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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검은장군이 벌써...” 지혜의 방문을 열고 응접실로 나간 박쥐원로는 검은 광채가 번뜩이는 검은장군과 마주쳤습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이 보는 마우스의 맥을 풀어놓을 만큼 검은장군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역시... 빛의 나라 젊은이들까지 추종자로 만들어 버릴만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 정말 대단하군...’ 내심 감탄한 박쥐원로는 빙그레 웃으며 검은장군을 맞이했습니다. “검은장군이 이곳까지 오시다니... 무엇 때문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대답대신 묵묵히 뚫어져라 쳐다보던 검은장군이 성큼성큼 박쥐원로를 지나쳐 지혜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젠 모든것을 시조마플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박쥐원로는 힘이 빠진 다리를 구부려 의자에 주저앉았습니다.
검은 기사들이 검은장군을 뒤따라 들어간후 무엇을 하는지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며 지혜의 방 여기저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 후 검은장군이 지혜의 방을 나와 의자에 앉아있는 박쥐원로 앞에 섰습니다. “지혜의 돌이라는 것을 어디에 두셨습니까?”
낮지만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금속성 목소리가 심장까지 파고들어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검은장군의 말소리에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박쥐원로는 평심을 되찾아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무슨 소리요? 장군이 들어갔던 방이 바로 지혜의 돌이 놓여있는 곳이거늘...”
이말을 들은 검은 기사들이 지혜의 탑 곳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이상한 행동에 지혜의 방으로 들어간 박쥐 원로는 정신이 아득해 졌습니다. ‘이럴 수가... 그 커다란 지혜의 돌이...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어떻게...’
당혹해 하고 있는 박쥐원로를 지켜보던 검은장군은 검은 기사들을 불러 모아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간신히 현관으로 걸어 나온 박쥐원로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지혜의 돌이 사라지다니...' 검은장군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모르니 또한 불안합니다.
이때 밤을새워 달려온 전차세대가 지혜의 탑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진입하는 것을 발견한 검은장군은 검은 기사들이 자신들의 전차에 탑승해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판단을 하고 제왕검을 빼내어 진기를 주입했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오른쪽 위에서 비스듬히 그어져 내린 제왕검을 떠나 선두에 있는 붉은 전차에 격중되어 “꽈과광”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습니다. 이충격으로 붉은전차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들 모두가 이리저리 나뒹굴어 쓰러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금빛 제일기사만은 균형을 잃지않고 급정거한 전차의 해치를 열고 곧바로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자신의 제왕검에서 발출한 검강이 지나간 자리에 움푹 파인 검상만 입은채 멀쩡히 서있는 붉은전차를 바라보는 검은장군의 두눈이 잠시동안 흔들렸습니다.
‘의외로군, 제왕검의 검강을 견디는 물질이 있다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강렬함을 뿜어내는 안광으로 금빛 제일기사를 쳐다봅니다. 전차문이 열리자마자 칼을 뽑아들고 달려 나간 두 검은 기사가 이제막 착지한 금빛 제일기사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주황색 포물선이 두개의 검을 양단해 버렸습니다.
‘저건 분명 무지개 검 중 하나인 주황색 검인데... 지난 10년 동안 무지개 검을 찾기 위해 어둠나라를 모두 뒤졌었는데... 일곱개 검중 한자루가 금빛 제일기사의 손에 들려져 있다니...’ 제왕검을 차지한 검은장군은 전설의 무기인 무지개 검을 찾기위해 각지로 수색대를 보냈었습니다.
어둠나라 생명의 호수를 보수할 때도 은밀히 무지개 검을 찾아보라는 밀명을 내렸었습니다. 또한 극강의 검들을 사용할 절정의 고수 일곱명을 직접 양성해 검은군단의 지휘부를 구성하고 이중 넷이 이번전쟁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불리해진 전황을 수습하고 있는 작전참모 또한 이들중 한명입니다.
“저 기사는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뒤로 물러나라!” 반이 잘려져 나간 검을들고 당황해 하던 두 검은 기사는 즉시 검은장군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대가 금빛 제일기사인가?” 제왕검은 비스듬히 비껴든 검은장군이 주위를 진동시키는 금속성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소. 우리 빛의 나라에서 검은장군을 만나게 되다니 대단한 영광이군!” 낮지만 힘이실린 목소리로 대답한 금빛 제일기사가 두손을 오른쪽 가슴에 모아 주황검을 끌어 당겼습니다. 이모습을 본 검은장군은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금빛 제일기사의 집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제일기사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검세 로구나... 내가 십년의 심혈을 기울여 양성한 일곱명의 검은 기사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겠군...’ 이런 생각을 하며 검에 공력을 주입시키자 검 끝부분에 있는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일어나며 “웅~우웅” 하는 검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전차에서 뛰어내릴 때 잠깐 보았던 박쥐원로를 다시 바라본 금빛 제일기사는 강건한 박쥐원로가 망연자실 지혜의 탑 현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에 그토록 우려하던 변괴가 일어났음을 직감했습니다. 금빛 제일기사가 잠시 한눈파는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검은 장군이 재빠르게 공격해 들어갑니다.
