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170,171
“저쪽에 있는 변전소가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감압시켜 빛의 나라 곳곳에 보내고 있습니다. 여의주에 충전되는 전압이 발전기에서 나오는 초고압을 그대로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정도 규모의 변압 장치가 있어야 일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자가 가리키는 변전소를 바라본 은빛 제일기사는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변전소의 크기가 중형급 전함인 수색함 크기에 맛먹었기 때문입니다. “저 커다란 시설을 배에 장치하면 오히려 그무게 때문에 동력추진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변압 장치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습니까?”
"저 변압기 통들이 보이지요? 저 통안에는 일반 금속열매의 수액이 들어 있습니다. 금속열매 속에있는 액체들은 입자가 긁어 그곳을 전기가 통과하게 되면 입자들과 부딪혀 통과속도가 현저히 줄어든 감압된 상태로 빠져 나옵니다."
"직렬로 연결된 저많은 변압기 통을 통과해야 우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낮은 전압의 전기가 만들어 집니다.", “그렇다면 저항이 더강한 물질을 사용하면 저 커다란 시설이 필요 없겠군요?”, “물론... 그렇지요. 그런 물질이 있습니까?”
"로얄메탈은 어떻습니까? 그것 이라면 일반 금속열매보다 금속 함유량이 더 많을 텐데...”, “하지만 로얄메탈은 그 수가 너무 적습니다. 빛의 나라에 있는 모든 로얄메탈을 채집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결국 금속나무들의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아직 다 여물지 않은 로얄메탈까지 따와야 필요한 변압량이 될 텐데요?"
"금속나무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수도 있습니다." 천운으로 어둠의 나라에만 있을 줄 알았던 에너지 수용체 극초미립자 덩어리를 바다폭풍 속에 은거하고 있는 용들에게서 빌려 왔지만 그 거대한 힘을 동력원으로 사용할 방법이 해결되지 않자 지혜의 돌을 지키고 있는 박쥐장로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수색함장을 비롯한 병사들의 편의를 발전소 담당자에게 부탁한 은빛 제일기사가 출발명령을 내렸습니다. 운전병이 딸린 소형전동차로 지혜의 탑에 도착한 은빛 제일기사는 지혜의 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설치된 정문에서 하차했습니다.
지혜의 탑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극소수를 제외하곤 이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은빛 제일기사가 막 지혜의 탑 현관으로 들어서려는데 응접실 쪽에서 “콰과광”하는 굉음이 들려옵니다. “이 친구... 기절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군... 전보다 번개의 위력이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삐그덕거리는 응접실 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나오는 박쥐 제일기사의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온몸이 번개에 그을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쫓기듯 뛰쳐나온 박쥐 제일기사는 눈앞에 은빛 제일기사의 모습이 들어오자 재빨리 은빛 제일기사의 몸 뒤로 숨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까르르”하는 아기 마우스의 웃음소리만 들릴 뿐 뒤쫓아 오는 기색이 안보입니다. 아직도 긴장을 풀지못해 자신의 팔을 꽉쥐고 있는 박쥐 제일기사를 뒤돌아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습니다. “아직 살아 있었군... 아기 마우스의 번개세례에 무사하진 못할줄 알았더니...”
“말도말아, 얌전히 잘 놀다가도 하루에 꼭 한번은 번개를 발사하는게 벌써 여섯달 째야...” “이 친구... 제일 기사인 자네의 몸놀림을 따라갈 수 있는 마우스가 몇이나 된다고... 어린 아기의 번개하난 못 피하나?” 엄살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핀잔섞인 말투로 은빛 제일기사가 타박을 합니다.
“처음 몇주일은 그게 먹혀 들어갔지...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적중률이 높아지더니 이젠 내가먼저 움직여도 귀신같이 명중시켜... 그것도 단 한번에...”, “혹시 그렇게 번개를 맞다 전기 마우스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예끼, 자네도 한번 맞아보게... 그런 농담이 나오나...”
“하하하, 아무튼 반갑네... 밀린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박쥐 원로님을 만나야겠는데... 어디 계시지?”, “아마 지혜의 돌이 놓여있는 방에 계실거야...” 복도를 지나 지혜의 돌이 놓여있는 방에 들어서니 박쥐 원로가 발자국 소리에 뒤돌아봅니다.
“은빛 제일기사가 아닌가? 바다에 나가 있다고 들었는데...”, “예 삼일 전에 돌아왔습니다.”, “그래, 전함 건조는 잘 되어 가는가?”, “예, 골격을 모두 완성했습니다. 세세한 부분과 동력장치만 만들어 지면 빛의 나라 절반을 공격권에 둘수있는 강력한 해군력이 확보 될 것 같습니다.”
"허허허, 빛의나라 절반을?”, “예, 지금 무기공장에서 대형함포를 제작중입니다. 대략 기존대포의 30배 정도 큽니다. 육지에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초대형포지만 완성된 전함에 탑재하면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사격이 가능해 지지요."
