철갑 마우스 부족의 철광석을 제외한 필요한 모든 광석들을 넉넉히 수입한 어둠나라는 식량가격을 점점 높게 책정하여 채광량을 늘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빛의 나라 국토를 날이 갈수록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인 조건으로 빛의 나라 물자들을 수입했지만 전동차량과 공장같은 각종 시설물들의 골격에 들어가는 강철만큼은 어둠나라에 있는 모든광산을 채굴해도 턱없이 부족해 철갑마우스들이 보유하고 있는 철광석을 수입하기 위해 날마다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보았지만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빛의 나라에서 유일하게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철갑 마우스족은 광석을 마구 캐내면 금속나무 뿌리가 손상되어 생태계 파괴로 식량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던 것입니다. 급기야 대형 전동차량 10대분의 철광석과 식량 100대분을 교환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철광석 10대분은 금속나무에 손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양이고 100대분의 식량이면 빛의 나라 전체 마우스의 석달치 식량에 해당합니다. 이런 파격적인 제의에도 불구하고 내키지 않는 듯 협상에 나선 철갑 제일 기사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마침내 협상종료 시간이 되자 어둠나라에서는 50대분을 더 주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습니다. 빛의 나라 다른 마우스 부족은 내심 100대분이 아닌 단 10대분이라도 당장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철갑 마우스족 소유의 철광석 인지라 초조한 마음으로 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대분에 50대분을 더 받아내는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한 철갑 제일기사는 한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한달 이내에 150대 분의 식량을 빛의 나라로 보내오지 않는다면 이 계약을 무효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보름 만에 150대 분량의 식량을 운반해온 어둠나라는 즉시 대형 전동차에 철광석을 싣고 어둠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집채만한 전동차가 무거운 철광석을 가득싣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상대적 우위에 있었던 빛의 나라는 박탈감이 무의식적으로 스며드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고 국력의 격차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된노역에 참여하면서도 제대로 먹지 못해 기운이 빠져 있던 빛의 나라 마우스들은 철갑 마우스족이 보내준 식량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모처럼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배불리 먹었습니다. 곳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드리고 사방에서 축포가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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