두세번의 부딪침에 금빛 제일기사의 검이 조금씩 밀리자 세밀함을 버리고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용력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주황검의 일곱배에 달하는 제왕검의 중량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금빛 제일기사의 손목에 그대로 전달되어 검을 맞부딪힐수록 얼얼한 통증이 심해집니다.
점차 뒤로 밀리며 제왕검을 막아내기에 급급해진 금빛 제일기사는 힘을실어 검을 찔러오는 검은장군의 빈틈을 노렸지만 쉴새없이 이어지는 공격을 막다보니 수세를 벗어나 공격해 들어갈 기회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두개의 극초미립자 검이 부딪힐수록 점점 뒤로 밀리는 금빛 제일기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제왕검을 막느라 민첩하던 몸놀림이 점점 둔해져 숨이 턱에 차올랐습니다. 호홉을 몰아 자세를 가다듬으려 뒷걸음질치는 순간 금빛 제일기사의 방어자세에 치명적 허점이 노출되었습니다.
이것을 놓치지 않고 힘을몰아 금빛 제일기사의 머리부분을 가격해 들어가던 검은장군이 멈칫 하더니 땅을 박차고 올라 하늘에서 겨누어 내리는 알 제일기사의 보라색 검을 튕겨내며 반탄력을 이용해 지상에 있는 금빛 제일기사의 공격범위를 멀찌감치 벗어나 착지했습니다.
조금전 지혜의 탑 상공에 도착한 알 제일기사는 검은장군이 펼친 필살의 일격을 막아내기 위해 전속력으로 급강하 했었습니다. 급박한 위기를 넘긴 금빛 제일기사는 알 제일기사가 제때 나타나 준것이 여간 고맙지가 않습니다. 두 제일기사는 눈으로 인사를 나눈후 검은장군을 바라보았습니다.
보통 마우스의 경우 이러한 공중 암습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지만 경지를 이룬 검은장군의 육감이 이를 감지해 알 제일기사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상에 있는 금빛 제일기사의 예상된 공격까지 단한번의 도약으로 피해 버리는 광경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저, 저럴 수가...” 하지만 육안으로 따라갈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공격해 내려와 금빛 제일기사 옆에 사뿐히 내려서서 펼쳤던 날개를 접을 때에서야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은 알 제일기사를 본 양쪽나라 마우스들은 탄성을 지르던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성을 터뜨렸습니다.
예언에 따라 위기의 순간 나타난 알 마우스를 바라보는 양쪽진영의 표정이 판이합니다. 검은장군의 막강한 제왕검에 압도당해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빛의 나라 사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색이 만연하지만 전설로 치부해 왔던 알 마우스가 나타나자 어둠나라는 거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다만 검은장군만은 당당함을 잃지 않고 다시 제왕검을 끌어올려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단한번의 부딪힘 이지만 검을 통해 전달받은 알 제일기사의 공력이 자신과 비슷했으면 비슷했지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주황검에 보라검이라..., 제왕검을 상대하기 위해선 일곱 개의 무지개 검이 모두 있어야 한다. 저들의 공력이 나를 뛰어넘지 못하는 이상 제왕검으로 일방적 우위를 점하며 시간을 끌고 있으면 나머지 다섯 개의 검을 가진 자들도 이곳으로 오지 않을 수 없겠지’
사막을 돌아 지혜의 탑으로 오던 검은장군은 폭약을 가득싣고 하나동굴을 점령하고 있는 빛의 나라 특공대를 무력화 시킬 방법을 찾았다는 본국의 전파를 수신한 작전 참모가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었습니다.
시간을 끌어 일곱개의 무지개검이 모두 나타날때쯤 재점령한 하나동굴을 통해 전기동력이 공급될 예정입니다. 공급받은 전기를 가득 담은 이동충전 차량이 제때에 도착해 준다면 동력을 회복한 검은 전차군단의 십자포화로 항복을 받아내면 쉽게 무지개 검을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리라는 심산으로 내심 중얼거립니다.
대평원에서는 동력이 거의 소진되어 기동력을 상실한 검은 전차군단이 포탑만 움직여 방어에 주력하는데도 빛의 나라 전차 군단은 포 사거리를 멀찌감치 벗어나 더이상 공격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본 작전 참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휴, 다행이 로군. 우리와 정반대로 동력은 풍부하지만 공격을 할 수 있는 포탄이 떨어진 게 틀림없어... “휴, 다행이 로군... 우리와 정반대로 동력은 풍부하지만 공격을 할수있는 포탄이 떨어진 게 틀림없어...” 결국 어둠나라가 동력을 회복하는 즉시 전쟁의 승패가 갈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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