"검은군단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바다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상태라 우리 붉은함대를 쉽게 공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 자네들이 정말 믿음직하이... 그건 그렇고 바쁜 와중에 이곳에 온것은 무엇 때문인가?” 박쥐원로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은빛 제일기사를 대견하다는 듯 바라봅니다.
“예, 아시다시피 대형건물 너댓개 크기의 거대하고 육중한 철갑전함이라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원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은빛 제일기사는 박쥐 제일기사를 불러 박쥐원로가 내온 차를 마시며 여의주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의주에 충전되어 있는 전기를 원하는 양만큼 뽑아 쓰려면 빛의 나라에 있는 모든 메탈젤리를 투입해야 한단 말인가?”, “예!”, "그렇게 하면 금속나무들의 성장이 느려져 금속알이나 금속열매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 아닌가?"
"어느정도의 여유분을 비축하긴 했지만 아직 필요한 만큼 식량을 준비하려면 한 일이년은 더 걸린다고 봐야 하는데 다 익지않은 메탈젤리를 따내면 금속나무의 성장이 느려져 가장 중요한 식량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될 거야....” 박쥐 제일기사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메탈젤리가 일반 금속열매보다 금속 함유량이 수십배 많기 때문에 저항 수치가 높은 것이라면 생명의 나무에 열리는 메탈젤리는 어떨까하고... 오래될수록 저항수치가 높아진다고 발전소에 있는 과학자들이 귀뜸해주더군..."
"생명의 나무 메탈젤리는 알마우스 족이 사라진 후 한번도 나무위에 올라간 마우스들이 없지 않나? 그렇다면 누가 메탈 젤리를 따내기 이전엔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 특성으로 볼 때 거의 만년에 가까운 열매들이 있을 것 아닌가?”
“흠, 일리 있는 말일세... 일단 지혜의 돌에 입력된 과학자들의 두뇌를 빌려 보자고...”, “시조 마플께선 아직도 안돌아 오신 것입니까?”, “음, 지혜의 돌 내부에 안 좋은 일이 생겼네...”, “네? 무슨 안 좋은...” 바깥세상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지혜의 돌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두 제일기사는 마음이 어둡습니다.
"공룡기에 우리와 같은 직립생명체가 있었는데 대륙충돌 이후 일부가 살아남아 있다가 멸종직전에 몇몇의 기억이 지혜의 돌에 유입된 것 같네... 덩치가 우리의 세배정도 되고 본능에 지배되는 포악한 종족이라 이곳에 들어온 그들의 기억 소자들이 적지않은 분란을 일으켜온 모양이야..."
"최근엔 다른 생명체들의 기억들을 파괴해서 지워 버리고 비어있는 기억소자에 자신들의 기억을 복제해 세력을 넓히는 중이라네... 좌시하고 있다가는 직립생명체들의 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게 분명하지... 그래서 지혜의 돌이 가진 능력을 포악한 생명체가 장악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계시네...”
“시조마플 혼자서는 위험하시지 않을까요?”, “하하하, 자네들은 아직 그분의 능력을 천분지 일도 모르고 있네... 그리쉽게 당하실 분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도대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계시 길래 그리 호언 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우주를 통틀어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존재가 열 손가락이 채 못될거야...”, “그렇다면 제가 말씀 드렸던 그 황금빛 용도 적수가 못된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그들이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열 마리 이상의 황금빛용이 존재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들만으로도 북극행성을 대여섯번 파괴하고도 남는 위력을 지녔는데...?", “누구도 시조 마플의 능력을 제대로 본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아... 그분은 자신의 능력을 되도록이면 감추고 싶어 하시네...”, “그렇게 하실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우리 빛의 나라 전력은 일년전에 비해 수백배나 급신장 했어...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 하는가?”, “그거야 검은군단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적하기 위해서지 않습니까?”, "그렇지... 일년전 우리 빛의 나라는 어둠나라와 비교하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린 아기에 불과 했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까마득한 능력의 차이를 깨닫는 순간 우리의 생존 본능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능력을 총 동원하게 되지... 어둠나라가 10년 동안 이룬 일을 우리는 일년만에 거의 따라 잡고있어... 능력에 넘치는 목표라고 생각했던 막강한 어둠나라의 위협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약 1만년전에 실존했던 시조마플이 마우스의 생체능력을 뛰어넘는 자신의 실체를 보여 주었었다면 지금쯤 그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능력 마우스가 한둘이 아닐거란 생각은 안 해보나?” 황금빛 용이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박쥐원로도 시조마플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살았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렇군요. 그저 추상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닌 실제적 존재로 증명되어지는 능력은 언젠가 그 자체가 존재함으로써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도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이로군요?”, “바로 보았네... 각종 과학기술을 앞세운 어둠나라의 검은장군 출현으로 이렇게 북극행성이 시끄러운데..."
'이야기와 시 > 마우스 창세기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우스 창세기 175,176,177 (0) | 2009.01.11 |
---|---|
마우스 창세기 172,173,174 (0) | 2009.01.11 |
마우스 창세기 166,167,168 (0) | 2009.01.11 |
마우스 창세기 162,163,164,165 (0) | 2009.01.11 |
마우스 창세기 159,160,161 (0) | 2009.01.11 |